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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Dec 13. 2017

'사랑은 무엇인가'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영화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지난 2015년 제 68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상을 수상한 'The Lobster'는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만의 신랄한 풍자가 들어간 블랙코미디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랑'에 관해 진지하게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를 꼬집어낸다. 영화의 내용은 판타지지만 그 안에 커플과 솔로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기괴하고 우스꽝스럽다.  


근시라는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 (콜린 파렐)는 강제로 '커플 메이킹 호텔'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 45일 안에 짝을 찾아야만 한다.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서 살아가야 한다. 그가 희망하는 동물은 랍스터다. 사회는 커플만을 허락한다. 커플 증명서가 없으면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는 것 모두 2명씩 짝을 지어 실행해야 한다. 










#1. 상대방의 '공통점'만을 찾는 이기적인 사랑


 커플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랑? 배려? 믿음?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공통점'이다. 영화 밖 현실에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처음 만나 공통점을 찾았을 때 제일 반갑다. 심지어 인생의 반려자라는 생각까지 한다. "저는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요" "저는 야채보다 고기를 좋아해요" 서로 공통점 찾기에 바쁘다. 공통점이 아닌 차이점을 발견하면, 처음에는 감싸 안는척하지만 결국 차이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싸우고 만다. 

영화는 공통점에 대한 집착에 대해 신랄하게 말한다. 절름 발이 남자 (벤 위쇼)는 커플 메이킹 호텔에서 자신과 같이 발을 저는 여자가 없자 당황한다. 그리고 곧 코피 흘리는 여자와  커플이 되기 위해 일부로 코피를 흘린다. 자기 자신을 자해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서든지 공통점을 찾아 커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통점을 만드는 것, 자신과 같은 공통점만을 원하고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는 것. 결국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비꼰다.

공통점이 있는 것도 사랑이지만, 공통점이 없는 것도 사랑이다. 차이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커플은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의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2. 이름 없이 한 가지 특징으로 불리는 사람들



 영화에서 주인공 데이비드를 제외하면 이름이 없다. 대신 각자의 캐릭터가 가진 특징으로 불린다. '다리를 저는 남자' '코피 흘리는 여자' '비정한 여자' '혀 짧은 남자' '비스킷을 좋아하는 여자' 등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는커녕 단 한 가지의 특징으로 치부해 버리는 대표적인 이기적 행태다. 현실에서 '돈 많은 남자' '외제차 타는 남자' '커피숍 운영하는 여자' 등으로 불리듯 말이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그들의 이름은 필요 없다. 단지 제일 자극되는 하나의 형상화된 이미지가 전부인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처럼 이 이름 없는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특징을 가진 사람만을 만나야 한다. '코피 흘리는 여자'는 '코피 흘리는 남자'만 만나야 한다. '1억이 있는 남자'는 '1억이 있는 여자'만을 만나고 이해한다. 



영화에서 '다리를 저는 남자'가 일부러 자해해 코피를 흘리며 '코피 흘리는 여자'를 만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공감가지 못하는 대화로 간신히 커플 사이를 이어 나간다. 결국 영화는 자신이 가진 특징에 맞는 남녀를 찾는 것을 비판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보려고도 노력하지만 결국 그것이 잘 안된다. 이해심도, 배려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니 아예 자신과 비슷하지 않은 사람을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주인공 데이비드도 '비정한 여자'와 커플이 되기 위해서 감정이 없는 듯 연기한다. 자신의 친구 딸을 때리기도 하고, 자살한 여자의 비명이 듣기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정한 여자'가 자신의 친 형을 죽이자 참지 못한다. 데이비드는 애초에 '비정한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데이비드는 싱글들이 사는 숲 속으로 도망치게 된다.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감추는 것보다 어렵다.









#3. 커플, 결혼에 대한 현재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추다



 영화에서 사회는 사람의 사랑을 통제하고 명령한다. 꼭 커플로만 살아야 한다. 두 명이서 다니지 않으면 경찰에 붙잡혀 간다. 심지어 솔로인 사람을 사냥까지 한다. 혼자 존재하는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이러한 통제를 누가 우리한테 허락했을까? 우리는 커플 혹은 결혼이라는 구조를 사회로부터 주입당하고 있다. "결혼은 꼭 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행복하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평생 불행하다" 그리고 합리적인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말하지만,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우리는 현재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나이에 결혼을 하지 못하면 사회적 시선과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자유의지는 어디로 간 걸까. 

커플 메이킹 호텔을 빠져나와 솔로의 숲에서 살던 데이비드는 자신과 똑같은 근시를 가진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둘은 도시로 돌아가 커플 생활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솔로의 숲 대장에게 걸려 여자는 시력을 잃고 만다. 데이비드는 '근시'라는 공통점이 사라지자,  사랑하는 여자와 다른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그는 스테이크 칼로 스스로 눈을 찌르려 한다. 사랑하는 여자가 시력을 잃었으니 자신도 시력을 잃어서 공통점을 만들려 한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할 때, 그 사람이 왜 좋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상대방은 내가 왜 좋은지 생각해 봤을까. 
사회가 사랑을 통제하는 곳에서 진지한 생각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공통점과 조건이다. 결국 사회의 통제 속이 아닌 '자유'의 상태에서 생각할 때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인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해서 자유롭게 생각할 틈 말이다. 나이, 외모, 재산, 학벌 등 사회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때 상대방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 







 #4. 으스스하고 기괴한 '관계에 대한 고찰' 



 영화 중간중간 실소를 내게 하는 재밌는 요소들도 있다. 커플이 되어야만 음식을 먹다 사례에 걸렸을 때 상대방이 도와줘 죽지 않는다는 설정, 커플이어야만 길거리에서 치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설정, 커플은 꼭 브루스 음악을 틀고 착 달라붙어 춤을 춰야 한다는 설정 등이 그것이다. 결국 이 모두가 사회가 만든 탈출구로 가는 일이다. 그 탈출구는 결국 커플 혹은 결혼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이 아닌 애타게 협력하는 '동반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스스로 위안이 되기 위한 안심된 사랑을 찾는 행위 말이다.  조건에 맞추는 사랑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지를 기괴하게 풀어내는 것이 영화의 전부다. 



마지막은 열린 결말이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스스로 눈을 찔러 실명했을까? 결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여자가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며 물을 들이켜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 여자의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같아서 안타까웠다. 커플,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갇힌 위선과 사랑에 대한 불안감이 전해진다. 

           





영화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배우: 콜린 파렐 (데이비드), 레이첼 와이즈 (근시 여인), 
레아 세이두 (외톨이 리더), 벤 위쇼 (절름발이 남자)

멜로,로멘스,판타지/118분
그리스,영국,아일랜드,네덜란드,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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