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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이 Oct 13. 2018

슬플 때는 슬프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 <活着,Lifetimes> 1994

  







 

 1940~197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중국인(후꾸웨이, 갈우 분)의 모습을 카메라는 한 번의 요동도 없이 조용하고 나지막 하게 잡아낸다. 지루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 시대에 중국의 상황 즉, 문화 대혁명과 주석 마오에 대한 감독의 생각도 은근히 내포되면서 일생을 살아가는 자의 '인생'이란 결국 무엇인지 많은 것을 담아낸다. 아쉬운 건 소설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 하지만 소설과 영화 모두 인생의 정의는 똑같다. 중국의 장예모 감독, 공리와 갈우 그리고 원작은 소설가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이다. 





  1940년대 부잣집 도련님 후꾸웨이(갈우)는 도박으로 파산하고 만다. 그 충격으로 아버지가 죽고 아내는 집을 나가 버린다. 그 후 집에 남아 있던 물건들을 팔며 간간히 생활을 이어 나간다. 1년 후 부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잘 살아보자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부부는 가난하지만 그림자극을 통해 돈벌이를 시작한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만다. 영화에서 그 당시 전쟁의 묘사는 강렬했다. 부상당한 군인의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온갖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전쟁에서 돌아온 후꾸웨이는 간신히 잡일을 하며 먹고살고 있는 부인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그 후 시대가 흘러 중국은 노동자 계급은 우대받고 자본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끌려가는 정황을 맞이한다. 전쟁을 위해 강제로 철을 거둬들이는 모습, 마을에 공공식당을 만들어놓고 각자 다 똑같이 밥을 배식받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 위원장이 올 것이니 모든 아이들을 집합하란다. 지아젠(공리)은 아들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위원장의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냈다. 그런데 그 날 위원장의 운전 실수로 아들이 치어 죽는 일이 발생한다. 소설에서는 지주의 부인이 애 낳는데 피가 필요해서 피를 뽑다가 아들이 죽는다. 어쨌거나 둘 다 위원장, 지주 때문에 죽는다. 하지만 부부는 "엄마가 미안해, 그날 학교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 내 잘못이다."라며 아들이 죽은 이유에 대해서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를 탓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대사들을 통해서 그 당시 체제를 은근히 비꼰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 그뿐이랴. 벙어리 딸은 절름발이와 결혼해 아이를 낳다가 죽는다. 그 당시 의사들이 자본주의라며 모두 감옥에 갇혀 병원에는 새파란 젊은 아이들이 의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 젊은 의사들의 실수로 딸도 죽는다.

  이쯤 되면 주인공이 너무 불행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주인공 후꾸웨이와 지아젠은 불행할지 몰라도 행복해 보였다. 그 둘은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슬픈 일, 힘들이 있다면 그냥 슬프고 힘들어하면 될 뿐이다. 어차피 모든 일과 감정의 복받침이 자신들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아들을 죽인 위원장이 딸의 결혼식에 왔을 때는 그를 손님으로만 대했다. 아들을 죽였다는 것에 대한 갈등이 있었지만 우선은 결혼식에 온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가능한 일 일까? 아들과 딸이 죽으면 그때의 슬픔을 느끼고 또다시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 살아가고.. 자신들에게 생긴 슬픔과 고통을 인정하는 것이다. 복수와 미움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말이다. 


 


  마지막 장면은 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고 아들과 딸은 비록 죽었지만 남아있는 손자와 사위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인생, 주인공 후꾸웨이와 지아젠은 알고 있다.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살아가면서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과 나란히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세상에 대한 증오와 미움 모두 필요 없다. 슬플 때는 슬프면 된다. 어차피 추억이자 친구이자 필연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 <活着,Lifetimes> 1994

중국, 대만/ 드라마 / 1994년  

감독 : 장이모우 (장예모)

출연 : 공리, 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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