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 인 마이 백 (What's in my bag) 여행자 버전
자신의 가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 보여주는 "왓츠 인 마이 백(What's in my bag)" 콘텐츠가 인기다. 그동안 비밀스럽게 여겨지던 남의 가방 속. TV 안의 연예인들이나 유튜버들은 거리낌 없이 가방을 헤집어 소지품을 공개한다. 이런 콘텐츠들이 요즘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가방 안의 손때 묻은 소지품들은 어지간해선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갖고 다니지 않으니까. 전문가들이 가지고 다니는 건 좋은 제품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주는 거다.
여행자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미니멀리스트와 그렇지 않은 사람. 흔히들 보부상이라 불리는 가방에 여러 가지 물건을 꽉꽉 채워 넣어 다녀야 안심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미니멀리스트 여행자는 가방에 무엇을 넣고 다닐까? 연예인은 아니지만, 오래된 경력의 미니멀리스트 여자 여행자로서 전하는 꿀팁! 방 한구석에 내 오래된 단짝 친구인 보조가방에 늘 넣어 다니는 물건들을 소개한다.
손수건
간편한 일회용 티슈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촌스럽게 손수건이라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우리는 쓰고 버리는 것이 참 쉬운 사회에 살고 있다. 화장실에서 한 번 손을 쓱 닦고 버리는 페이퍼 타월부터 시작해 일회용 커피 컵까지. 그렇지만 자연을 즐기며 사는 여행자는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의식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손수건을 들고 다니며 닦고, 일회용 티슈 사용을 줄여나가다 보면 짐도 줄고 환경도 지킬 수 있어 일석이조다.
다용도 만능 크림
다용도 만능 크림이라 쓰고 바셀린이라 읽는다. 건조한 기내 안에서도, 겨울의 유럽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만능 크림. 자그마한 유리 공병에 조금씩 덜어 다녀도 좋다. 하나쯤 장만해두면 불쌍하게 갈라진 손이나 터진 입술을 방치하지 않고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효자품목이다. 특히나 건조한 피부를 가진 나는 비행기를 타면 손을 닦고 난 후마다 발라주기도 한다. 드라이한 기후를 가진 여행지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로션과 섞으면 리치한 보습 크림이 부럽지 않다.
셀카봉
혼자 여행 가면 주로 풍경사진을 찍는 나이지만 가끔은 인증숏이 정말 남기고 싶을 때가 있다. 한적한 곳에 가면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친절하게 물어보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어 괜찮다. 그러나 유명 관광지일수록 서로 사진 찍기에 바빠 솔로 여행객은 본인 사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럴 때 유용하게 쓰이는 게 이 셀카봉이다. 삼각대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장만하면 풍경도 예쁘게 담을 수 있다. 성당이나 박물관 등에선 셀카봉 사용을 금지하는 곳도 있으니 사전에 안내문을 잘 읽고 들어가도록 하자.
펜 한 자루
모든 게 디지털화되는 요즘 세상이지만 아날로그 방식도 필요한 법! 여행지에서 가볍게 노트하거나 하다못해 숙소에서 인적사항을 남길 때도 펜은 유용하다. 개인적으론 가방 안의 펜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비행기에서 입국카드를 작성할 때라고 생각한다. 승무원의 펜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우왕좌왕할 때, 우아하게 꺼내 든 펜 한 자루로 여유로운 작성을 마쳐보도록 하자.
여권과 비상연락처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굳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당신에게 말한다. 생각 외로, 여권을 늘 품에 넣고 다니는 걸 잊고 사는 여행자들이 많다! 여행에선 늘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법이다. 백화점에서 신나게 쇼핑을 하고 카드를 내밀었는데 여권 확인을 요구당하는 경우도 매우 빈번하다. 환전이나 신분을 증명할 때는 반드시 여권이 필요하다. 비상연락처도 마찬가지다. 말도 안 통하는 해외에서 비상상황에 처했을 때 현지 연락처만큼 소중한 건 없다.
스카프
가끔은 넉넉한 스카프 하나가 열 벌의 옷 안 부럽다. 일교차가 큰 지역을 여행할 때 특히 그렇다. 아직 낮은 더운데, 밤에는 쌀쌀한 도시에서 스카프로 목을 따뜻하게 감싸면 감기도 예방할 수 있어 좋다. 패셔너블한 스카프는 그 자체로도 좋은 아이템이다. 자칫 단조롭기 쉬운 여행사진에서 같은 옷차림에 스카프 하나를 매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햇볕 좋은 날 남들처럼 잔디밭에서 놀고 싶지만 돗자리가 없을 때, 스카프 하나만 잔디밭에 깔아도 나만의 피크닉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전자책 (킨들)
내 어릴 적 별명은 책벌레다. 14살 첫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갔던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이었다. 323쪽의 450g짜리 무거운 책을 낑낑거리며 들고 다녀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 행복했다. 그땐 손바닥만 한 기계 하나에 책 수백 권을 넣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란 걸 짐작도 못했다. 가벼운 킨들 하나를 들고 휙 떠나는 독서 여행도 나름의 매력이 충분하다.
보조배터리
구글맵에 길들여진 나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비자발적 길치가 된다. 스마트폰은 내 개인 비서요, 통역기이기도 하다. 말 안 통하는 곳에서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스마트폰의 명줄이 다 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보조 배터리는 미리 꽉꽉 채워 충전해 들고 다닌다. 미리 배터리를 저전력 모드로 설정하는 것도 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작은 팁이다.
비상약과 밴드
아프면 서러운 법이다. 특히 해외에 나갔을 때는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 잘 듣던 약들을 챙겨가도록 하자. 묘하게도 낯선 나라 약국에서 구한 약들이 잘 듣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약들도 낯을 가리는지 모를 일이다.
밴드도 크기별로 구비해서 하나씩은 넣어두자. 뚜벅이 여행자는 발이 생명이다. 간혹 발에 생채기가 나거나 맞지 않는 신발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이때 밴드 하나면 쉽게 해결 가능할 때가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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