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번쯤은, 슈퍼마켓 여행

당신이 해외여행에서 현지 마켓을 꼭 들러야 하는 이유

by Sunyoung Choi

듣도 보도 못한 이국의 과일들과 신선한 해산물, 평소엔 접해보지 못했던 ‘물 건너온’ 제품들이 즐비한 외국의 마트. 해외를 나가 현지 마트를 둘러보는 건 꽤나 설레는 일이다. 낯선 곳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 체험하는 데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매대에 진열된 물건들과 현지인들이 장바구니에 넣는 품목들에 관심을 가지면 그 나라의 생활이 보인다. 꽃과 정원 가꾸기를 사랑하는 영국을 예로 들어보자. 마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빼곡하게 놓인 초록색 식물들과 싱싱하게 핀 꽃들, 그리고 정원용품이다. 입구에 채 들어서기도 전에 노랗게 핀 수선화가 반긴다. 벽면에 가득 걸린 정원용 삽이니 갈퀴들을 보고 있자면 ”이 나라 사람들, 정말이지 가드닝에 진심이구나 “ 란 생각이 절로 든다.


또 외식 물가가 비싼 나라에선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마트만 한 종합 선물세트도 없다. 일단 여행 기간이 일주일 이상 길어진다 싶으면, 숙소에 주방이 있는지 체크하자. 여행비를 아끼는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호스텔의 경우 대부분이 공용 주방이 딸려 있으므로 굶을 걱정은 없다. 장기 투숙을 받는 에어비앤비나 아파트먼트 형태의 숙소도 부엌이 있는 경우가 많다.


손 떨리는 메뉴판 물가로 식당에 발 들이기 쉽지 않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머물던 숙소의 1층에 있던 슈퍼마켓은 내 구원자나 마찬가지였다. 퍼석한 호밀빵 위에 짭조름한 대구알 스프레드를 발라 아침으로 먹으면 든든한 한 끼니가 됐다. 헬싱키 시내의 대형 마트에서 구한 핀란드식 밥 파이(Karjalanpiirakka)는 소박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으로, 그날 있던 호수 투어의 훌륭한 점심 도시락이 되어 주었다.


잉글랜드의 흔한 마트 풍경


슈퍼마켓은 가까운 이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을 구하는데도 적당하다. 지금은 해외여행이 흔해 예전만큼 면세점에서 요란하게 기념품을 사는 풍경은 사라져 가지만, 소중한 이들에게 작은 마음의 선물을 사기엔 현지 시장이 적격이다. 피렌체의 재래시장에서 파는 미니어처 트러플 오일, 영국 막스 앤 스펜서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질 좋은 홍차 티백들과 티 푸드, 다낭 마트에 잔뜩 쌓여 있는 인기 좋은 코코넛 커피 등.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이국적인 선물로 주기에 좋은 품목들이다.


당신이 계획한 수많은 멋진 관광지와 별 다섯 개짜리 고급 레스토랑으로 가득한 바쁜 스케줄표. 수박 겉핥기 식의 여행을 피하고 싶다면, 꼭 그 안에 현지 슈퍼마켓을 끼워 넣어 보도록 하자. 가공된 관광지의 겉모습보다 진짜에 가까운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될 것이다.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미각의 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 혹시 아는가? 당신도 나처럼 살미아키 (북유럽의 감초 사탕. 염화암모늄 성분이라 짜고 떫은 묘한 맛이 난다) 초콜릿을 좋아하게 될지 모른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young_choi__

저작권자 © Sunyoung Cho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니멀리스트 여자 여행자의 가방 속이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