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숙소를 가지 마오
여행의 퀄리티를 뒷받침하는 건 숙소다. 이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참 명제다. 비단 그 호텔이 얼마나 비싸고 호화로웠느냐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하룻밤에 채 5만 원이 안 되는 숙소일지라도 청결한 방 상태와 친절한 직원, 내가 가고 싶은 관광지와 가까운 위치로 별 다섯 개를 줘야 마땅한 숨은 보석들이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이런 숨은 보석들을 찾아내진 못할지언정, 수준 이하의 숙소로 고통받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장에서는 여행의 질을 확 낮춰버리곤 하는 나쁜 숙소들을 걸러내는 노하우를 담았다.
1. 사진이 왜 이렇게 찌그러졌어? 왜 방 사진이 없지?
사실 오랜 떠돌이 생활로 어지간한 숙소 사진을 보면 “감”이 오는 지경이 되었다. 여긴 호텔을 가장한 모텔이로구만,부터 시작해서 이 게스트하우스는 한껏 공간이 넓은 척 사진을 늘려 찍어놨지만 방에 들어가는 순간 없던 폐쇄공포증이 도질 것 같아, 까지. 여행을 하며 온갖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별의별 숙소를 다 만나게 된다. 그런 경험치가 쌓인 나도 숙소를 잡기 전엔 최소 2개 이상의 관련 글들을 검색하곤 한다. 사진으로 손님을 속이는 숙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갈까 말까 고민 중인 숙소의 사진을 주의 깊게 보라. 방이 부자연스럽게 찌그러져 보이는가? 과도한 어안 렌즈(fish eye) 사용으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십중팔구 좁아터진 방이다.
어라, 이 호텔은 왜 로비 사진이 이렇게 많아? 보고 싶은 방 사진은 저화질에 어두침침하고 로비는 쓸데없이 호화로워 보인다면, 좋지 않은 방 컨디션을 눈가림하려 애쓰는 호텔일 확률이 다분하다. 이런 호텔들은 복불복이니 피하는 게 상책이다.
2. 첫째도 검색, 둘째도 검색, 셋째는 리뷰!
나는 파워 J형 인간이다. 평소엔 정리정돈과 멀찍이 떨어져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나 편한 삶” 추구를 하다가도, 여행 시기가 다가오면 버튼이 켜진 것처럼 파워 계획형 여행자로 자연스레 모드 변경을 하곤 한다. 계획 없인 못 사는 J들은 사전 조사에 능하다. 사실, 당신이 P형 인간이라 할지라도 숙소 사전 조사를 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얻는 게 훨씬 많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숙소를 알아볼 땐 땐 원하는 지역과 치안, 가격대 등을 중심으로 시작하자. 특히 나 홀로 여행자에게 치안의 중요성이 더욱 올라간다. 해외여행 시 나도 모르게 위험 지역에 묵을 위험성이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선 “Is OOO(지역명) safe to stay?” 등의 검색어를 통해 구글링을 해보자. 나와 같은 걱정을 한 수많은 선배 여행객들이 남겨놓은 글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이때 숙소 검색 사이트에서 먼저 고객 리뷰 순으로 줄을 세우는 우를 범하지 말길 권한다. 리뷰를 우선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호텔 사이트에서 제일 첫 번째로 띄워주는 숙소들은 대개 비싼 특급 호텔이다. 호텔 사이트에선 마진도 많이 남을 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도가 보장된 숙소를 가장 노출시키고 싶어 한다. 당연히 리뷰도 좋을 수밖에 없다. 특급 호텔에 길들여져 호텔 침구의 사각거림과 폭신함 레벨을 논하는 평론가 급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제일 먼저 날짜, 원하는 위치와 가격대, 안전도를 체크하자. 모든 조건이 맞춰졌다면 고객 리뷰는 제일 나중이다. 설령 리뷰가 하나도 없는 신생 숙소라도 수준급인 경우가 많다.
3. “벌레가 나왔어요”는 특히 유의해서 볼 것
이렇게 숙소 리뷰엔 어느 정도 관대한 나이지만, 유난히 주의를 기울이는 게 있다면 그건 “벌레” 관련 모든 평가다. 그게 바퀴벌레든 베드 버그든 모든 종류의 벌레 출몰은 주의 경보 대상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보기에 징그럽고 싫은 걸 떠나, 그 숙소의 전반적 관리 상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게 벌레 유무이다. 청결이 최우선인 숙소 업에서 기본을 못 지키고 있는데, 다른 요소들이 잘 관리되고 있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처럼 큰 마음먹고 떠난 유럽 여행에서 출몰한 베드 버그로 온 몸을 벅벅 긁으며 눈물 흘리고 싶지 않다면, 천장에서 갑자기 턱 하고 떨어져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바퀴벌레로 한 밤 내내 뜬 눈으로 지새우고 싶지 않다면, 다른 건 몰라도 벌레 유무만큼은 반드시 확인하자. 어떻게 찾냐고? 구글 맵스에서 숙소를 찾은 뒤 리뷰에서 “낮은 평점”을 위주로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원칙만 지키더라도 핵폭탄급의 숙소에서 최악의 밤을 지내는 일만은 피할 수 있다. 낯선 곳에서 불안에 떨며 잠들지 못하는 건, 어쩌면 여행자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이런 형편없는 숙소들에 고통받지 않는 당신의 편안한 여행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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