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사람이 여행을 잘할 수 있는 이유 3가지
나는 내향적인 여행자다. 여행 가이드 책의 현란한 나이트 라이프 추천 목록은 언제나 스킵하곤 했다. 클럽은 나에겐 딴 세상 얘기나 마찬가지니까. 수많은 낯선 사람이 뒤섞인 곳에서 파티라니? 그 시간에 차라리 밤의 해변에 앉아 미뤄왔던 책 읽기를 하는 게 마음 편했다. 몇 번 해본 MBTI 검사에서도 외향(E)이 나온 적은 없다. 그야말로 확신의 내향인(I)인 것이다.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들을 좀 더 편애하는 것처럼 보인다. 회식 자리만 가봐도 그렇다. 거침없이 분위기를 휘어잡는 외향인들의 세상이다. 내성적인 이들은 그저 조용히 옆에 앉아 애꿎은 고기만 뒤집을 뿐이다. 부장님의 소주병 마이크가 나에게 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이 세상의 반을 차지한다는 수많은 내향인들. 어지간히 친한 사람 아니면 말을 트기도 쉽지 않은 이들이다. 말을 아끼는 탓에 쌀쌀맞다고 오해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이토록 낯을 가리는 우리가 과연, 생전 처음 가보는 곳에 적응해야 하는 여행에 적합할까? 내 대답은 예스다. 나는 감히 말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여행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왜일까?
우리 같은 내향적인 사람들은 타고난 관찰자들이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성격은 기본적으로 속으로 에너지를 품는다. 바깥에 분출해버리고 마는 외향인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내향인은 그 내면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섬세하게 주변 세상을 관찰한다. 그리고 새롭게 관찰한 것들을 탐구하는 걸 꽤나 즐긴다. 조용히 내 머릿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말이다. 외국의 낯선 길거리에서 입을 꼭 다문 채 눈을 반짝이며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는 이들이 바로 이 내향적 여행자들이다.
내향적인 여행자들은 독립적이다. 우리는 혼자 하는 일에 강하다. 동행들과 시끌벅적하게 다니는 단체관광보다 솔로 여행을 선호한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거리를 쏘다닌다. 때때로 나는 혼자 떠난 여행지의 조용한 카페에서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근사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림 같은 풍경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홀로 기차에 앉아 글을 쓰면 흡족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다. 내향적인 성격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조용한 삶의 단조로움과 고독은 창조적인 마음을 자극한다"라고 (The monotony and solitude of a quiet life stimulates the creative mind).
내향적인 사람들은 타고난 섬세함이 있다. 간혹 사소한 일을 크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여행지의 감동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극에 민감해 기쁨, 슬픔, 재미를 쉽게 느낀다. 따라서 창의성을 요하는 전문 영역에 내향적인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도 내향적인 사람들이다.
여행길에서 외향적인 여행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쉽게 사귀고, 거리낌 없이 생각을 표출하는 그들. 시원시원한 그들이 조금은 부러웠다면 생각을 좀 바꿔보자. 우리는 에너지 출력이 내부로 향하도록 기본 세팅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독립적이고 섬세하며, 여행하다 마주치는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할 줄 안다. 여행에도 재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완벽한 여행자가 되기에 아주 좋은 재능을 지녔다. 혹시 모른다. 그렇게 혼자 골똘히 생각하며 만들어낸 여행 기록들이 세상에 감동을 주는 글이며 사진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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