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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Jul 30. 2023

장거리 비행에서 살아남는 법

장거리 비행 20년 차 베테랑 여행자의 꿀팁

지금껏 장거리 비행을 한 거리를 따지자면 지구 몇 바퀴는 너끈히 돌릴 것도 같다. 그런 베테랑 여행자에게도, 장거리 비행이란 말은 어딘가 심해 속 거대한 물고기 마냥 어딘가 원초적인 공포를 건드리는 단어다. 어릴 적 마냥 설레기만 했던 비행이 나이가 들어가며 한해 한해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장거리 비행을 조금은 더 견딜만하게 해주는 나만의 꿀팁들을 여기 소개해본다.


7월의 어느 날 프랑크푸르트 상공에서, 2023


공기방석

나는 목베개를 선호하지 않는다. 어릴 적엔 다른 사람들이 목에 주렁주렁 매달고 타는 것을 보고 어쩐지 멋져 보여 생각 없이 따라한 적도 있지만, 이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사용하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일단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해 부담스럽다. 목베개 없이도 기내에서 기본 제공되는 얄팍한 솜베개로도 잠을 청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도 한몫한다. 대신 좌석에 깔고 앉는 공기 주입 방석은 꼭 챙기곤 한다. 교통사고 후 휠체어 생활에서 얻은 어찌 보면 좀 서글픈 노하우다만, 딱딱한 휠체어에 오랫동안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방법엔 공기 방석만 한 것이 없었다. 이 공식은 장거리 비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기내는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장소다. 끊임없이 웅웅 거리는 기체, 어디선가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아기와 어쩔 줄 몰라 달래는 부모, 기내식을 실어 나르는 푸드 카트의 소음 등. 노이즈 캔슬링을 쓰면 모든 소음을 간편하게 버튼 하나를 눌러 제거할 수 있다.


메모패드

구름 위에서 글을 쓰는 경험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나 일부 기종을 제외하곤 와이파이니 인터넷이니 하는 평소 집중을 방해하는 녀석들이 제거된 환경에서 글쓰기에만 오롯이 힘을 쏟을 수 있어 온갖 글감들이 생각나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메모패드는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쓰던, 직접 펜을 들고 쓰던 상관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써 내려가다 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곤 한다.


기내용 슬리퍼

코로나 이전, 소위 항공업계가 “풍족하던 시절”에는 작은 파우치에 기내용 필수품을 담아주던 때도 있었다. 항공사마다 경쟁이라도 붙은 듯, 고급스러운 재질의 유명 브랜드 파우치에 칫솔이니 아이 마스크니 기내 슬리퍼니 립밤이니 하는 것들을 곱게 담아 이코노미 좌석에 하나씩 인심 좋게 비치해두곤 했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자리, 더군다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일회용품 사용에 제동이 걸린 요즘 시대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기내에서 신발을 벗는 것이 그토록 편안한 경험이라는 걸 그때 그 얄팍한 기내용 슬리퍼를 쓰면서 깨달은 듯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휴대용 슬리퍼를 쳐보면 여러 번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여행용 슬리퍼를 구할 수 있다.


킨들 혹은 아이패드

활자중독자에겐 이만한 기내용 짝꿍은 없다. 이번 프랑크푸르트행 비행도 가벼운 아이패드 미니와 함께 했다. 평소에 바쁜 생활에 쫓겨 엄두도 내지 못한 프랭크 허버트의 SF 고전 <듄(Dune)>과 조지 R.R. 의 대하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원서를 번갈아 읽어가며 12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버텨냈다.


미니 멀티 로션과 립밤

한 때 유명 연예인의 피부관리법이라며 유행처럼 미스트 사용법이 권장된 적도 있지만, 오히려 더 건조해지는 느낌이라 추천하진 않는다.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보습력 좋은 크림과 립밤이라면 건조한 기내를 견뎌낼 수 있다.


압박 스타킹

장거리 비행 후 다리가 퉁퉁 부어 괴로웠던 경험이 있다면, 압박 스타킹만 한 물건이 없다. “압박”이라는 단어에서 오히려 더 불편해질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다리 정맥이 눌려 생기는 이코노미 증후군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이번 루프트한자 기내 면세품으로 구입한, 무릎까지 올라오는 25유로짜리 압박 스타킹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손 세정제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겐 당연한 필수품이 된 지 오래지만, 이전에도 기내에서 손 세정제는 꽤나 유용한 녀석이었다.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음식 카트 소리가 들려오면 이미 화장실에 달려가 손을 씻기엔 늦었을 때가 많다. 그때 손 세정제가 있다면 그럭저럭 상쾌한 기분으로 손을 씻고 식사시간에 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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