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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Feb 26. 2022

여행 계획짜기, 참 쉽죠?

프로 계획러의 속성 노하우 무작정 따라 하기

때는 바야흐로 약 3 년 전, 독일 내 작은 도시의 아파트에 앉아 크리스마스 시기의 스웨덴 여행 계획을 한창 짜고 있던 때였다. 여느 유럽의 소도시가 그렇듯이 참으로 조용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독일 하늘은 우중충했고, 모니터 안에 보이는 스톡홀름의 크리스마스 마켓 풍경은 한껏 따스해 보였다.


늘 그렇듯이, 모니터 한쪽은 애용하는 구글맵을, 다른 모니터의 한쪽은 스톡홀름 여행 정보를 펼쳐 놓고 계획표 짜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 네가 만든 계획표인 거야? 진짜 잘 짰네."


뒤에서 내 모니터를 골똘히 바라보던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그렇노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모니터 안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럼, 오늘 내내 만들었던 여행 계획표라니까? 계속해서 뒤를 서성거리는 친구의 목소리와 눈빛에 진심 어린 경탄이 묻어 있었다.


"누가 나한테 이런 계획을 만들어준다면 돈 주고서라도 살 텐데."


참, 싱겁기는. 가볍게 웃어넘기면서 다시금 모니터를 바라보며 남겨둔 여행 계획 짜기에 골몰했다. 그때는 단순히 그 친구가 칭찬을 위한 칭찬을 하는 거라고 오해했었다. 그리고 비슷한 칭찬을 수 차례 반복해서 들은 후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생각 외로 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의 첫 단계인 "계획 짜기"에서부터 막다른 골목에 헤맨다는 사실을. 그럴듯한 "여행 계획 짜기"란 생각보다 꽤 큰 재능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히려 길치에 가까운 내가 전 세계 24개국 106개 도시를 마음 놓고 방랑할 수 있었던 건, 십수 년간의 여행 경험이 가르쳐 준 여행 계획의 기본 공식 덕분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이 장에서는 여행 계획 기본 골격 짜기의 핵심 노하우를 소개하려 한다.




1. 가이드북 사재기는 잠시 미뤄둬도 좋다



모든 여행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다. "하늘은 파랗다"라는 무척이나 당연한 명제같이 들리긴 해도, 여행의 테마를 짜는 데 본인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보다 불행한 여행의 시작은 없을 것이다. 최근 여행의 트렌드가 가이드의 천편일률적인 깃발에 따라 움직이는 단체 여행에서 개인 맞춤형 여행으로 정착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남들 다 간다는 이유로 허겁지겁 겨울의 파리를 여행지에 끼워 넣고, 그 잿빛 하늘과 살을 에는 추위에 화들짝 놀라 여행 온 것을 후회하지 않고 싶다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성이 있다(겨울의 잿빛 파리가 그 나름의 매력이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여행의 테마를 짜는 것은 그 여행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여행의 테마라고 해서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단은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집중해보자. 당신이 나만큼의 음식을 좋아하는 먹보이며,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고 가정하자. 사시사철 따뜻하고 맛있는 과일과 음식이 넘쳐나는 태국의 방콕이야말로 가장 적격인 여행지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느냐에 따라 테마를 정하는 것이 골치 아픈 여행 계획 짜기의 부담을 덜어주는 가장 첫 번째 열쇠라고 할 수 있겠다.



2.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마법의 검색어 활용하기


가고 싶은 나라와 도시를 정했는가?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알짜배기 정보만을 뽑아내어 직접 내가 발을 딛고 탐험할 장소를 물색할 단계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9-6 격무에 시달리며 집에 오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기 일쑤다. 큰맘 먹고 가이드북을 사더라도 어느새 책에 머리를 파묻은 채 잠이 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게 낯설지 않다. 그런 당신을 위해, "Top Tourist Attractions"란 마법의 검색어를 소개한다.


뉴욕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가? 뉴욕이란 단어 옆에 위에 소개한 마법의 검색어만 붙여 검색하면 무려  3,760,000,000개에 달하는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첫 화면에 구글에서 소개해주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뉴욕의 관광지 순위부터 실제 장소를 다녀온 전 세계 여행자들의 생생한 리뷰들은 덤이다. 벌써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센트럴 파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핵심 관광지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별점과 리뷰의 숫자에 따라 가봐야 할 장소들을 골라내는 것은 당신의 귀중한 시간과 두통을 혁신적으로 경감시켜 줄 것이다.


3. 여행지의 진짜 얼굴을 알고 싶다면, 구글 지도를 켜라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여행자에게는 말이다. 생전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났던 2000년도 초반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은커녕 각 가정의 자가용 뒷좌석에는 "대한민국 전도"가 바이블처럼 실려있었으며, 여행지에서 의지할만한 정보라고는 여행 책자에 딸려 있는 지도 밖에는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 수많은 지도 앱들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에게는 특히나 "구글 지도"를 추천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서의 그 존재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98% 데이터를 담고 있다는 구글맵의 정보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사실 구글맵의 가장 큰 정보력은 전 세계에서 여행자와 현지인이 공유해주는 "리뷰"에 숨어 있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러닝 트랙은 어디인지, 흡사 뉴욕 여행을 몇 주전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가장 최신의 팁들을 쏟아내는 것이 구글 지도의 매력이다.



4. 이제, 가고 싶은 장소의 점을 찍어라.




당신이 마법의 검색어를 활용하고, 구글 지도의 계정을 만들어 나만의 지도 만들기를 시작했다면 다음 단계는 가고 싶은 곳의 "점"을 찍는 것이다.


구글 지도에는  저장하기(Save) 기능이 있고, 저장한 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에 알록달록하게 표시를 해두는 것도 가능하다. 이 작업은 내가 가고 싶은 장소를 놓치지 않고 저장해두는 것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소개할, 동선 정하기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그저 머리를 비우고 "이곳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가고 싶은 장소"를 열정적으로 저장해두면 된다. 그렇게 저장을 해 나가다 보면 대략적으로 어느 구역에 내가 원하는 관광지가 몰려 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 점을 다 찍었다면, 선을 긋는다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동선" 때문이다. 당신이 전용 제트기와 호화 유람선을 소유한 재력가가 아닌 이상에야 여행비와 시간을 아끼는 비법은 "효율적인 동선"에 있다. 어쨌거나 절대 다수의 우리는 당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올해의 연차 개수에 따라 여행 일자를 정하고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시민이니 말이다.


디즈니월드를 정복하겠다는 일념으로 떠난 미국 일주 여행에서 나는 뉴욕, 찰스턴, 올랜도, 샌프란시스코를 주요 거점 도시로 삼았다. 내가 찰스턴, 올랜도, 샌프란시스코, 뉴욕이란 뒤죽박죽인 순서대로 여행했다면 꼬여버린 동선으로 고통스러운 여행이 되었을 것이 뻔하다. 단순한 예이지만 모든 여행에서 이 법칙을 적용시킬 수 있다. 점을 찍고, 선을 그어 동선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녀야 할 여행의 숙소와, 교통편의 감을 잡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


6. 당신의 여행은 절반 이상이 완성되었다.


이 항목까지 따라 했다면 이제 한 숨 돌려도 무방하다. 여행의 기본 골격은 이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즐겨 쓰는 영어 표현 중에 "Get the hang of it"이라는 숙어가 있다. 처음에는 미숙하나 점차 요령을 터득해 서서히 감을 잡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첫걸음이 어렵고 미숙한 것은 당연하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이제 당신은 프로 여행자가 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고, 다음 장에서 아낌없이 공유될 여행 노하우들을 통해 숙련된 여행자가 되어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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