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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Mar 04. 2022

여자 혼자 세계여행을 갈 수 있냐는 당신에게

고독한 여행을 즐기는 당신을 위한 베테랑 여행자의 가이드

여자, 홀로, 여행. 이 세 가지 단어가 하나로 뭉쳐지면 대부분의 경우 주변인들의 이런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이 험한 세상에, 도대체 여자 혼자 어딜 간다는 거야?"


슬프지만 사실이다. 남녀평등의 시대가 왔다고는 하나, 여자 나 홀로 여행족들은 각종 위협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홀로 여행하는 여행객을 타깃으로 하는 범죄는 존재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하는 여행은 매력적이다.


홀로 떠나는 기차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푸르스름한 프라하의 그 어둑한 새벽, 홀로 쿠트나호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은 채 창가에 고개를 기대고 느지막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던 순간.


차가운 새벽 공기와 무채색의 옷을 입고 조용히 앉아 있는 체코인 승객들.


그 사이에서 나 홀로 앉아 노트패드에 글을 쓰던 순간. 차가운 고독감과 함께 서늘한 자유를 맛보던 그 겨울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서점에 가서 여행 서가를 들여다보자. 그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이국적인 오지부터 각종 대륙 횡단기까지, 온갖 지역을 아우르는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전체 여행자의 2/3의 비율을 차지(GW School of Business, 2016)한다고 하는 여자 여행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나 홀로 여행족의 안위와 즐거운 여행을 위한 안내서는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며 이번 장을 쓰게 되었다.


비단 여자 솔로 여행자만을 위한 팁들이 아닌, 남녀 불문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을 위해 참고하면 좋을 사항들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1. 호스텔은 안전한 여행을 위한 절호의 기회


뉴욕 JFK공항에서 막 내려 입국 심사를 할 때였다. 반복적인 업무에 약간은 심드렁해 보이던 입국 심사관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그는 나에게 직업은 무엇인지, 미국에는 뭐하러 왔는지 등등의 평범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어디에서 묵을 계획인가요?"

"호스텔이요."

심사관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걸 느꼈다. 그는 내 행색을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호스텔, 호스텔이라. 좀 위생적이진 않잖아요? 여러 명이 한 방에 묵으니 불편하기도 하고. 전에 호스텔에 묵어본 적은 있어요?"


전형적인 호스텔의 도미토리 룸의 전경


나는 호스텔 예찬론자이다. 20년 이상 이어져 온 내 세계 여행을 가능하게 한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로 들썩이는 호스텔은 동행을 만들기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이다. 굳이 동행을 만들고 싶지 않은 진짜배기 고독한 여행자라고 할지언정, 호스텔은 다른 동료 여행자들로 넘쳐나는 장소이니만큼 가장 생생한 여행 꿀팁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호스텔 복도나 입구에 붙어 있는 게시판을 눈을 크게 뜨고 주목하도록 하자. 그 여행지에서 가장 뜨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호스텔에서 주최하는 소셜 파티를 홍보하는 게시물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하다 못해,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각종 제휴 업체 할인 정보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경우도 있다.


에스토니아 중세 도시인 탈린에 있는 한 오래된 호스텔에 묵을 때의 일이다. 유럽의 북쪽에 위치한 노르딕 국가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겨울에 해가 무척이나 일찍 진다. 해가 진 이후에 캄캄한 밖을 혼자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이지만, 골목마다 즐비한 펍에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빛에 호기심이 동했다. 마침 호스텔 게시판에 붙어 있던 "펍 크롤(Pub Crawl, 하루 동안 여러 펍들을 돌아다니면서 한잔 하는 것)" 모험을 떠날 팀원을 모집하는 글에 용감히 도전장을 내밀었고, 결과적으로는 호스텔에 묵던 다른 여성 여행자들과 아주 안전하고 즐거운 펍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들과 친해져 호스텔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참가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낮 시간 이후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호스텔에서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을 사귀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보통 호스텔을 선택하는 여행자는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족이 절대다수이지만, 사람 사귀는 맛을 아는 여행자들은 동행이나 친구를 만들기 위해 호스텔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호스텔에서 친구를 사귀는 팁을 전수하자면, 도미토리 룸(여러 명이 한 방을 공유하는 형태)과 공용 부엌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 출신이던, 나이가 몇 살이던 상관없이 사람은 밥을 함께 먹으며 친해지기 마련이다. 누가 아는가? 잠깐의 여행 동행을 넘어 평생의 친구를 만들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2. 당신의 안식처를 신중하게 골라라


검증된 숙소의 중요성은 두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낯선 여행지에서 숙소는 당신의 집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나 홀로 여행족에게 숙소는 안전 피난처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여행지다. 오죽하면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에서 자조적인 의미로 "샌프란시스코가 너무 비싸서 나는 컵을 반쪽만 살 수 있었어요(San Francisco Was So Expensive I Could Only Afford Half a Cup)"라는 문구가 새겨진 반으로 쪼개진 머그컵을 팔고 있겠는가.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 현지인들조차 이백, 삼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렌트비에 룸메이트를 구해 겨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판국이니.


이런 지경이니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기 전엔 숙소를 정하기 위해 골머리를 꽤 썩혔었다. 어지간하면 숙소에 큰돈을 쓰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하는 나였기에, 수십만 원이 우습게 넘어가는 샌프란시스코의 숙소들은 돈 먹는 하마처럼 느껴졌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특산 요리인 클램 차우더와 사워 도우 빵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은 스스로의 타협 과정을 통해 도시의 수상쩍은 변두리에 위치한 십만 원 미만의 호텔들로 자연히 시선이 옮겨가게 되었다. 그리고 상상보다 더 끔찍한 리뷰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호텔에 묵을 생각인 사람들에게: 이 호텔은 샌프란시스코의 우범 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닫힌 호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릴 때마다 나는 혹시나 강도에게 칼을 찔리지는 않을까 공포에 질렸었어요. 방 컨디션은 말할 것도 없이 최악입니다. 침대 시트에선 덜 지워진 수상한 얼룩을 볼 수 있었고, 냉장고를 열면 바퀴벌레와 인사를 할 수 있어요.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가격만을 본다면 정말 최고죠.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떻게 50불로 하룻밤을 지낼 수 있겠어요?"


샌프란시스코의 저렴한 호텔에 묵으려고 하던 내 계획은 당연하게도 바로 취소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소중한 본인의 시간을 들여 그 리뷰를 쓴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간혹, 고객 후기에 “치안이 걱정되는 의심스러운 골목에 위치해 있었지만, 나머지는 다 괜찮았어요!”류의 유난히 싼 숙소들이 있다. 후기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보인다면, 그 숙소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맞다.

단 몇 푼의 돈에 안전을 담보 잡히지 말기를 당부, 또 당부한다.


3. SNS에 실시간 장소 공유는 금물!

여행 중 소셜 미디어 사용은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은 2016년 파리의 한 호화 호텔에서 강도를 당했다. 곧 경찰에 잡힌 강도단은 킴 카다시안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녀의 SNS를 통해 정보를 얻어냈음을 실토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당신의 멋진 여행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내가 묵는 예쁜 숙소, 근사한 식당, 멋진 야경이 보이는 브루클린 다리! 얼마나 자랑하기 좋은 사진들인가? 그렇지만 당신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사진과 장소들이, 아는 이 하나 없는 여행지에서 범죄의 좋은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킴 카다시안만큼의 유명인은 결코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하던 중이었다. 무심코 페이스북에 지금 여행하는 장소를 태그 하고, 깜빡 그 포스트를 "전체 공개"로 해놓았나 보다. 한두 시간이 지났을까. 페이스북 메신저에 낯 모를 사람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안녕? 너는 지금 그라나다를 여행하고 있는 것 같구나. 나는 이 지방에 사는 사람인데...(중략)" 척추를 통해 한기가 쭉, 머리끝까지 퍼져 머리카락이 바짝 서는 것 같은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바로 그 포스트를 삭제했음에도 낯 모를 누군가가 내 동선을 파악하고 있으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안다는 사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잠시, SNS를 하던 손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의 공기와 여행지의 설렘을 흠뻑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4. 각종 워킹 투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


홀로 뉴욕에 가는가? 온 세계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이 요리하는 진미가 가득한 뉴욕에서 혼자 먹는 저녁이 걱정되는가? 걱정하지 말자. 3시간 동안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여행자들과 어울려 즐겁게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워킹 푸드 투어가 있으니까.


세계 어디를 가든, 워킹 투어가 없는 도시는 흔하지 않다. 워킹 투어란 말 그대로 반나절 정도 걸어 다니며,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그 도시를 탐험하는 투어 형태를 말한다. 보통 투어 가이드는 그 도시에 살고 있는 현지인이므로, 당신이 이 도시에 대해 가지고 거의 모든 질문에 기꺼이 웃는 낯으로 답해줄 것이다.


몇 년 전 화창한 봄날, 뉴욕을 여행할 때 호스텔 게시판에 붙어 있던 워킹 투어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맨해튼 곳곳의 유명한 곳을 돌아다니면서 같이 투어에 참여한 이들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 투어가 끝나고 난 뒤엔 친해진 일행들과 브루클린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화덕에서 구운 피자를 파는  "그리말디 피자(Grimaldi's Pizza)"에 들렀다. 브루클린의 피자 맛집을 꼽으라면 둘째가라면 섭섭한 그리말디 피자. 그곳에서 앤초비(청어류의 물고기를 이용한 서양식 젓갈)를 듬뿍 얹은 피자를 어둑한 빨간 체크무늬의 테이블보가 올라간 오래된 피제리아에 맛보던 기억은, 뉴욕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나의 도시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보고 싶지 않다면, 베를린 장벽에 숨겨진 뒷 이야기와 현지인들만 알고 있는 맛집들이 궁금하다면, 각종 워킹 투어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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