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서울에 아파트를 사게 된 이유

꿈은 멀고 현실의 벽은 높았다

by Sunyoung Choi

“저 허공에 떠 있는 사각형 콘크리트 방들을 사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니…”


불과 1년 전 이맘때쯤이었을까. 높다랗게 솟은 서울의 아파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던 내가 어느새 “그 사람들 “ 중 하나가 되어있을 줄이야.


캐나다에 살 때부터 내 꿈은 아담한 주택 한 채를 마련하는 거였다. 내가 살던 “남의 집”처럼, 뒷마당엔 호수를 접하고. 겨울이 다가오면 거위들이 떼로 날아오고, 겨울엔 꽁꽁 언 호수 위로 아이스하키를 한다거나 하는. 지하엔 아늑한 소파와 담요, 티브이를 켜놓고 좋아하는 호러 영화를 마음껏 보는, 그런 외딴 주택 말이다.


그 꿈이 태평양을 건너고 세월을 먹으면서, 서울 사대문 안 한옥 한 채로 좁혀졌다. 사실 분수에 맞지 않게 큰 꿈이긴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나날이 부풀어가는 하늘색 꿈은 뭉게구름처럼 형체가 없었다.


첫 시작은 한옥이었다. 한옥의 고즈넉함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결혼식도 오래된 양반 고택에서 올렸던 우리였다. 서울 안에 우리가 ”감히 “ 건드릴 수 있는 한옥을 예산 안에서 낱낱이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옥엔 두 타입이 있었다. 방 개수와 평수가 만족스럽다 싶으면, 다 낡아빠져 쓰러져가는, 천장 위에 무엇이 서식하고 있을까 걱정되는 이름뿐인 한옥이 있는가 반면에, 위치와 인테리어가 예쁘다 싶으면 한 사람이 살아도 숨 한번 크게 쉬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이라는 걸. 게다가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걸, 부동산의 “부”자도 모르던 나는 그때서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일시적으로 포기하긴 했어도, 한옥에 대한 로망을 버릴 수 없는 나는, 지금도 서울 곳곳의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다. 언젠가는 저 예쁜 마당에 좋아하는 수국을 잔뜩 심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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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과 고양이를 사랑하는 여행작가랍니다. 영국의 소소한 일상과 여행을 담은 책, <영국은 맛있다>를 펴내기도 했어요. sundaybookclub20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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