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먹은 호텔 크루아상은 버터향이 났다
“모든 유럽 호텔에서 먹을 수 있는 조식 스타터 팩”이라는 우스갯소리 밈(meme)이 있다. 유럽 숙소에서 한 번이라도 조식을 먹었던 사람이라면 기시감이 들 법한, 이 패키지에 포함된 상품은 이렇다.
‘이상할 정도로 바삭하고 맛있으며 버터향이 가득한 크루아상과 치즈, 공짜 연어, 분명히 내가 다 먹어버릴 것이 분명한 바구니에 한가득이 담긴 마들렌, 뭔가 지역 특산품 같은 정체불명의 케이크, 꿈의 기계(에스프레소 머신!), 오색 빛깔의 진기한 과일들과 무슨 과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맛있는 이 주스!’ 이 모든 것이 포함된 스타터 팩을 드신다면, 당신의 유럽 여행은 절반쯤 완성된 것이다.
여행에서의 조식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몇 년 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호캉스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서양식 조식은 두 가지로 분류한다. 갓 구워낸 크루아상과 향긋한 커피로 대표되는 유럽식인 콘티넨탈 브렉퍼스트(continental breakfast)와 보기만 해도 배가 그득 이 불러오는 팬케이크, 계란 스크램블 요리가 추가된 미국식 조식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침은 든든히 먹는 걸 선호하기에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쪽으로 약간 마음이 쏠리는 건 사실이지만, 대륙식 조식도 좋아하는 편이다. 한 겨울의 로마 어느 호텔에서 아침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무 트레이에 가득 담아 날라다 준 버터와 우유 향이 가득한 빵, 그리고 투박한 하얀 잔에 담긴 카페 라테의 진한 맛을 아직도 기억한다. 빵과 버터, 블루베리와 살구 미니 잼, 달콤한 초콜릿 스프레드까지. 은색의 작은 버터나이프로 아직 따뜻한 빵을 싹, 갈라 고소한 노란 버터를 아낌없이 발라내어 입 안에 넣으면 그 풍부한 향이 온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고색창연한 로마의 날들을 밝혀주는 듯, 매일의 아침은 그렇게 진한 카페라테 향으로 시작되곤 했다.
미국식 조식의 기억엔 플로리다의 모텔에서 차려낸 한 상이 빠질 수 없다. 디즈니 리조트 옆에 자리한 낡지만 정갈한 모텔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 관광객 수에 신기하게도 딱 맞게 준비한 반들반들 윤이 나는 팬케이크 기계들. 플로리다의 금싸라기 같은 햇살이 창가에 내리쬐는 조식 식당에는, 달콤한 팬케이크 굽는 냄새가 디즈니월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 모든 조식에는 여행의 향이 묻어난다. 그때 먹었던 빵 한 조각에서 울고 웃었던 여행의 모든 기억을 맡아낼 수 있다. 그래서 여행지의 조식은 특별한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