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 정리, 절대 이렇게 하지 마라
스마트폰에 정리 못한 여행 사진이 넘쳐나 고통받는 당신을 위해
이번 여름, 큰맘 먹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당신. 파리, 로마 등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유명 도시들은 모두 찍고 돌아오는 길이다. 인스타그램에 여행 사진을 올리니 순식간에 좋아요가 폭발한다. 가족 단톡방은 그날그날 먹은 음식 사진과 그림 같은 풍경 사진으로 가득하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사진첩을 넘기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역시,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더니.
문제는 한국에 돌아온 다음부터다. 다녀온 도시마다 수 백장은 가뿐히 넘는 사진들. 도대체 어느 세월에 정리하지?
요즘 MZ세대들에게선 MBTI(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가 유행이다. 이 표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이 16가지 유형에 딱 자로 재어 맞춘 듯이 맞아떨어지는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나는 J 성향을 띠는 것 같다.
J는 판단형(Judging)으로 체계적인 걸 선호한다. 여행을 할 때마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신나게 엑셀표를 꺼내 들고 계획을 짜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나는 J가 아닌가 의심해봐도 좋다.
내 안에 숨어있는 J는 여행 사진을 정리할 때 특히 빛을 발한다. 날짜별, 나라별, 도시별로 착착 정리된 내 여행 사진 폴더를 보면서 ”아니, 사진 정리를 왜 이렇게 잘해? “라며 감탄하는 지인을 적지 않게 보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사진들은 내 여행기의 소중한 재산이 되었다.
나라고 처음부터 여행사진 정리를 잘 한 건 아니다. 한 도시에서 3주가 넘게 머물면서 남겨둔 기록을 통째로 날려버린 뼈아픈 기억도 있다. 당신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며, 내 정리법을 공유한다.
사진을 한 곳에만 저장해둔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두지 말라 “는 투자 격언이 있다. 계란을 한 곳에서만 보관하면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 몽땅 깨질 수 있어 나온 말이다. 사진을 한 곳에 ‘몰빵’해놓는 것도 비슷하다. 나름 외장 하드에 신경 써 보관해놓은 소중한 사진들이 분실이나 파손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되는 일들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이런 마음 아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외장 하드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 최소 2곳 이상에 사진을 백업해 두는 걸 추천한다.
“미국 뉴욕 여행“, ”2021년 추억여행”, “우리 집 고양이” 등등… 폴더명을 제멋대로 섞어둔다
거듭 말하지만, 사진 양이 많지 않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폴더가 차곡차곡 늘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사진을 어디에 뒀더라? “ 하며 혼란스러워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폴더명은 일목요연하게 통일하여 만드는 것이 좋다. 나는 여행한 날짜, 나라, 도시 순서로 폴더명을 만든다. 예를 들어 2022년 1월 영국 런던을 여행했다면 ”2201_UK_London “이 된다. 이 방법은 여행한 장소들이 시간순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복된 사진을 그대로 남겨 놓는다
똑같은 에펠탑 앞에서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연속적으로 셔터를 누른 경험, 여행자라면 숱하게 겪었을 것이다. 중복된 사진은 쓸데없는 용량을 차지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사진을 나중에 찾아볼 때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중복된 사진은 그때그때 삭제해주는 것이 좋다. Alpaca 등의 중복사진 정리 앱을 이용해 이상형 토너먼트하듯 가장 좋은 사진만을 남겨놓는 식으로 말이다.
어두침침한 사진, 보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사진을 찍다 보면 빛이 부족하다거나 손이 떨려 실제 풍경과는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색감 보정을 하지 않고 세월이 흐른 뒤 사진을 보면, 여기가 이렇게 칙칙한 곳이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예쁜 사진을 간직하고 싶다면 Snapseed, 포토샵 등의 사진 보정 앱을 이용해보자. 약간만 슬라이드를 움직여도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아이폰 기본 사진 편집 앱도 잘만 활용한다면 훌륭한 “인스타 감성”을 낼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해야 값어치가 있는 법이다. 나만의 소중한 여행사진들을 알차게 정리해, 오랫동안 남는 추억으로 간직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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