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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Aug 01. 2019

#25. 스위스에서 만난 그루터기

모두가 가는 곳 대신, 내가 가고 싶은 곳.

수 해전, 유럽 배낭 여행 중에 마주치는 대다수의 한국여행객들에게 

다음 여정은 스위스라고 얘길 건네면 

한치도 어김없이 십중 팔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융프라우 산에 가시겠네요?" 
스위스에서 내가 계획한 일정으로 융프라우 대신, 다른 곳을 간다 하면 

거의 대다수는 내게 주저없이 조언의 한마디를 건네곤 했다.

"왜요? 스위스에서는 융프라우가 제일 유명한데. 루트 변경하시는 게 어때요?"


타인들의 조언에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던 나는 원래 나의 계획대로

알프스의 봉우리들 중 가장 유명한 '융프라우요흐'가 아닌 스위스의 쉴튼 호른이란 곳을 찾아 올랐다.

떠나기 전 가이드 북과 여행사이트 등 온갖 동원 가능한 지식의 바다를 헤메던 중 

알게 된  '뮈렌'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에 꼭 가보리라 다짐했기에.  

ⓒ클로이의 순간포착 - 스위스 뮈렌 마을 입구의 아기자기한 표지판 


알프스의 산봉우리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스위스의 베스트 여행지 넘버원으로 꼽히는 융프라우요흐.

 그 다음으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쉴튼 호른. 

쉴튼 호른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하던 작은 마을, 뮈렌


사실, 요즘에야 쉴튼 호른도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이 융푸라우 뿐만 아니라 쉴튼 호른까지

넉넉한 일정이라면 2개의 봉우리에 모두 오르고들 하지만,

짧은 여행 일정 속 꼭 하나만 정해야했던 나는 융프라우와 쉴튼 호른의 두 갈래 길목에서 

내 마음과 내 발길을 정해야만 했다.


ⓒ클로이의 순간포착 -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되어 차량 진입을 불허하는 마을, 뮈렌.

뮈렌은 자연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해, 다른 지역보다 세금도 더 많이 부과 된다고 한다. 

알프스에 있는 마을 답게 해발 천 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했던 뮈렌은 절로 탄성을 나오게 했다.

하늘 가까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과 어우러지는 대자연의 조화.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주던 마을 입구의 나무 그루터기.

  

평온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루터기는 드넓은 설경에, 푸르른 하늘에 

더 가까이 와서 자연을 깊이 보라는 듯이 

자신의 자리를 관광객들에게 내어 주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친절한 그루터기에 걸터 앉아 바라보는 알프스의 만년설이란

 산꼭대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내가 만약 짧은 일정 속에서 다른 대다수의 얘기와 가이드북에만 의지하고 방향을 틀었더라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작은 마을, 뮈렌과 쉴튼 호른.

물론 그 덕에 난 융프라우요흐는 당연히도 경험하지 못했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선 경험자들이 얘기하는

“아.거기~별루에요. 볼거 없어요.”라는 식의 훈수들을 생각보다 많이 듣게되고,

일상을 살아나가는데에 있어서도

무수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부모님, 상사부터 친구까지

다양한 인생 선배들로부터 여러가지의 조언을 듣곤한다.


그럼에도 모든 것은 내가 느끼고 내가 걸어가야하는 것. 

똑같은 곳을 경험했다 해서 모두가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듯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중요하게 느끼는지에 따라 저마다의 빛깔이 다르기에.

여행도, 인생도. 

다른 이의 얘기에 귀를 열되 내 가슴이 더욱 더 뛰는 쪽으로 걸어가라고.

내 눈을 온통 푸른 빛으로 물들인 뮈렌이란 이 조그마한 마을이 나에게 얘기해 주었다.



#모두가해서_이세상이원래그런거라서_라는말대신

#내가슴이뛰어서_라고_대답하는

#나다운_내가_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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