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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llmoon Jan 13. 2022

04 갤러리도 가고, 반지도 사고

제주여행 4일 차

#2022년 1월 9일. Sun.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이제야 가 보았다

#작가가 사랑한 제주, 작가가 사랑한 오름

#무언가를 온 마음 다해

#열정적으로 한결같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늘 부럽고 존경스럽다.


표지판의 서체도 컬러도, 정원의 나무들도 모든 것이 작가의 작품과 잘 어우러졌던 김영갑 갤러리.
작가가 작업하던 폐교를 갤러리로 만들었다는데, 정원 구석구석이 아름다워 잎이 풍성한 계절 다시 와 보고 싶었다.
입장권 대신 작가의 사진엽서를 인원 수에 맞게 준다. 갤러리 별채(?)엔 무인찻집이 있고, 이곳에선 엽서를 쓰고 보낼 수도 있다. 구석구석 세심한 기획과 운영에 감탄했다.
갤러리에 있는 건 무엇이나 작품. 빨아 널어둔 대걸레 조차 작품 같더라.
잘 가꾼 자연, 잘 가꾼 문화유산. 묵묵히 애쓴 누군가의 노력 덕에 내가 눈호강을 했다.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전시 관람 후 쮸가 찾은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네이버 평점 4.5라며 쮸는 신나 했지만, 슬쩍 메뉴와 가격과 고객 리뷰를 살펴본 나는 '흠.' 송당리로 건너가 동네 식당을 가고 싶었지만, 열심히 검색한 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슬프게도 나의 감과 리뷰 분석 촉은 틀리질 않았네. 가격은 비싸다 느껴졌고 맛은 그냥저냥. 조금 화가 났던 건, 해산물의 신선도다. 여긴 제주가 아닌가!

식당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건, 나도 쮸도 그 식당을 한 번만 가 봤기 때문. 누구나 실수는 하니까, 그날 하루 음식 맛이 별로 였고, 하필이면 우리가 운 나쁘게 그날 찾아간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4만 원 가까운 식사비가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김영갑 갤러리가 있는 성산읍 삼달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송당리에 들렀다.
"엄마 저기!" 드림캐처에 빠져 있는 쮸가 외쳤다. 이번엔 기어이 살 것만 같아(뭘 달아 두는 걸 나는 안 좋아함) "그 가게 별로일 것 같아"라는 성급한 판단 오류를...


컬러며 디테일이 남다르다. 거기에 사장님 내외 분이 모두 친절.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상냥함과 배려에 정말 편안하게 가게를 둘러볼 수 있었다.
결국 묻고 말았다. "직접 디자인하신 제품들인가요?"
손과 시간으로 만든 것... 이라니. 새로운 브랜드 하나를 알게 되었다는 기쁨에 마음이 찌르르~ 했다.
쮸는 목걸이와 팔찌를 신중하게 골랐고, 나는 반지를 구매했다.
여러 개가 마음에 들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간신히 결정. 반지를 잘 끼지 않지만, 작업할 때 끼고 있으면 왠지 힘이 날듯.


송당리를 어슬렁어슬렁 목적지 없이 배회하고 싶었다. 빵집도 가고 카페도 구경하고 싶었다. 하지만 해는 저물어가고, 바람은 거세고, 아침 약속(실은 10시 약속이라 이른 것은 아님) 때문에 일찍 기상한 탓에 쮸도 나도 조금 피곤했다.

집으로 오는 길 쮸가 빵이 먹고 싶다 하기에, 제주집 호스트가 알려준 <가는 곶 세화>로 향했다. 곶을 곳으로 검색해 한참 동안 못 찾은.


그냥 길가다 찰칵. 제주에서는 별 거 아닌 것들도 별 거로 보인다.
가는 곶은 작은 수풀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이자 세화리의 옛 이름이라고. 세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은 수풀' 같은 마음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름에 담겼다고 한다.
이런 콘텐츠를 통해 주인장 마음을 읽는다. '이 빵집 맛나겠는데~' 먹어보지 않고도 후한 점수를 줬다.
역시 구좌는 당근의 성지였어... 이런 프로그램 반갑다. 
"엄마 이런 소파. 우리 집에도 이런 소파를 두면 좋겠어." 쮸는 말했지만, 정작 나는 수가 놓인 저 쿠션에 마음을 빼앗겼다.
집에 돌아와 나와의 약속대로 시를 한편 읽었다. 나도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속으로 말했지.


2022년 1월 10일에는

아침 먹고(뭘 먹었지? 가물...) - 40여분을 달려 승마장 가서 코치님 미팅 - 김영갑 갤러리 관람 - 점심 - 송당리 소품샵 - 가는 곶 세화에서 감자빵, 딸기우유, 초코바게트 구매 - 귀가.


어슬렁어슬렁이 이번 여행의 테마인데, 이상하게 하루가 바쁘다. 쮸가 10시 다 되어 기상하니 늦은 아침 먹고 치우면 금방 12시. 해가 6시 전후로 지고, 구좌읍 대부분의 식당, 카페, 샵들이 17~18시 사이 문을 닫으니 덩달아 우리의 하루도 그때면 마무리된다. 오전 9시부터 움직이면 어슬렁어슬렁 여유가 있는데. 

쮸가 조금 더 일찍 기상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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