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후 글 수정만 일곱 번
글을 쓸 때는 어떤 내용을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떤 문장을 쓴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쓴다고 생각하면 써야 할 글에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한 문장 한 문장, 문장이 생각을 만들어가게 한다. 첫 문장을 잘 써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故 황현산 문학평론가의 인터뷰 『나를 위한 열 개의 글쓰기 지침 - 21세기 문학 64호』 중 첫 번째)
지난주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인기글에 올랐다. "이 회사 안에서 네가 제일 가고 싶은 팀을 골라"
구독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통계를 확인하는 순간 직감했다. 매일 두 자릿수에 머물던 숫자가 세 자릿수를 찍었다. 유입 경로를 보니 역시 m.daum을 통한 유입이 가장 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PC로 브런치에 접속하여 로그아웃 상태로 메인 화면을 켰더니 바로 나의 글이 보였다. 이때부터 들뜨기 시작했다. 삼십 분 단위로 앱을 실행하여 통계를 확인했다. 조회수가 500을 조금 넘었을 때 나는 본격적으로 고무되어 나의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한 자 한 자 다시 읽어가며 자아도취 상태로 글의 마지막 문단까지 내려왔는데,
악!!! 이게 뭐람.
글에 결론이 빠져 있다.
사실 제3자가 보면 눈치를 채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할 말은 다 한 상태로 마무리만 짓지 못한 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읽다가 '이 글은 완전 용두사미네'라고 생각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글쓴이인 나는 알고 있다. 마지막 문장을 고민하다가 채 결정하지 못한 채 글을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던 와중에 깜박 잊어버리고 그냥 발행을 눌러버렸다는 것을.
다급하게 마지막 문장을 추가했다.
조회수가 800을 넘었을 즈음, 나는 1,000이라는 숫자를 고대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숫자가 늘어나는 추이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몇 시간 내로 조회수 1,000이 되었다는 알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글을 다시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내 글에서 아쉬운 부분이 하나씩 발견되었다. 그전에 읽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들이다. 여기서는 문장 하나를 추가하면 더 의미가 분명해질 것 같았고, 저기서는 영어로 쓰는 것보다 한국어 단어로 바꾸는 게 훨씬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부사가 쓸데없이 많이 사용된 걸 발견하고 몇 개를 지우기도 했다. 나는 내 글을 읽을 때마다 새로 글을 다듬었다.
글은 주말 내내 브런치 인기글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간간히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줬다는 알림이 떴고, 조회수는 1,000도 찍고 2,000도 찍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앱을 실행해서 내 글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일요일 밤, 조회수가 2,000이 넘었을 때 나는 글을 다시 한번 읽었다. 내가 내 글만 열 번 가까이 읽고 여섯 번 가까이 수정한 셈이다. 그런데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오탈자가 보였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너무나도 확고하고 존재감 있게 자리 잡고 있던 오탈자가.
또다시 다급하게 오탈자를 수정했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무서운 건, 총 7번을 수정한 나의 브런치 인기글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손 볼 필요 없다!"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또 얼마나 부족할지 모른다. 표현이 매끄럽지 않다거나 문장이 아쉬운 정도라면 내 능력 밖의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혹시라도 내가 발견하지 못한 (브런치의 맞춤법 검사도 인식하지 못한) 오탈자가 아직 남아 있다면 정말이지 부끄러울 것 같다.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한다. 나는 전업 작가는 아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어 본 적도 없다. 나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일 뿐이다. 나의 이야기가 그럭저럭 독자들에게 가닿는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 나는 내 문장에 얼마큼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가.
헤밍웨이는 소설을 퇴고를 할 때 10만 단어를 버렸다고 한다. 김훈은 <칼의 노래>를 쓸 때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를 쓰기 위해 며칠 밤을 고민했다고 한다. '꽃이'라고 써야 할지 '꽃은'이라고 써야 할지 숙고를 거듭했다고 한다. 근데 나는 아마 이렇게는... 못할 거다.
내가 친구들에게 함께 글을 쓰자고 설득할 때마다 늘 했던 말을 생각한다. 글, 너무 잘 쓰지 않아도 돼. 문법이 완벽할 필요는 없어. 그냥 네가 가지고 있는 너만의 이야기를 말하듯이 풀어놓기만 해.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어. 이 말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걸까?
아마도 브런치 작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모두 저마다의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단어 하나를 고심하고 숙고하며, 여러 번 퇴고하여 완성된 글을 조심스럽게 발행하는 작가가 있을 거고, 나처럼 초안을 쓴 후 맞춤법 검사를 하고, 발행을 하고 나서야 여러 번 수정하는 작가도 있을 것이다. 완벽주의를 추구해야 하는 출판사의 편집자들도 초판에는 가끔 오탈자를 놓친 채 책을 내기도 하는 와중에 브런치 글에서 문법적인 완결성을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결국에는 저마다 느슨함과 완벽함 사이의 어느 지점을 찾아 적당히 타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故황현산 문학평론가의 인터뷰로 돌아와서.
"글을 쓸 때는 어떤 내용을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떤 문장을 쓴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가 찾은 나의 답이다. 한 문장 한 문장씩 조금만 더 정성을 기울이기로 한다. 내용을 전달하는데 급급해 산만한 문장을 쓴 뒤에 추후에 브런치 인기글까지 되어서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아야겠다.
그래도,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유일한 플랫폼인데 나도 나의 문장에 대해 적당한 책임감은 자각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