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5만의 글과 조회수 5백의 글

브런치 글쓰기의 목표는 무엇으로 잡을까

by 선의
자아를 허락한다는 것은 온기, 근심, 연민, 아첨, 불완전함의 공유 등을 허락하는 것이다. 이것이 빠지면 무미건조하고 사실성 없는 글이 된다.
- 마크 크레이머




나는 목표 설정하는 것과 계획 세우는 일을 좋아한다. (실행은 조금 다른 문제다.) 내가 속한 브런치 글쓰기 모임에서도 매 달 계획을 세운다. 3월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주 1회 브런치에 글 발행

'정년퇴직이 꿈인 서비스 기획자' 매거진에 최소 1회 글 쓰기

글쓰기 & 회사 이야기 말고 매거진 발행할만한 주제 고민해보기.


현재(3월 16일)까지 나는 글을 6편 발행했고 '정년퇴직이 꿈인 서비스 기획자' 매거진에 글을 1회 썼으며 글쓰기 & 회사 이야기 말고 새로운 매거진에 들어갈 글 제목을 10개 노트에 적어두었다. 평소 나 답지 않게(?) 이만하면 실행에 있어서도 꽤 성공적이다.


사실 매 달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고민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구독자수, 누적 조회수를 나의 글쓰기 목표에 포함시킬 것인가?


이다. 첫 달의 계획을 세울 때 나는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상반기에 구독자 수가 어느 정도 늘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글을 차근차근 쓰는 것만 생각하기'. 그렇지만 나도 많은 브런치 초보 작가분들과 마찬가지로, 글을 한 편 발행할 때마다 조회수가 내심 신경 쓰이고, 어쩌다 다음이나 카카오페이지에 소개되기라도 하면 무척 신나 하고,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 가장 기뻐한다. 오로지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이고 발행이 되면 쿨하게 잊어버리는 것, 나는 잘하지 못했다.



2020년 1월 1일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후, 총 19편의 글을 발행했다. (사실 총 25편의 글을 발행했지만, 6편은 여러 이유로 발행 취소했다.) 어쩌다 보니 그중에서 가장 '좋아요'가 많은 글 두 편이 모두 2월 26일에 발행한 글이다. 하나는 좋아요 43개, 하나는 39개를 받았다. 그 두 편의 글의 통계를 확인하다 보니, 내가 앞으로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글인지 고민하게 된다.


좋아요 43개를 받은 글은 현재 조회수가 558이며, 오늘 조회수는 15를 기록했다. 어제보다 7 올랐다.

좋아요 39개를 받은 글은 현재 조회수가 56,597이며, 오늘 조회수는 64를 기록했다. 어제보다 36 떨어졌다.




<재택근무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작성일 : 2월 26일 / 누적 조회수 : 56,597 / 좋아요 39 / 누적 공유수 23 (페이스북 100%)


이 글은 퇴근을 하자마자 분노에 휩싸여서 단숨에 썼다. 온 동네 회사들이 다 재택근무를 하는 데 왜 우리 회사는 안 할까, 대놓고 하소연하는 글이다. 자화자찬 격이지만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회사의 입장, 인사팀의 입장에 서서 왜 재택근무를 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를 찾아보려고 했던 건데, 어떤 이유도 나로선 설득이 되지 않았다. 결론에는 나로선 왜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다고 썼다. 그러나 아마도 다음Daum에서 이 글의 제목만 확인한 독자들은, "얘는 왜 이러나" 하면서 게시글을 클릭했을 것이다. 결국 제목이 반어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독자들 중 23명은 (아마도 우리 회사처럼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은 기업에 다닐 것으로 추측한다) 이 글을 나와 같은 분노를 공유하는 차원으로 페이스북에 공유하였을 것이고.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제목의 중요성을 여러 번 실감한다.

지난주에 쓴 글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인 글은 나의 강단점 탐구 기록이었지만 여전히 누적 조회수 55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날 발행한 글, 나는 가부장적인 할아버지의 편애를 받는 친손녀였다 는 글을 발행하자마자 한 시간도 안되어 다음Daum에 소개가 되었고, 당일 조회수 10,000을 찍었다. 둘 다 내가 쓴 글이니 어떤 글이 더 잘 썼고 못 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 제목이 이 조회수에 크게 한몫했을 거라 생각한다.


요새 브런치 메인에 코로나, 재택근무와 관련된 글이 흔하게 보이지만, 내가 위의 <재택근무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썼을 때는 재택근무를 다루는 글이 지금만큼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타이밍을 잘 탔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이 '타이밍을 잘 탄다는 것'이 꽤 의미 있는 일임을 인지한다. 지금 독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주제를, 현실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그러나 이 글은 내 맘에 쏙 드는 글은 결코 아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라든가 일상 에피소드, 진솔한 이야기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투덜대기만 했던 글이었다.



<내게 너무 경솔했던 브런치 인기글>

작성일 : 2월 26일 / 누적 조회수 : 558 / 좋아요 43 누적 공유수 0회


이 글은 조회수 558 중에 검색으로 유입된 조회수 3회 말고 모두 브런치를 통해 유입되었다. 매일 조회수가 10-20 사이로 꾸준한 걸 보면, 어디에 추천된 적은 없고 다른 글을 통해 들어온 독자들이 한 번씩 읽고 가거나, 혹은 브런치 작가들이 '브런치 인기글'로 검색하여 들어온 것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내 글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글을 참 좋아한다. 일단 내가 무척 존경하는 황현산 선생님의 문장으로 글이 시작된다. 또한 언제든 이 글을 다시 읽다 보면,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조회수 1,000을 기록했을 때의 느꼈던 신남과 당황, 부끄러움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혼자 굉장히 많은 생각에 빠져 들어 있었고, 문장 하나하나를 쓰면서 꽤 진지했다.


글을 쓸 때는 어떤 내용을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떤 문장을 쓴다고 생각한다
- 故 황현산 문학평론가


이 글을 발행한 이후로도 나는 종종 내용을 쏟아내느라 마음이 급해지며 문장을 서두르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한참 그렇게 서두르다가도, 아차, 싶으며 제동을 걸기도 하는 것은 이 글(내게 너무 경솔했던 브런치 인기글)을 내가 그래도 한 번 정리해서 썼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뱉은 말에, 아니지, 내가 발행한 글에 내가 부끄러워지지 않기 위해, 나는 황현산 선생님의 이 문장을 늘 기억하려 애쓸 것이다.





다시 나의 브런치 글쓰기 목표로 돌아와서 ;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좋은 글을 써서 꾸준히 발행하기 일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글을 쓰기 위해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나부터가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일 테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최선을 다해서 쓰는 일

높은 조회수 / 많은 구독자수를 얻는 일

은 장기적으로는 서로 연결된 사항인지도 모르겠다만, 후자만을 신경 쓰느라 내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글을 성급하게 발행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한다.


물론 다음이나 카카오 페이지에 내 글이 소개되어 널리 읽힌다면 여전히 나는 무척 신나고 들뜬 하루를 보내겠지만 말이다. 그래, 제목까지는 그래도 조금 고심해볼 만하겠다.

이전 05화내겐 너무 경솔했던 브런치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