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 글 한 편 발행했으니까 칭찬해주세요
모임을 시작할 때면, 사람들의 얼굴에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망설이는 마음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떨림에 공감하기에 나는 내 역할을 분명히 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글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도움이 됐던 방식과 어려웠던 점을 공유하며 함께 쓰고 함께 읽는 사람이라고.
1)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한가
2)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글은 아닌가
3) 자신의 고유한 이야기가 들어갔는가
와 같은 큰 줄기와
1) 주어와 동사가 연결되는가
2) 접속사와 조사, 관용어가 과하진 않은가
3) 급하게 마무리 맺진 않았는가
와 같은 기본적인 쓰기의 법칙을 공유했다. 이후에는 각자가 꾸준히 쓰는 만큼 글은 늘었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 어크로스 출판사
1월 말, 글쓰기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규칙도 비용도 커리큘럼도 없이 그냥 함께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힘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통의 글쓰기 모임처럼 매일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규칙도, 모두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야 하는 의무도 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여전히 나는 세상 가장 게으른 내가 종종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대견하다.) 별 대책도 없이 일단 함께 써보자는 글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카톡방에서 만났다.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서로의 브런치 계정을 공유했다. 아직 브런치 작가가 아닌 사람들은 카톡방 게시판 기능을 통해 글을 올리기로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을 써본다는 삼십 대의 M씨는 모두의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다들 글을 쓸 때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세요? 해보면서 좋았던 방식이 있으셨나요? 진짜 사소한 거라도 상관 없어요~"
G씨는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일상 속 가벼운 단상을 적거나, 최근에 본 영화 책에 대한 간단한 요약, 거기에서 받은 느낌을 적었다고 대답했다. 또한 개인적인 경험을 쓸 때는 혼자만의 일기장이 아닌 오픈된 공간에 적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덕분에 감정이나 생각이 다듬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매일 하고 싶은 얘기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평소에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라도 정리해서 올릴 때 스스로 느끼는 뿌듯함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G씨의 방법이 처음 글을 시작하기에 가장 쉽고 부담 없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경우 G씨와는 정반대의 케이스였다. 나는 내 안에서 가장 무거운 이야기를 고백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디에도 털어놓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쏟아 내기 위해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썼다. 주위에선 쉽게 공감을 구하기 어려워 혼자 견뎌내던 문제에 대해, 나와 같은 경험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이 키워드 검색을 통해 내 블로그에 찾아와 이웃이 되어 주고 댓글을 남겨주었다. 따라서 나의 글쓰기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방 안 구석에서 컴퓨터를 켜고 앉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몰래 쓰는 글쓰기였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혼자만의 장소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일곱 명의 멤버 중 브런치 작가로서 구독자가 가장 많은 멤버의 구독자수가 200명을 넘지 않았다. 우리 중 누구도 타인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노하우를 전수할만한 내공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서로에게 질문한다. 모두의 답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그 다양한 답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린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
저기, 다들 왜 글을 쓰세요?
보통 언제 글을 쓰세요?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글을 몇 개나 첨부하셨어요?
내 의견으로는, 우리가 글쓰기 모임의 멤버로서 서로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이거다. 각자 열심히 글을 쓰는 일. 역시, 너무 뻔한 이야기일까. 그러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늘 굴뚝같으나 시작을 못 하는 사람들, 시작은 했는데 계속 글 쓸 동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누군가 카톡 방에서 "오늘 저 글 한 편 발행했어요!"라고 말해주는 일은 생각보다 큰 동기 부여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오늘의 글을 한 편 썼으니, 어서 카톡방에 자랑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