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수채화

딸과의 드라이브

by 청산별곡

아빠는 아이들에게 버팀목이고 비빌 언덕이다.

학생일 때는 물론이거니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해도 마찬가지다. 쌓이는 스트레스를 들어주고 해소해 주는 사람은 아빠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엄마도 그렇지만 그런 점에서 아빠가 더 가까운 모양이다. 문제가 생기면 상담해주고 때로는 곁에서 말없이 들어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위안을 얻는다.


가끔 딸과 함께 드라이브를 할 때 딸은 초등 시절부터 즐겨 부르곤 했던 '꽃밭에서' 라는 노래를 구성지게 부른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라고 신나게 노래하면 어느 틈에 나도 따라서 함께 합창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불러보았을 서정노래를 딸과 함께 합창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다. 30대가 되어서도 차 안에서 '꽃밭에서' 노래를 줄기차게 부르는 것을 보면, 어릴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아빠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인적이 드문 시골길을 달릴 때면 딸은 차창을 열고 머리를 내민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을 한다. 한두번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아 다를까? "아빠"라는 고함소리가 딸의 입에서 터져나온다. 왜 '아빠" 소리를 지르느냐고 물으면 "아빠"라고 소리를 지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속이 시원하단다.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드라이브하는 중에 갑자기 무슨 얘기라도 할 것처럼 딸이 "아빠"라고 부른다. "왜"라고 대답하면 "그냥"이라며 웃는다. 그러면 나도 "그냥 대답했어"라고 반응한다. 그 이후로 딸이 "아빠"라고 부르면 나는 눈치를 채고 "왜" 하는 대신에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어떤 면에서 아무 이유없는 "그냥"이라는 말은 참 정겨운 말이기도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특별한 용건없이 그냥 안부전화를 하는 것도 우정을 돈독히 하는 좋은 방법이리라. 아무 의미없이 장난처럼 오가는 말도 중요한 마음의 소통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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