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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Dec 23. 2023

1. 너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

표현하지 않으면 계속 의문을 갖는다.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다시 한번 우리는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해, 한 해가 가는 것이 연령대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실감하고 있다. 나이는 매번 한 살씩 올라갈 때마다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롭게 느껴진다. 그저 한 살 먹을 때마다 나의 여러 능력들이 함께 한 단계씩 올라가기를 바라고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다툼을 보고 자라서 나는 특별히 결혼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 부모님의 다툼에 지치기 전에는 나도 스물 후반에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와 가정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한 살, 한 살 올라갈수록 결혼에 대한 로망은 내게는 정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생각이고 집안 어르신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이가 점점 차기 시작하면서 친척 어르신들을 만나면 남자친구는 있느냐, 결혼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그럴 때면 나는 크게 답하지 않고 웃고 넘기거나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넘어가기도 했다. 


 집안 어르신들만 나의 연애와 결혼을 궁금해하셨던 것은 아니다. 내 주변 어른들도, 가끔은 친구들도 나의 연애를 궁금해하거나 응원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남자친구가 없었던 것은 못한 것이 크지만 크게 생각이 없던 것과 동시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큰 이유가 하나 있다. 새로운 관계를 만나는 것이 무서웠고, 이성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나 스스로 내가 왜 두 가지에 겁을 먹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내성적인 성격과 주변 눈치를 보는 내 성향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벽을 세우고 있었고, 어릴 적부터 봐왔던 아버지의 감정이 격해진 모습을 보고 겁을 먹었기 때문에 이성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 것이라고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어보았다. 하지만 이 이유를 주절주절 말할 수는 없으니 그저 웃어넘기거나 별로 생각 없다는 것으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문득, 문득 남자친구에게 위로도, 응원도, 사랑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고, 여자이니까. 


 어느 해, 외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할머니를 뵈러 갔던 적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 그 시기에 나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짧은 연애를 끝내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기대가 와장창 무너지면서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티를 할머니 앞에는 낼 수 없었던 지라 그저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를 보고 있었는데 나를 보시다가 결혼이야기를 꺼내셨다.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지.’     

         그 말씀에 나는 살짝 웃었고, 옆에 있던 어머니가 할머니께 되물으셨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데?’     

          어머니의 질문을 들은 할머니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성실하게 일하고, 헛된 곳에 돈 안 쓰고 그런 사람. 그리고 너를 좋아해 주는 사람.’     


 할머니가 말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은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할 만한 기준이지만 그날부터 내 머릿속에서 할머니의 기준이 떠나지 않았다. 특히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는 말이 떠나지 않고 박혀버렸다. 그리고 사실 그 말이 할머니가 내게 마지막으로 준 마음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자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내가 갖고 있던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내 모든 모습을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꾸미지 않아도, 나의 부족한 모습이며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까지도 좋아해 주고 괜찮다고 많이 표현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위로해 주고, 응원해 준 것은 내가 그런 사랑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인정한다.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나 좋아해 주는 사람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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