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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Jun 19. 2024

14. 예민해졌다면 지쳤다는 신호이다.

지금은 쉬어갈 타이밍입니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들이 신경 쓰인다, 누군가의 말투나 행동이 서운하게 느껴지거나 화가 나기도 한다. 우울해지기도 한다. 앞날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내가 예민해졌다는 것을 알아챈다. 예전이었다면 잘 느끼지 못했을 나의 예민함이 지난 몇 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약을 먹고, 상담을 받은 후에는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병원을 안 간 지 6개월이 됐다. 병원을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언제까지 다녀야 하는 걸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병원에 가지 않고, 약을 먹지 않아도 나는 나의 예민함과 우울함을 어느 정도 조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약을 먹고 나아지면서 예전부터 내가 느끼고 있던 예민함이 오로지 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게 꽤 희망적인 일이었다. 나는 내가 예민한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고, 긍정적으로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예민함 때문에 내가 더 힘들다고 느끼는 날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예민하게 지내냐고 자책했다. 예민함 때문에 힘들고, 그런 나를 책망하는 것이 반복되는 시간을 오랫동안 지내오다가 그것이 오로지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나의 허물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다고 예전과 비슷하게 날카로워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예민함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생체리듬을 타고 함께 왔다. 하지만 예전보다 짧게 나를 괴롭히고 지나갔다. 때로는 시기가 아닌데도 찾아오는 예민함이 있었다. 아마 예전 같으면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예민했고, 우울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나는 내 예민함과 우울함을 쉽게 느낀다. 때가 아닌 감정은 나를 돌아보기에 좋은 신호가 된다. 마치 평소와 다르게 목이 칼칼하고 콧물이 나면 병원을 찾고, 약을 먹듯 나는 평소와 다르게 예민해지고, 우울해지면 내가 요즘 힘든 상황인가를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감정은 무조건 정신적인 위험 신호는 아니라는 것을 병원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몸이 힘들어져도 예민해지고 우울해진다. 아마 몸에는 이미 신호가 왔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잠을 자지 못하거나 소화를 시키기 못한다거나 등등. 하지만 이러한 신호들은 보통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약을 먹고 일시적으로 좋아지기 때문에 놓치기가 쉽다. 나도 내가 잠을 못 자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무언가 해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예전과 달라지면 나는 내가 쉴 수 있는 방법과 날을 찾는다. 


 쉬는 날과 방법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보통은 주말이 그런 날이 되고, 방법은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보내거나 좋아하는 만화를 보거나 그림을 그린다. 때로는 잠에서 깨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다시 누워서 스마트 폰을 하다가 잠드는 것을 반복한다. 재작년 11월부터 7월까지 주말 없이 일했던 내가 주말을 되찾고 나서 몇 주는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몰아서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이 되니 ‘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해야 하는 것’이 되어있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닌데 그것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 같이 느껴졌다. 쉬는 날임에도 쉬는 게 맞는 건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주말에 해야 하는 것들을 큰 틀을 정해놓기는 하지만 ‘무조건’이라는 타이틀은 붙이지 않는다. 


 나의 예민함과 불안함이 잦아들고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갖게 되었을 때 다짐했던 것이 있다. 아무것도 티가 묻지 않은 것 같은 나의 모습을 꼭 기억하자는 것. 그래야 내가 혹시나 나중에 다시 정도를 넘어선 예민함과 불안함이 찾아왔을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갖고 있고, 그 다짐 덕분에 나는 한 차례 큰 파도를 넘길 수 있었다. 올해 2월부터 예상치 못하게 다시 주말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4월까지만 해도 그렇게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문득 내가 일 할 때 이전과 다른 것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전에는 넘겼을 동료의 말투가 계속 신경이 쓰인다던지, 나의 업무 진행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던지 등등. 달라짐을 느끼고 나니 주말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체적 피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평소와 다른 예민함과 불안함이 찾아온 것이다. 다시 주말을 찾은 요즘은 적절한 완전한 휴식과 취미생활로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평일에 바빠진 요즘 예민함과 우울함이 찾아오지만 예전처럼 그것이 떠나가지 않을까 불안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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