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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Jun 12. 2024

13. 성격유형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아.

소심한 관종 ISFP입니다. 

 학생 시절 처음 만나는 친구들하고는 서로의 혈액형을 물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MBTI를 묻는다. 아직 서로를 모르는 사이에 작은 대화 주제로는 꽤 안성맞춤이다. 나는 흔하게 다혈질이라고 알려져 있는 B형이고, 조용한 관심종자라고 알려져 있는 ISFP이다. 성격 유형을 초면에 물어보는 것은 ‘나는 당신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습니다.’라는 뜻이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으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MBTI가 굉장히 인기가 있었다.(지금은 살짝 누그러진 것 같다.) 그래서 일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분 들하고는 빠지지 않는 주제 중 하나였는데 나는 먼저 물어보는 쪽이기보다 질문을 받는 쪽이었는다. 그럴 때면 나는 다시 ‘어떨 것 같아요?’라고 되물어봤다.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했다. 누군가는 'E'로 시작했고, 누군가는 'J‘로 끝나기도 했다. 답을 듣고 내가 다시 답하면 놀라는 상대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사실 나는 내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했기 때문에 다르게 보면 그것이 내심 좋기도 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이제는 어느 정도 재미라는 것을 잘 알고, 그것이 잘 맞는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지만 MBTI는 잘 맞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 틀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틀에 갇혀서 사람을 보는 것을 지양한다. 특히 성격유형들이 그렇다. 성격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것이 분명히 있지만 그가 자라온 환경이 그것을 먼저 만들고, 지내는 환경이 또 한 번 만든다. 거기에 더해 그가 갖는 생각과 마음가짐에 따라서도 만들어진다. 성격이 만들어지는 요소는 다양하다. 내 성격 유형으로 나를 돌아봐도 나의 기본적인 성격에 자라온 환경이나 일하는 환경에 따라서 나는 몇 번이고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내 성격유형의 대표적인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면 이렇다.      


-귀찮고 무기력하나 한 번 꽂히면 제대로 한다.

-집순이라서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집에 가면 연락두절 된다

-갈등불화를 싫어한다

-있던 약속 취소되면 속으로 기뻐한다.

-하기 싫은 거 안 하고하고 싶은 것만 한다

-남한테 속마음 얘기 잘 안 한다.

-착한 줄 아는데 사실 이기적배려형 개인주의     


많은 특징들 중 몇 가지만 나열해 봤는데, 나만을 두고 보자면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집순이라서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는 맞지만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하고 놀러 잘 다녔던 덕분인지 주말마다 어딘가 놀러 갈 생각을 해서 미리 어디를 갈 것인지 다 정해놓는다. 다만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을 때 주말에 집에서 휴식시간을 갖는데 이런 날은 정말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휴식 시간이다.      


-집에 가면 연락두절 된다.

오는 연락을 일부러 모른 척하지는 않는다. 스마트 폰으로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렇다. 스마트 폰을 멀리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연락이 오면 거의 바로 답한다. 그게 덜 신경 쓰이고 편하다. 내게 답을 받지 못했다면 그건 내가 이미 잠에 들었다는 것이다.     


-갈등불화를 싫어한다

갈등과 불화를 싫어한다고 하기보다 무서워한다고 말하고 싶다. 갈등과 불화를 일으키지 않고도 상황을 부드럽게 이어갈 방법은 있다. 내가 갈등과 불화에 예민해진 이유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어릴 적부터 잦은 갈등 상황에 놓아져 있었고, 그것을 잘 해결하는 방법을 보지 못했으니 배우지 못했다. 내가 갈등 상황에 잘 대응하는 방법을 배웠더라면 나는 그런 상황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나는 이제야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무섭다고 한들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있던 약속 취소되면 속으로 기뻐한다.

애초에 나가고 싶지 않은 약속을 만들지 않는다. 있던 약속이 취소가 되면 사실 기분이 좋지 않다. 아쉬운 마음도 있고, 있던 계획이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한테 속마음 얘기 잘 안 한다.

속에 있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속마음뿐 아니라 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어머니에게 쉴 새 없이 이것저것 말했고, 지금도 대상만 바뀌었을 뿐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말하는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한다. 나는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그것이 그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을 아닐까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성격유형은 이렇게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어느 때는 맞는데 어느 때는 아닌 것도 있다. 성격은 때와 장소에 따라서 그 모습을 잘 변화시킨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I'가 아니고 ‘E'로 보이기도 하고, 'P’가 아니라 'J'로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성격유형이 상대를 파악하는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서 때로는 아쉬움이 크다. 어느 때는 본인 자신조차도 그 성격유형 틀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 또한 아쉽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먼저 묻지 않는다, 상대가 어떤 성격 유형을 가졌다고 한들 그것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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