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하느라 자꾸 줄어드는 몸무게로
엄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제주도에서 소고기며 딸기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티로폼 박스 가득 담아 보내주었다.
퇴근하고 와서
그 딸기가 너무나도 먹고 싶어
현관 앞에 놓여 있는 스티로폼 뚜껑을 열어
딸기를 꺼내 먹었다.
그리고 그참에 안에 있는 소고기가 혹여나 녹을까봐
현관에서 하나씩 꺼내 냉동실로 옮겼다.
두어시간 기다리니
매일 그렇듯 남편이 퇴근했고
퇴근한 남편과 늘 그랬듯이 수다 타임.
그날의 주제는 남편의 대학 자소서 엿보기였다.
남편이 자라온 이야기를 엿보고
남편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 그의 모습을 살짝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웃으면서 그렇게.
주륵 주르륵.
피가 내려오는 느낌만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롤러코스터가 내려올 때,
몸과 마음은 모두 위에 머무는데
심장만 한없이 빠르게 내려가는 느낌
내가 정말 싫어하는 그 느낌.
쿵.
분명 어렴풋한 보통의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아직도 여전히,
앞으로도 생생할 것 같은
그 보통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