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까지 유치원을 오갔다.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다행히 길 막히는 퇴근시간 그 직전에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교사 휴게실이 만들어지면서
리클라이너에 누워 쉴 수도 있었다.
만삭까지 힘들었던 건
출퇴근 운전도 아니고,
휴식도 아니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
피아노 아래 모서리에 자꾸 배를 찧는 것.
아이들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
늘 숙이던 허리가 좀 더 무거워진 것.
가위, 풀, 자료, 생각나는 것들을
그때마다 휙 휙 가지러 가지 못하고
한꺼번에 목록을 적어 모으고 모았다가
후 한숨 한번 내쉬며 몸을 일으켜야 했던 것.
바로 아이들에게 빠르게 달려가지 못하니
점점 커지는 목소리로 마음을 나타내는 것.
나는 '민첩'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나름 그 옛날의 나는
매우 '민첩'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