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권하는 여자5
"이건 자살이 아냐! 사회적 타살이라고!"
우리들의 복잡한 퇴사 행렬에 대해 한 동료가 이렇게 일갈했다.
어떤 자살은 자살이 아니다. 어떤 퇴사는 자발적 퇴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해고라고 부를 수도, 권고사직이라고 부를 수도,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라 부를 수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퇴사를 하게 된다.
이 시리즈의 궁극적인 목적은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는 사람 퇴사하게 만들기'가 아니라 '기왕 퇴사를 생각하게 됐다면 마음 편히 하자'에 있다. 물론 퇴사는 그 자체만으로 마음이 편할 수 없는 행위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는 것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더 이상 참아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 없이 퇴사하는 사람은 없다. 분명 퇴사에는 이유가 있는데 왜 퇴사를 하려고 하면 똥 싸고 뒤 안 닦고 나온 것 같은 찜찜함을 벗어버릴 수 없을까.
더 이상 싸이코 같은 상사와 일할 수 없어서,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터무니없이 낮아서, 성과에 따른 보상이 없어서, 거지 같은 인간들이 이유 없이 괴롭혀서, 조직문화에 적응할 수 없어서, 회사가 망해가고 비전이 없어서, 사람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나는 이런 모든 퇴사를 자발적 퇴사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이곳을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이유들'에 의해 퇴사한다는 것은, 그 결정은 스스로 내렸을지 몰라도 이미 상황에 몰린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이것을 '자의적 행위'로 보는 것이 옳은가.
표면상으로는 제 발로 걸어 나가는 퇴사고, 제 손으로 쓰는 사직서지만 우리는 대부분 개인이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어떤 상황에 의해 퇴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일신상의 이유'라는 관용어 뒤에 가려진 '사(社)적 타의'들이 얼마나 무섭게 우글거리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퇴사에 따른 온갖 멍뇌택(멍청한 뇌들의 어택)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회사는 너에게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라는 기만적인 말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내뱉는 이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누구도 이유 없이 회사를 나가지 않는다. 자발적 퇴사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상황은 오직 건강 문제로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거나(이 경우도 건강 악화의 원인이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때문이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이라 판단되는 곳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아 이직할 때뿐이다.
니 발로 나가면서 뭔 잔말이 많냐는 태도에 움츠러들지 말자. 제 발로 나가는 것이니 그에 따른 모든 불이익을 다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도 말자. 퇴사의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도 좋다. 내가 퇴사할 수밖에 없게 만든 모든 것들을 탓하고 차라리 마음껏 무책임해져버리자. 회사는 그런 당신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