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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의 사기꾼 Oct 17. 2020

아무리 추워도 개는 나간다!

안녕, 친구들! 나는 복슬복슬 곱슬 털을 가진 개 ‘일일이’와 함께 사는 반려인이야. 우리 동네 고양이들의 밥을 책임지고 있는 캣맘이기도 하지. 오늘부터 멍멍이, 냥냥이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어린이 친구들에게 들려줄까 해. 집에서 함께 사는 멍멍이도, 길에서 마음을 나누며 함께 사는 동네고양이도 모두 우리 동물가족이야!(<어린이 동산> 2020년 1월호)


어딘가 좀 이상한 개... 나는야 개일일


“앗, 사라졌다!”

공원을 뛰어다니던 일일이의 코에 뽀송한 흰 눈송이가 내려 앉았어. 코가 시릴까 봐 얼른 떼어주려고 했는데 글쎄 순식간에 녹아 없어졌지 뭐야. 영하 5도의 날씨인데도 일일이 코를 만져보니 아주 따뜻하더라구. 

겨울은 개들이 가장 우울한 계절이라고 해. 너무 추워서 산책을 못하는 날이 많으니까. 집 앞 공원에도 그 많던 멍멍이 친구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썰렁하더라. 사람이 긴 패딩 점퍼를 입고 꽁꽁 둘러매고 나가도 너무 너무 추우니까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우리 일일이는 똥을 꼭 밖에서 싸기 때문에 아무리 추워도 산책을 빼먹을 수가 없어. 으으, 어쩌겠어. 개를 위해 사람이 노력해야지.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이면 신경 쓸 게 아주 많아. 길이 얼어붙어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히 걸어야 하고, 여기저기 뿌려진 염화칼슘을 피해 다니느라고 정신이 없다니까.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막 걸어다녔는데, 눈을 빨리 녹이기 위한 염화칼슘이 개의 발바닥에 아주 자극적이라서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 사람은 신발이라도 신는데 개는 맨발이잖아! 목줄을 잡고 일일이와 함께 껑충껑충 뛰어다니는데 우리가 마치 토끼가 된 것 같았어.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해! 

가끔 일일이는 눈 쌓인 길을 걸을 때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들며 뒤뚱뒤뚱 걸을 때가 있었어. 눈 위를 걸을 때 폭신폭신 발이 들어가는 게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 자꾸만 길에서 벗어나 눈이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해. 눈 때문에 발바닥이 너무 차갑다고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아. 

“일일아, 이건 눈이야. 뽀송뽀송하고 하얀 눈. 밟는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아? 발바닥이 차가워서 싫은 거야?”

눈의 감촉을 느끼게 해주려고 목줄을 살살 당겨보지만 소용이 없네. 그런데 그때 눈 사이에서 하얗고 동그란 알맹이들을 발견했어. 자세히 보니 염화칼슘이더라고. 이미 뿌려진 염화칼슘 위로 눈이 쌓였던 거야.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개들이 염화칼슘을 밟으면 발바닥이 따끔따끔하대. 발바닥이 아파서 그랬던 거지. 세상에, 난 그것도 모르고 자꾸만 눈길로 인도했지 뭐야. 겨울 산책은 정말 쉽지 않더라고.


위풍당당 똥 싸러 가개


드디어 일일이가 똥 쌀 자리를 찾았나봐. 슬슬 자세를 잡기 시작하네. 등을 동그랗게 말아올리고 엉덩이를 바닥으로 내리는 똥 싸는 자세는 정말 언제 봐도 웃기고 귀엽단 말이야. 

“뿌오오오오옹” 

소리까지 내면서 아주 시원하게 해결한 모양이야. 아니 그런데 저건 뭐지? 일일이 엉덩이에서 연기가 나고 있어! 추운 날 밖에서 입김을 불면 연기가 나는 것처럼 일일이 응가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하하. 똥이 얼어버리기 전에 얼른 치워야겠다. 콧물까지 얼어버릴 것처럼 추운 날이니까. 

겨울 산책하는 개들이 적긴 해도 가끔 신나게 산책하는 개들을 만날 때도 있어. 일일이는 낯선 강아지를 보면 바짝 긴장을 하다가 왕왕 짖어. 다른 강아지가 거대한 대형견이든 아주 작은 소형견이든 가리지 않고, 일단 왕왕왕 짖어서 곤란할 때가 많아. 

“넌 누구야! 여기 왜 왔어! 너 몇 살이야?”

“그러는 넌 누군데! 내가 먼저 왔다구! 저리 가!”

애들아 그만해. 엉엉. 여기서 힘자랑하지 말라구. 상대 강아지 보호자분의 표정도 아주 곤란해 보인다. 우리는 어서 자리를 피하자는 눈빛을 서로 주고받고 호다닥 자리를 옮겼어. 어휴 모처럼 강아지 친구를 만들어보나 했는데 역시 오늘도 틀린 모양이야. 일일이에게도 다정한 강아지 친구가 생겨서 같이 산책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일일이는 푸들이라서 복슬복슬 곱슬 털을 갖고 있지만 촘촘한 속털은 없는 견종이야. 그래서 속털이 있는 개보다는 추위를 더 많이 느낄 거야. 웰시코기나 진돗개,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솜털처럼 보드라운 솜털이 빽빽한 개들은 일단 만져보기만 해도 털이 빵빵하잖아. 푸들은 그렇지 않아서 이렇게 추운 날엔 사람처럼 패딩 점퍼를 입고 산책을 해. 속털만큼 따뜻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옷을 입으면 좀 낫겠지? 물론 집에서는 옷을 입지 않아. 개들은 옷 입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 

패딩 점퍼를 입긴 했지만 겨울에는 너무 오래 산책하면 사람처럼 감기에 걸릴 수 있어. 적당히 풀과 나무 냄새를 맡고 오줌도 싸고 똥도 쌌다면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일일아, 집에 가자!” 이 한마디면 일일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홱 방향을 돌려 집으로 마구 달려가. 아무리 멀리 나와도 집에 가는 길을 다 꿰뚫고 있거든. 가끔은 우리 개가 천재개가 아닐까 생각한다니까. 응? 다른 개도 그렇다고? 그래도 난 천재라고 믿을래. 히히.

집에 가자, 천재 일일아! 


개신난 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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