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밀밭의 사기꾼 Dec 08. 2020

반려동물 임시보호를 아시나요?

지난 달에 길고양이가 실내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시보호’라는 게 있다는 이야기를 잠깐 했었지? 오늘은 임시보호가 뭔지 자세히 알려줄게! 임시보호하는 방법을 알고 나면 우리 친구들도 가족을 찾는 동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어린이 동산> 9월호)


임시보호가 필요한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어. 먼저 밤이처럼 길에서 태어난 동물 친구들이 실내생활에 적응해야 할 때 임시보호가 필요해. 물론 입양한 가족이 그 과정을 함께하면 좋겠지만, 입양가족이 동물을 처음 키워보는 가족일 수도 있으니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겠지? 또 모든 동물이 사람과 친한 건 아니라서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라면 사람과 친해지는 순화과정이 필요하단다. 고양이를 잘 아는 사람이 이 과정을 잠시 도와준다면 가족을 찾는 일도 더 쉬울 거야. 


사람을 좋아하고 용감했던 춘장이. 우리 집에서 임시보호를 하며 실내생활에 적응한 뒤 좋은 가족을 만났단다.


그리고 보호소에 있는 개와 고양이들에게도 임시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 보호소에 있는데 왜 또 보호가 필요하냐고? 대부분의 유기동물보호소는 동물들이 지낼 공간과 보살피는 데 필요한 돈이 정해져 있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기된 개와 고양이는 끊임없이 들어오지. 그 수많은 동물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도 입양이 되지 못하면 결국 안락사를 하게 된단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고 고통스럽지 않게 삶을 마무리해주는 것이지만 살아있는 생명이 안타깝게 사라지는 건 너무 슬픈 일이지.

그래서 이 동물들이 한 마리라도 더 가족을 찾을 수 있게 가정에서 임시보호를 해주는 거야. 입양 공고기간이 지나도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데 가정에서 임시보호를 하면서 가족을 찾는 시간을 만들어주면 한 마리라도 덜 죽고, 한 마리라도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또 보호소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꼬질꼬질했던 친구들이 임시보호자를 만나 숨겨져 있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게 되기도 해. 사실 유기견, 유기묘는 더럽고 볼품없다는 편견 때문에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동물을 외모만 보면서 예쁘고 어리고 귀여운 친구들만 데려오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털이 뭉치고 눈꼽이 가득하고 깡마른 유기동물들은 무시당하기 일쑤지. 하지만 유기동물들도 한때는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귀하게 자란 예쁜 친구들이었어. 단지 열악한 보호소에서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좀 꼬질꼬질해진 것뿐이야. 그런 친구들을 임시보호하면서 사랑해주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주면 새 가족을 만날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지. 우리 일일이도 한때는 냄새나는 뭉친 털로 가득한 유기견이었지만 우리 가족을 만나면서 최고로 예뻐졌거든!


길에서 노숙하느라 털이 다 떡져있었지만 나와 가족이 되고 더 예뻐진 우리 일일이! 사랑받고 보살핌을 받으면 누구나 이렇게 귀하고 행복한 가족이 된단다. 히히


그렇다면 임시보호할 수 있는 동물들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좋은 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곧 안락사 될 예정인 동물을 찾는 거겠지? 직접 가서 봉사활동도 하면서 찾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유기동물 정보가 많이 올라오는 앱이나 웹사이트를 찾아봐. 반려동물 관련 인터넷 카페에도 구조한 동물들의 임시보호자를 찾는 게시물이 많아. 그곳에서 자신의 환경에 맞는 동물이 있다면 임시보호 신청을 하고 데려올 수 있어. 

임시보호를 하는 방법은 동물을 키우는 것과 똑같아. 우선 균형 잡힌 사료와 깨끗한 물, 그리고 편안한 잠자리를 줄 수 있어야겠지? 또 강아지라면 매일 산책을 하고 놀이를 함께 해주고, 고양이라면 모래가 있는 화장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높은 공간이나 숨숨집을 마련해줘야 해.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그런데 임시보호가 ‘임시’라고 해서 쉽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하루를 키워도, 열흘을 키워도, 백일을 키워도 동물과 함께 생활한다는 건 똑같거든. 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나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마음을 동물과 나누는 거야. 텔레비전 볼 시간을 줄여 동물과 놀아주고, 맛있는 것을 사먹을 돈을 아껴 양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거지.


그런데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어. 임시보호는 내가 동물을 키울 수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는 거야.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으니까 잠깐 맡아봤다가 괜찮으면 키우고 아니면 다른 집에 보낸다는 생각으로 임시보호를 해서는 안 돼. 임시로 보호하다가 그만 정이 들어버려서 입양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처음부터 시험삼아, 경험삼아 데려온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유기견, 유기묘들은 사정에 따라서 임시보호 과정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경험이 없는 사람은 다루기 어려운 야생성 강한 고양이나 마음의 상처가 있어서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강아지 같은 친구들은 그냥 밥만 주고 잠만 재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병에 걸려 엄마에게 버림받고 눈과 코가 다 막혀 죽어가던 라떼. 좋은분에게 구조되어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우리 집에서 임시보호를 했어. 지금은 좋은 가족을 만났지!


물론 반드시 경험이 있는 사람만 임시보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보호할 동물의 특성과 성격, 사연 등을 잘 파악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동물인지 잘 고민해봐야 해. 이건 임시보호를 하든, 입양을 하든 마찬가지야. 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아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거든. 그러니까 임시보호를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내가 동물을 돌볼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부모님과 상의하고 가족들의 동의를 구해야겠지? 

반려동물이 가족을 만난다는 건, 그 동물에게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거야. 운 좋게도 금방 좋은 가족을 만나는 유기동물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훨씬 많아. 그런 친구들에게 우리가 임시보호라는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많은 유기견, 유기묘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나에겐 작은 일이지만, 동물 친구들에게는 인생을 통째로 선물받는 거지. 어때? 생각만 해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이지 않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