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 녹아있는 한 그릇의 의미
'콩국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만든 콩국수'
주인장의 인스타그램에서 이 문장을 보고 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월에 처음 다녀온 해방촌의 작은 국수집. 오리국수를 판매하던 무렵, 개성있고 진지하게 음식을 대하는 셰프님의 모습이 정말 인상깊어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살짝 기름진 시오라멘이 연상되는 육수. 자가제면한 면발과 고명 담음새, 히노키향이 풍기는 깔끔한 인테리어까지 정성이 느껴지는 집이었다.
어느정도 주인의 곤조가 느껴지는 1인 식당들의 퀄리티는 확실히 상향평준화 되어있고, 그렇다보니 이런 집들에선 뭔가 개성을 더 기대하게 되며, 이런 메뉴는 재밌다. (미나미의 오리소바를 떠올리며 갔다가 완전 달랐던 점이 좋았다)
당시에 매우 기대되는 업장으로 뇌리에 남겨두었는데, 얼마 전에 마감된 이번 시즌메뉴는 감동적인 맛으로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요새 유난히 집중하게되는 맛이 있다면 고소함과 신맛의 조화다. 지난 포스팅에서 카린지의 카츠카레가 이 맛을 제대로 어필했다면, 고미태의 닭콩국수가 그렇다.
닭육수와 콩국을 섞는 '계삼채'라는 궁중음식에서 힌트를 얻어다는 닭콩국수. 콩국의 고소함에 식초에 절인 오이채의 신맛이 정말 절묘하다.(취향 저격) 그 와중에 참외가 씹혀서 여쭤보니.. 참외는 여름을 느끼게 해주는 재료라한다. 맛도 정말 뛰어난데, 그 안에 계절도 담아내는 섬세함. '국수 한 그릇에 여름을 담으려면 이렇게..' 라고 말하고 있었다.
시즌 마다 특색있는 단일메뉴의 국수를 내놓는 집. 다음 시즌에는 토마토냉라멘을 준비하고 있다니 또 기대된다. 먹는 것은 다만 한 그릇의 국수지만, 고민과 정성이 한모금씩 목으로 넘어가는 집입니다.
업장 위치는 해방촌 중턱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