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 남겨진 사람

회사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별 이야기

by 임현빈

'좋은 이별이란 건 아마 세상에 없는 것 같더라'라는 아이유의 노래 가사가 있다.

좋은 이별은 없을지 몰라도, 회사에서만큼은 아름답게 이별해야 하지 않을까.


연인의 이별이나 회사 안에서의 이별이나, 늘 남겨진 사람은 그 이유를 모른다.
사실 떠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이유를 알려줄 필요가 없다.

삶은 사필귀정.

늘 또 돌고 돌아 나도 어느 순간 남겨진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좋은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지금의 회사에 오기 전까지 나는 원하건 원치 않건 잦은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입사한 이유가 누군가의 인수인계자로 뽑혔기에 남겨진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내가 먼저 "아니다" 싶어 조용히 떠나는 사람을 택하기도 했다.

두 입장이 다 되어보며 깨달은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떠나는 사람

종종 "다음은 괜찮겠지" 하며 홧김에 떠나지 말아라.
가끔 회사가 문제가 아니라 특정 사람이 문제이거나, 오히려 내 문제인 경우도 있다.
고쳐 쓸 노력은 해보고 떠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이 없거나 정말 아니다 싶을 때 떠나자.
"더 좋은 곳이 있겠지" 하는 헛된 기대만으로 떠나는 것은 다음 이직처에서도 빠른 이별만 초래할 뿐이다.

환승할 곳이 있다면 입사가 확정되는 그 순간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자.
괜히 심란하고 미안한 마음에 일찍 말했다가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수가 있다.


이것도 우리끼리 말이지만, 휴가가 없는데 4주를 꽉 채워

인수인계 해주다 보면 남겨진 사람, 떠나는 사람 모두 오히려 긴 이별에 뻘쭘해진다.


떠날 때 모든 이별의 이유를 다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런다고 그곳이 바뀌는 게 아니다. 내 이미지만 나빠질 뿐이다.
그저 수많은 이유 중 가장 괜찮고 서로에게 아름다운 이유를 말해주도록 하자.


인수인계서는 정말 필요한 것만 써주자.
남겨진 사람을 위한답시고 구구절절 쓰다가는 정작 중요한 건 놓치게 된다.
대분류부터 깔끔하게 해서 필요한 서식과 이전의 결재를 참고용으로 넣어주면 끝이다.


아주 짧은 시간 스치듯 재직했거나 아예 다른 산업군의 회사로 가는 게 아니라면,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작은 선물이라도 쥐어주며 떠나자.
네이버에 "답례품 영양제"라도 검색해서 부서원들에게 안겨주고 끝까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떠나자.
어디서 어떻게 또 만날지 모르니까.


아, 인사팀 공용 메일은 무조건 챙기고 실 근무 마지막 날에 "원천징수영수증"과 "경력증명서"는

반드시 챙겨나와야 연말정산 시즌에 구질하게 연락하는 일이 없다는 건 절대 잊지 말자.


남겨진 사람

남겨진 사람은 늘 "저 사람은 왜 날 두고 떠났는가?"만 떠올린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 구질구질하게 그러진 말자.


떠나는 사람은 늘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그럴싸한 이유를 핑계 삼아 나간다.

남겨진 자들도 그게 떠나는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최선이었음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처음엔 배신감이 들 수 있다. 특히 같이 야근하고 고생했던 동료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고, 나의 선택은 아니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오죽하면 떠나겠느냐. 당신 탓이 아니다. 회사 탓이다.


떠나는 사람이 갑자기 다음 날 떠나는 게 아니라면, 인수인계서를 미리 적당히 썼는지 확인하고 한 번 같이 살펴보자.

괜히 완전히 떠난 후에 "잘... 지내지...?" 구질구질하게 전화하지 않도록 서로를 위해 함께 체크해보자.


"이 정도면 되겠지" 하지 말고, 궁금한 건 다 물어보자.

떠나는 사람도 어차피 며칠 안 남았으니 성의껏 알려줄 것이다.

나중에 혼자 헤매느니, 지금 5분 물어보는 게 낫다.


누가 떠나고 나면 팀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특히 핵심 인력이 떠났다면 더더욱.

하지만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버텨야 한다.

"남겨진 우리가 더 단단해지는 계기"라고 생각하자. 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한다.


만약 떠난 사람 자리가 공석으로 남으면, 그 업무는 고스란히 남은 사람들 몫이다.

그럴 땐 상사한테 먼저 얘기하자. "이 업무 분담 어떻게 할까요?"

안 그러면 자연스럽게 모든 게 다 내 업무가 된다.


그리고 누군가 떠나면 그건 곧 남겨진 자의 기회이기도 하다.

승진 기회일 수도, 새로운 업무를 배울 기회일 수도, 팀 내 입지를 다질 기회일 수도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진짜다.


또한 나 역시도 이 회사에서 은퇴할 연차가 아니라면 언제든 떠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나이에 무슨... 나는 안 될 거야" 이런 생각은 잠시 접어보자.

생각보다 더 좋은 인연의 회사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떠나는 자를 너무 미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야 "아 이래서 그랬구나" 깨달음을 얻거나,

어느 날 떠나간 사람이 이직한 곳으로 내부 추천을 해준다는 최고의 선물을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회사에서의 이별,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나도 처음 겪을 때는 왜 일 잘하는 저 사람이 떠나고 남아있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홧김에 같이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기도,

떠나간 사람들이 남긴 일들에 치이며, 새로 온 사람들 틈에 어색하게 적응한 날도 있었다.


동료와의 이별은 아프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떠나 보내는 법을 또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같은 곳에서 만나 일하게 되었을 때 서로 웃으며 인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아름다운 이별이 아닐까.


그저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나중에 또 만날 수 있게끔만 헤어지면 된다.

그게 어른들의 회사 안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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