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회사의 공통점
"혼자가 편하다"고 외치는 주제에 나는 약 N년째 연애 중이다.
그냥 사귀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하, 이러다 정신 차리면 결혼하는 거 아냐?
회사도 마찬가지다.
맨날 "그만두고 싶다" 외치면서도 착실히 출근하다 보면, 어느새 정년퇴직할 날이 올 것만 같다.
생각해 보니 회사와 연애, 참 닮았다.
1. 연극은 끝나기 마련이다.
잘 갖춰입고 오랜만에 다듬은 외모로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상대를 기다리는 소개팅.
긴장되고 설레는 면접도 똑같다.
서로의 니즈가 맞으면 2번째 만남(합격 연락)을 기다리게 되고,
둘 중 하나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면 "더 잘 맞는 분 만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정중한 거절을 받거나,
잠수하면 눈치껏 '떨어졌구나' 직감한다.
이런 시간을 지나 "입사"라는 시작점에 섰을 때, 괜히 첫날부터 과한 컨셉을 잡지 말자.
다니는 내내 그 모습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면, 조금은 담백하게 나를 드러내고 시작하자.
그렇다고 마치 연애 초반부터 "저는 삼대독자에 집안에 제사가 최소 10번입니다" 하면 다 도망갈 테니,
적당히 3개월간은 서로 조심하고 탐색하며 "이 정도는 괜찮네?" 간 보면서 나를 드러내도록 하자.
2.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늦게 다니지 말아라, 술은 적당히 조절해라, 인사 잘해라...
엄마 잔소리도, 애인 잔소리도 아니다. 회사 잔소리다.
뭐가 다르냐? 똑같다.
다 널 위한 얘기다. 지켜야만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좋은 얘기만 나누고 싶은 마음,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함께 있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한 이 소리들이 필요하다.
잊지 말자.
잔소리가 끝나면 애정도 관심도 끝난 것이다.
그때는 좋아할 게 아니라 짐 쌀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3. 적당한 거리, 적당한 온도.
"끝없이 퍼주는 쪽이 손해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말 들을걸...
선배들이 괜히 하는 말은 없더라. 슬프지만 그 말이 맞았다.
연애든 회사든, 더 퍼주는 쪽이 손해 보는 건 똑같다.
나만 서럽다.
기대하게 해놓고는 연봉 인상은 코딱지만큼 올려주고,
떠난다고 하니 그제서야 붙잡는 시늉을 하며 "얼마면 돼? 돈으로 다 살 수 있어" 외친다.
그러니 이곳에 뼈 묻을 듯 다 퍼주지 말자.
적당한 밀당은 필수다.
4. 세상에 남자/여자가 걔 하나뿐이냐?
사랑으로 상처받은 드라마 속 주인공의 친구들은 늘 이런 말을 한다.
"야, 세상에 여자가 걔 하나뿐이냐?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 거야."
회사도 똑같다.
불타고 설레는 건 어디나 초반뿐이다.
나를 그리 어여삐 여기던 상사와 동기들은 어디 갔으며,
나는 늘 승진 명단에 없고, 물가는 올라도 내 지갑은 안 오른다?
떠나라. 세상에 회사가 여기 하나뿐이겠는가.
회사도 회사로 잊는 거다. 더 나은 곳에서 다시 설레보자.
5. 한 때는 내가 정말 사랑했던 그 남자 혹은 그 여자
불타는 열정은 무슨, 미적지근을 지나 싸늘하게 만들어 준 이 회사에게
당장이라도 사직서를 던지며 "헤어지자"를 외치고 싶다.
하지만 잠깐.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곳에 입사하겠다고 열심히 이력서에 MSG를 뿌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부여잡고 합격 전화가 나에게 오길 기다리던 그 짝사랑 상대였다.
저 사람도 처음엔 내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첫 만남의 설렘, 함께한 순간들, 그때는 분명 진심이었다.
그러니 끝까지 못되게 굴진 말자.
미운 정도 정이라고,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서로 상처 주지 말고 담담하게 끝내자.
언젠가 다시 마주쳤을 때 "그래, 그때는 좋았지" 웃으며 말할 수 있게.
이별도 품위 있게 하자.
아, 그래도 여전히 출근은 싫다.
취준생 시절 정말 출근하고 싶었던 그날을 떠올려도... 출근은 싫고 작디 작은 월급만 좋다.
연애도 그렇지 않았나.
처음엔 매일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았는데, 막상 매일 보니 가끔은 혼자 있고 싶더라.
그래도 헤어지긴 싫은, 그런 애증의 관계.
회사도 똑같다.
출근은 싫어도 월급날은 좋고, 일은 하기 싫어도 퇴사는 무섭고, 상사는 싫어도 동료는 아깝고.
결국 회사와 연애는 참 닮았다.
설레다가도 식고, 미워하다가도 정들고, 떠나려다가도 망설여진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출근을 하기는 한다.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다만 오늘이 월급날이 아니어서 화가 난 건 아닐까.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