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 스펙 escalation
In-house Counsel Story 3)
변호사 3만 명 시대.
많은 변호사들이 아직 로펌, 법률사무소를 통해 전통적 송무, 자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사내변호사, 공무원, 사업, 교육기관 등 새로운 영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아직 그 수가 많지 않지만, 과거에 비하여 그 외연이 확대되고 있는 사내변호사에 관하여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사내변호사도 스펙이 필요해?
과거 변호사사 기업으로 갈 경우, 변호사 자격증이 스펙이었고 다른 조건들은 필요하지 않았다. 약 10여년 전부터 이는 급격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검색한 사내변호사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스펙을 확인할 수 있다.
- 로펌 또는 기업에서의 3 내지 5년 간의 경력(혹은 대형로펌, 대기업, 다국적 기업)
- 영문계약서 검토 및 작성 능력
- 규제기관 대응 또는 규제산업에서 규제관련 경험
- 대형로펌 혹은 대기업(혹은 Multi national company)에서의 업무 경험
- fluent in English both oral and written
- 기업 영업범위에 따라, 금융, 건설, 부동산, 핀테크 등에 대한 지식 및 경험
- 현업들과의 유기적인 업무수행 능력 또는 경험
- 논리적, 전략적, 분석적 접근능력
- compliance 또는 내부통제 구축 및 운영 경험
위와 같이, 기업의 사내변호사 채용에 있어서, 요구하는 스펙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아래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수요공급의 원칙
90년대만 해도 변호사가 기업에 취업할 경우, 임원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최소 부장급 팀장으로 영전(?)이 가능했다. 변호사 자격증이 스펙이었고 다른 조건들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 당시 변호사는 사내변호사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기업은 변호사를 채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시대가 변하였다. 로스쿨과 사법고시가 병행되던 시기에는 매년 2,7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매년 신규로 자격증을 받았고, 사법고시가 종료된 이후에는 매년 1,700명 가량의 변호사가 자격증을 받고 있다. 2004년 6300명이었던 전체 개업변호사 수는 2014년 15,000명이 되었고, 2019년 30,000명을 돌파하였다.
변호사 3만명 시대인 지금 기업에 취업하려는 사내변호사의 공급이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사내변호사 공급의 증가가 사내변호사의 임금 하락을 불러오기도 기업의 잊혀졌던 권리, 즉, 선택하여 채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다시 부여하였다.
기업은 사내변호사 공급의 증가를 기회로 채용시장에서 우위에 서게 되었고, 사내변호사 희망자들에게 변호사 자격증 이외의 스펙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기업의 사내변호사 경험
기업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스펙요구는 변호사 공급 증가만이 원인이 아니다. 위와 같은 사내변호사에 대한 요구조건의 구체화 및 다양화는 분명 변호사 공급 증가에 영향이 있지만, 다른 곳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업이 구체적이고 다양한 스펙을 사내변호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사내변호사에 대한 경험이 점점 풍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변호사를 고용하고 있거나 고용해본 경험이 있는 기업은 사내변호사 채용에 있어서 요구조건이 구체적이다. 사내변호사를 고용해본 경험이 있는 기업은 사내변호사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내변호사에 대한 요구조건이 구체화할 수 있다.
또한, 사내변호사가 재직 중인 기업이 추가로 사내변호사를 채용할 경우, 재직 중인 사내변호사가 채용에 관여를 하여 채용공고가 구체적이다. 변호사의 자질은 변호사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내변호사가 근무하는 기업이 많아질 수록 사내변호사 채용공고는 더욱 구체적이 될 것이다.
스펙의 상승 및 구체화가 아쉬운 이유
사내변호사의 수요와 공급, 기업의 사내변호사 경험이 스펙의 상승과 구체적인 스펙을 요구한다. 이는 사내변호사의 활성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일견 우려스럽기도 하다.
기업이 구체적이고 다양한 스펙을 갖춘 변호사를 원한다는 것은 이미 완성되어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을 원해서이다. 다만, 이러한 기업의 요구에 아쉬운 점이 있다.
변호사는 자격시험을 통과한 법률가이지만, 시험을 통과한 변호사는 기본 3법 및 이에 관한 판례, 논리, 법해석능력으로 무장을 하고 있으나, 새내기 변호사는 각종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법원, 검찰청 대응에 대한 경험, 현업과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다. 변호사 자격자도 상당한 경험을 통하여서만 관련 지식을 폭넓게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경력 변호사만이 사내변호사로 채용될 수 있다.
기업의 사정 상 특정 이슈에 긴급해게 대응할 필요가 없을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경력 또는 경험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법무팀이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기업이 사내변호사를 채용한 즉시 업무에 활용한다는 것은 기업 내부에 사내변호사 육성할 철학, 자원, 조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기업에 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났으나, 정규적인 법무조직에 대한 필요성 및 인지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사내변호사를 조직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용병 혹은 프리랜서라는 인식을 가지고 채용하여 법무팀 조직 구성없이 단임 변호사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법무조직의 부재는 장기적으로 기업 리스크 관리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요소이므로, 사내변호사를 통한 법무조직의 확대를 희망한다.
* 스펙이라는 용어는 물건의 치수, 성능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사람에게 스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게 적절하지 않다는 성신여대 권오성 교수의 지적에 동의한다. 다만, 대체할 용어가 마땅하지 않아, 향후 대체할 용어를 발견하거나 고안할 때까지 이를 유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