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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이아빠 Oct 07. 2022

me and NZ - (2) 초코파이 책상의 추억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나의 말에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으셨다.  목욕탕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못 들으신 걸까?  다시 말해야 하나?  아빠? 왜 대답을 안 하세요? 아빠? 아빠?’ 나는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조용히 물기를 닦았으며, 조용히 바나나우유를 마셨다.  조용히 목욕탕을 나서서 조용히 집에 왔다.  이게 끝이었다.  우리 가족 누구도 내 유학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이런 망한 건가?


나는 또 콩나물시루 버스에 타고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학교를 지나 피곤을 등에 업고 매일 밤 잠이 들어야 한다.  며칠 밤을 새워 고민하고, 적당한 순간을 재서 말씀드린 건데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이쯤 되면 계속해서 보내달라고 해야 할 텐데, 난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우리 집 사정이 누굴 해외로 공부하라고 보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닌가 보다.  깔끔하게 인정하고 새벽에 일어나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학교를 다니며 여름을 보냈다.


그 해 여름방학.  집에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르다가 엄마에게 시끄럽다고 한 대 맞으면, 친구들 만나서 게임하면서 보냈다.  엄마는 이런 나를 베짱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베짱이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우리 학교는 보충수업 계획을 발표했다.  여름방학에 말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자랑은 책걸상이었다.  일명 ‘초코파이’ 책상이라고 하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책상과 걸상을 아직도 사용했다.  이미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덩치가 커졌는데, 그 작디작은 책걸상에 학생들은 몸을 구겨 넣고 공부했다. 못 먹고 지내던 시절의 책걸상을 아직도 사용했다.  앉으면 다리도 안 들어가고,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반쪽만 걸쳐진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는 매년 건의한다. 그러면 교장 선생님은,

그럼 지금 있는 책걸상은 어떻게 해요?


“아, 진짜 망했다.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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