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왜 이렇게 곤욕이었는지, 일찍 일어나면 머리도 아프고 컨디션 좋지 않아 푹 자야 했다. 학교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 이쯤 인 듯. 우리 학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선생님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체벌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아픈 머리와 체벌에 목마른 선생님들 사이에서 인생이 고달픈 학생. 바로 나였다.
학교까지 가는 길은 버스로 30분이나 걸린다. 학교를 그냥 가도 피곤한데 버스를 30분이나 타고 가면 얼마나 더 피곤하겠어. 매일매일 장거리 운전하는 느낌이다. 운명의 날, 121번 버스 라디오에서 책 광고가 나왔다.
홍정욱의 7막 7장
전 국회의원 / 현 사업가 홍정욱이 미국에 유학 가서 고생하다가 성공하는 자서전인데, 아깝지만 이 책은 몇 년 전에 잃어버렸다. 유학시절 내내 많은 도움을 받을 책인데, 어디선가 자신의 다른 일을 하고 있겠지. 이 책을 사자마자 쉬지도 않고 다 읽은 나는 내 미래를 바로 결정했다. 나는 한국을 떠날 것이다.
묘한 악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이거다! 여길 벗어나는 길은 이것뿐이다!'라는 울림이 있었다.
그날부터 어떻게 하면 유학을 갈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했다. '아빠한테 그냥 말할까? 아냐 아냐 괜히 꾸중 듣겠지? 앞으로의 나의 꿈을 장황하게 말하고 그래서 유학을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할까? 그런데 난 꿈이 뭐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의 꿈. 뭐 하고 살 것인가. 며칠을 머릴 싸매고 고민해도 나의 미래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외로 가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난 그냥 외국에 가서 영어로 말하며 살고 싶었다. 마치 저 책의 주인공에 빙의해서 나도 아빠와 목욕탕에 갔을 때 얘기했다.
외국에 가서 영어로 공부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