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난 마음
나는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다니며, 내 안의 나를 찾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했다.
명상을 하고, 수행을 하고, 스스로를 단련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깨달았다. 하지만 고칠 수 없는 불안, 분노, 화… 어린 시절부터 뿌리내린 감정들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법륜스님은 어느 강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병원에 가보세요.”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병원을 가야 하나? 수행으로 극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내 힘으로 이겨내려 했고, 어느 정도 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으면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도 또 무너졌다. 반복이었다.
결국 깨달았다.
나는 내 의지만으로 바뀔 수 없구나.
정신과에 가서 무기력증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는 “호르몬의 문제일 수 있다”며 꾸준히 먹어보라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의심도 했다. 하지만 약을 먹고 나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하기 싫음이 사라지고, 하고 싶어졌다.
죽은 줄 알았던 호기심이 되살아났다.
내 안에 잠자던 감정들이 깨어났다.
삶이 달라졌다.
그제야 알았다. 정신병도 감기 같은 거라는 걸.
몸이 부러지면 깁스를 하고, 살이 찢어지면 꿰매듯이, 마음이 다치면 그것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다리가 다 나았는데 목발을 계속 짚고 다니면 근육이 약해지듯, 약도 영원히 먹을 필요는 없다. 다만 필요할 때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의사와 이야기하며 끊을 수 있을 때 끊으면 된다.
이제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나는 움직인다. 사람을 만나고, 웃고, 가족과 함께 행복을 느낀다.
이제야 법륜스님의 말씀을 이해한다.
“병원에 가보라”는 그 말씀이 나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