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move heaven and earth.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by MoonA
Move heaven and earth
온 힘을 다해 불가능해 보이는 일까지 해내려고 애쓰다

초등학교 6학년 운동회날, 100미터 달리기, 오래 달리기, 계주, 줄다리기, 2인3각을 몽땅 다 뛰고는 다리에 경련이 일었다. 그 때문에 골인지점에 도착하자마자 흙바닥에 널부러진 것도 창피했지만, 더 창피했던 건 내 튼실한 종아리에 같은 반 남자애들이 붙어 주무르기 시작했던거다. 그즈음이었나보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적당히'를 못하는 '나'의 발견.


대학교 1학년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고등학교 내내 어렵게 늘린 체중을 좀 덜어내리고 결심하고 긴 여름방학동안 매일 운동하고, 오이와 저지방 우유만 먹고, 신생아 여러명분의 무게를 덜어냈다.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했고, 그토록 입고 싶던 민소매 멜빵 치마에 긴 생머리 팔랑거리며 교내 식당에 들어서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뒤에서는 알아보지 못했고, 앞에서야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뽀글거리는 탄산수의 짜릿함을 맛보았다.


고등학교 1학년, 지구과학 선생님을 좋아했다. 매일 지구과학 공부를 했다. 질문을 하러 가야하기에. 그래야 얼굴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니까. 그 바람에 수학도 물리도 화학도 다 헤매는 문과가 운명이었던 내가, 지구와 지구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누구보다 빠삭해졌고, 그 집념_사랑_으로 인해 지구과학만큼은 언제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물론 그 사랑이 식으면서는 시들해졌지만.


아들이 두 돌이 좀 넘었을때, 실무로 쌓은 영어수업노하우에 전문성을 더하고 싶어, 테솔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강사일을 하며 테솔 수업을 병행했다. 메주 이틀씩 4시간씩의 수업을 마치고 나면, 과제를 하느라 새벽 3,4시가 되어야 잘 수 있던 6개월 과정을 마칠 때, 나는 전체 수료생들 중 단 두 명이 받은 우등상을 받았다. 그 덕에 그때 두 돌짜리 아들은 매일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다. 모짜렐라 치즈처럼 늘어지는 죄책감을 주는 장면이다. 하늘과 땅을 감동시키려고 아들에게 그렇게 한 것 같아 아직도 두고두고 미안하다.



무엇을 더 해야할까 매일 고민이던 시절, 그때 나를 알던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너 진짜 열심히 살았어, 그때.

참말로 미덥지 않았던 이 말이, 이제야 믿어지기 시작한다. 나도 기억이 잘 나지않는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말들을 믿어보기로 한다.


불현듯 하늘도 땅도 옮겨가며 원하는 걸 움켜쥐는데 정신이 팔린 동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을지 모르는 소소한 이야기들, 사람들, 그리고 장소들이 있었을텐데 싶다.

포맷에 포맷을 거듭하고 너덜해진 머릿속 내장메모리가, 전체 마을이 재난을 당했으나 주인공 남자의 고군분투만 그려놓은 영화같은 장면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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