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on the feed
최신 정보에 밝다
키오스크 앞에 서서 돋보기안경을 꺼내고 메뉴를 읽고, 원하는 걸 고르고, 온갖 결제수단과 포인트적립방법을 선택하고, 카드를 넣고 영수증을 받았다. 이제 이걸 들고 뭘 해야 하나, 점원에게 가야 하나, 여기 그냥 서있으면 되나 하고 서있는데 뒤통수가 지릿하다. 내 뒤로 줄 서서 키오스크 이용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아니, 적어도 그렇다고 느낀다.
이건 부모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 내가 겪은 이야기이다.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니 무인도서대출기가 있다. 낯선 것들은 일단 무조건 사용해 보자. 동네 도서관에서 발급받은 대출증, 아니 도서관 앱에 있는 바코드를 인식시킨다. 그러면 책의 번호를 누를 수 있고, 곧이어 기계 아래쪽으로 책이 툭 떨궈진다. 반납할 때는 반납 버튼을 누르고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책 투입구가 열리면 책을 집어넣는다. 이때 내 손이 같이 반납되지 않도록 잽싸게 빼야 한다. 기분 탓이겠지만.
이미 꽤 오래된 기계들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사는 곳엔 아직 키오스크가 없는 곳이 많고, 지하철 역은 없으니 지하철 역에 있는 무인대출기도 없어서 오랜만에 사용하려면 하루이틀은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기계들은 애교다.
요즘 AI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따라잡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2023년 5월, ChatGpt가 무료로 대중에 공개된 후, 일단 영어로 쓴 글들을 수정하고, 이게 문법적, 상황적으로 맞는 말인지 몰라 헤매던 일이 더 이상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2년이 더 지난 지금, 지난 주말 나는 Gemini AI를 사용해서 앱을 제작하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주말 내내 옆에 놓은 커피를 3번을 리필하는 동안 7개의 앱을 만들어보았다. 물론 그 앱이 상용화되려면 지불해야 할 돈과 거쳐야 할 단계들이 있지만 내가 만들고 내가 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예를 들면 영어문법공부를 위해 매일 20문제 정도를 연습할 수 있는 앱과 영어원서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관련질문을 만들고, 내가 거기에 구두로 대답하면 대답을 수정보완해 주는 앱을 만들었다.
창밖을 바라보면, 어제도 오늘도 같은 날들이다. 이웃집 수영장 물은 여전히 맑게 잘 관리되고 있으며, 해마다 이맘때면 이웃들은 핼러윈 준비에 한창이 되고. 이 오래된, 그리고 반복되는 풍경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들이 정말 필요한가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날 '그런 것도 모르는 뒷방 어르신'이 되는 게 참 두려워서 매일 시간을 투자해서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염탐하고 검색한다. 해가 지고 하루 종일 혹사한 눈이 침침해지면, 별수 없이 앉아 2000년대를 그리워지게 하는 노래를 듣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