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생일이었고요.
(하루 더 지나 게시하니, 실은 엊그제)
오늘은 Video log 대신
Writing log를 써 봅니다.
- 직장인 겸 작가, '직가'의 하루 -
07:40am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더니 스산한 아침이 옵니다.
새벽에 울리는 알람을 두어번 흘려보낸 후에야 간신히 일어납니다.
요즘 같은 때라면 미라클 모닝은 하지 않습니다.
겨울이라 잠이 늘기도 했고
단 1분이라도 회사에 늦게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출근, 아무튼 출근을 합니다.
5호선을 타고 다닙니다.
첫차나 두번째 운행하는 지하철에선 앉아 갈 수 있지만
08시경 서대문방면 5호선에선 기대하기 힘든 일입니다.
나와 같은 직장인으로 지하철은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복작복작
한 뼘 남짓 책 펴기조차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입니다. 휴대폰으로 볼 전자책이 있어서 말입니다.
08:40am
광화문역에 도착합니다.
우르르, 지하철이 승객을 뱉어냅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승객 대부분이 나와 같이 내립니다.
우리는 지상을 향해 걷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직장에 가는 것이죠.
5호선은 깊고 깊어 두 번의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터덜터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까요.
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생일이지만 가야했습니다.
어제 하루는 연차 내고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했습니다만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생일이지만 09시를 기준삼아 출근을 합니다.
한숨이 나오려 하기에 급히 생각을 멈춥니다.
이럴 땐 무념무상이 최고입니다.
사무실 내 자리에 앉습니다.
W log에 올릴 사진을 찍어봅니다.
찍으니 더럽다는 걸 확실히 느끼지만
이러고 살아 온 저는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창의력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미네소타대학교 연구팀은 책상의 지저분함이 창의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정리정돈 된 사무환경은 사회적 전통, 규정 준수, 보수적 관리가 중요한 업무에 도움이 되고
어지럽고 지저분한 사무환경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비전통 방식을 추구하는 업무에 적절하다는 것이지요."
고맙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열일 합니다.
아침부터 생일 축하한다며 이미지를 띄웁니다.
지인들에게서도 생일 축하 인사를 받고요.
심지어 아주 의외의 인물에게서 조차
축하를 받습니다.
사랑과 축복이 넘치는 그들입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공연히 성찰하게 되기도 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나, 하고 말입니다.
08:50am
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하는 건
출근 길에 읽은 책 내용 정리나 스케쥴러 쓰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래는
업무 외
작가로 살아야 할 하루의 나열입니다.
주나 월 단위로 바뀌는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대동소이합니다.
글쓰고
책 쓰고
수업 준비하고
글쓰고, 글쓰고, 글쓰고.
장르만 달라질 뿐이지요.
새벽에 대부분 처리했어야 하는 일인데
올 겨울 새벽은 왜 이리 일어나기 힘들까요.
쩜쩜쩜
...
점심에는 회사 근처 헬스장으로 운동을 다녀옵니다.
한 템포 끊어주기 딱 좋습니다.
1:00pm
점심시간이 지나
2 round 시작입니다.
한 차례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면 다시 여유가 찾아 오는 일을 합니다. 업무 특성입니다.
덕분에 여유가 오면 사부작 사부작 글 쓸 형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요즘 할 수 있는 작업은
다섯번째 책(비건 에세이) 편집입니다.
출판사 편집자님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보완해야 할 부분은 다듬고 있지요.
그러다 업무를 하고요.
업무를 보고요.
퇴근 할 시간입니다.
퇴근길 읽고 있는 책 입니다.
두 책을 합치면
'잘라라, 고기 집는 그 젓가락을'
즈음 될라나요.
그렇습니다.
저는 채식 클럽 회원인 비건입니다.
이제 막 8개월쯤 된 신입 비건이지요.
건강을 이유로 시작한 일이니 만큼
가공식품이라면
비건용일지라도 가능한 먹지 않습니다.
물론 오늘 같은 날 빼고요.
ㅋㅋㅋ
ㅋㅋ
ㅋ
비건이란 동물성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동물성 식품을 먹는다고 몸에 알러지성 반응이 일어나지 않죠.
그러니까
먹을 수 있지만 건강과 동물과 지구환경을 위해 먹지 않는 것뿐.
비건도 동물성 식품 대부분이
맛(은)있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래서 이런 날 한 번씩 먹습니다.
보통 채식이 주는 즐거움에 살지만
혀가 기억하던 맛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 있어요.
역부족인 날인데,
그럴땐 잘 참아뒀다가 특별한 날 핑계삼아 찬스를 씁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어떤 강박으로 비건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말하고 싶기도 했고
동물성 식품 하나라도 줄이려는 마음
그거면 된다고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네,
저는 어제 생일을 기념 삼아
선물 받은 논비건 초코 케잌에 위스키 한 잔 했습니다.
홈메이드 김밥엔 동물성 식품 하나 없었지만 말입니다.
취기가 오르다 만게 살짝 아쉽지만
그만 마시기로 합니다.
생일이지만 월요일이고
출근해야 할 날이 아직 4일이나 남았기 때문입니다.
밤 9시가 되니 졸려집니다.
소화시킬 겸 소파에 앉아 여행 유튜브를 보는데
몸이 자꾸만 180도로 기웁니다.
반인반수처럼 반은 앉고 반은 누운 자세가 되었습니다.
'졸렵다'는 본능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 침대에 가 누워 봅니다.
하루가 저뭅니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생일이 지나갑니다.
더 붙잡고 싶지 않아 이만 자야겠습니다.
남은 생일에 대한 미련은 없습니다.
그래도 생일날 아무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것에 강박이 입혀지면
어쩐지 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쓰기가 해야 하는 쓰기 같아질 때,
조금 쉬고 싶어 쉬었습니다.
스케쥴러를 텅텅 비워놨던 건 그래서였습니다.
생일이니까요.
눈 뜨면 다시 출근이
해야 할 쓰기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나는 직장인인 동시에 작가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지금만큼은 현명한 사람이 되어 보겠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겠습니다.
대신 눈을 감아 보이지 않는 내일을 그리겠습니다.
어두운 가운데 빛이 보입니다.
미소가 지어지더니 잠에 듭니다.
꿈을 꿉니다.
나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2022.02.14
쟈스민 W 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