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겐 비교적 저가에 매수한 기름(WTI) 600주가 있었지요
요즘 누가 기름 사냐며
넘들 S전자다 K초콜렛이다 뭐다 줍줍 할 때부터 굳건히 지켜온 아이들이었구요
그런 나란 걸 알고 한때 경미는 ‘대단하다’며 ‘정신승리는 네 것’이라 하기도 했답니다
고층에서 지하로 떨어지는 건 한순간, 엉금엉금 한 계단씩 오르던 기름을 끝내 안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던지, 말던지
오르기야 하겠지’
하던 무사태평함이 이유인 줄도 모르고요
한편 우리 서방님은 대학원생이라지요
내가 글 쓰는 희열로 스파크를 튀기는 자라면, 서방님은 공부할 때 반짝반짝 빛을 내는 분이랍니다
어려서부터 수재 소리 들었다던데 아무래도 공부로 길이 튼 사람인 가봐요
내가 써야했듯, 서방님은 공부해야했던 거겠지요
평일 아침 9시 땡치면 주식 창을 연다지요
궁금해서 하는 짓이랍니다
오르면 즐겁고 떨어지면 무시하고, 허허실실 낙낙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지요
그러나 최근엔 그렇지 못했다지요
중2병에 걸린 마냥 등(騰)에 크게 날뛰고 낙(落)에 아오 썅-, 하고 내지르기도 했다지요
기름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랍니다
서방님 한 학기 학비 낼 때가 왔으니까요
그날도 아침 9시였다지요
기름만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날은 기름 이 자식, 몸집이 제법 불었더랍니다
이는 곧 매도 타이밍
가을 학기를 준비하는 우리에겐 팔라는 신호였지요
'팔자'를 누르기로 했답니다
이만하면 됐다 싶어 ‘기름, 이 가격에 내놓습니다’하고는
구매를 원하는 자에게 내다 팔았답니다
나는 팔고, 당신은 사고
우리의 때는 이토록 다른 법
그렇게
기름을 팔아다 서방님 학비에 썼다지요
기름, 벌써부터 아련한 추억팔이가 되어버린 거겠지요
1118(일일일발견)에 이어 새롭게 연재 합니다.
시리즈"지요"
마치 구전동화를 듣듯 우리 삶의 조각을 담아낸 연재물이지요.
~하지요, ~있지요, 그렇다지요,
따위의 어미를 특색으로 한 시리즈"지요".
블로그와 브런치 동시 연재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