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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ul 13. 2022

비가 내린다. 아파야겠다

뇌가 지랄발광을 한다.

도통 생각이란 하지 말라고. 나를 가동시키지 말라고.

오늘도 휴업, 그러니 가만 있으라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다시 소파로 옮겨와 철푸덕, 누워 책이라도 볼라치니 두어번 반복해 읽어도 채 한 문장 넘어가지 않아 도로 덮어야 했다. 몸이 회복을 거부한다.     


회사 다닐 때 아픔은 곧 눈치였다. 꼭 그랬다. 병세는 예고 없이 찾아와 미리 결재 받을 수 없었으므로. 마치 나 때문에 약속 취소라도 된 듯 질질 죄스러운 마음을 끌고 부장에게 전활 걸었다. 눈 질끈 감고 말했다. 몸이 너무 안 좋아 하루 병가 내겠습니다. 이마저 구차하다 싶을 땐 약 한 알을 목구멍에 털어 넣은 채 출근하곤 했다. 이런 날은 더 많았다. 참고 나간 날. 아픔은 늘 걸거척스러웠고 언제쯤 자유롭게 아플 수 있을까, 부장의 허락 끝에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허나 회복하는 내 마음은 편하지 않다. 지금도. 전업창작자로 살겠다 결정하고 한 편 백수이면서 아픔을 너그럽게 기다려 줄 여유가 없어 오늘도 마음 종종이다. 자그마치 5일을 가볍거나 깊거나 힘이 조금 있거나 없는 정도로 앓고 있으니 사고가 멈추었다. 생기를 잃어 피부는 누렇게 떴고 하루는 안개가 바닥에 깔린 듯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개중 이틀은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쓰지 못한 하루는 똥 달린 강아지 똥꼬마냥 늘 불편하다. 이 묵직한 덩어리는 꿈이 되어 나타나곤 했다. 한 번은 엄마와 다투는 꿈. 다른 한 번은 전 회사로 돌아가는 꿈. 꿈이라 천만다행이었던 건 엿 같은 꿈이라서였다. 몸과 마음이 편치 않아서였겠다.     


아픔을 놓아주고 싶다.

이깟 몸살쯤, 제 몸이 치유해 줄때까지 가만히 내버려 두고 싶다. 약을 먹어 ‘내일은 낫겠지’ 하며 빠른 쾌유를 기다리는 조바심도 며칠 못 쓴 사이 휘발될까 싶은 글력도. 내 마음이 나를 아픔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마음껏 아파도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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