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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Oct 01. 2022

글쓰기 시제(과거와 현재의 카오스)

손은경글방 글 공부

왕왕 받습니다.



"작가님, 글을 쓰는데 과거랑 현재랑 왔다리 갔다리 해요. '~했다'라고 과거형으로 쓰다가 갑자기 '~한다'라고 현재형으로 쓰고 있거든요. 왜 그런 거죠?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요?"



'시제'에 관한 질문이요.

여러 경우들이 있어서 이 주제는 케이스 별로 스터디 하는 게 가장 좋을 듯 하지만, 우선은 대표 케이스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쓰려는 글은, 언제나 현재 쓰고 있는 나보다 과거(과거의 경험)다


우선 '글에 쓰려는 이야기'는 '우리가 글을 쓰는 시점' 보다 언제나 과거라, '그렇지만 쓰는 나는 현재라' 혼동이 발생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나는 지금 파란 하늘이 훤히 보이는 커피숍에 앉아 있습니다. 노트북을 켜 글을 쓰려고 해요. 어제 만난 사람에 관한 것이고,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어제를 회상해요. 빔 프로젝터를 쏜 것처럼 어제 있었던 일이 드문드문 영사되요. 글을 쓰는 나는 지금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어요. 지금 보고 있어, 마치 지금 일어난 것처럼. 어제(과거) 일인데 꼭 지금 같아요.


그렇기에 경험을 글로 이야기 할 때, 쓰고 있는 지금과 비교해 전부 과거 형태 "~했다/~이었다/~먹었다"로 쓰여야겠지만 그럼에도 '현재'로 쓰이기도 하는 거지요. 저는 이것이 뇌의 무의식적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같으니까 지금(현재형)으로 쓰고 있는 것이죠. 


이 뿐 아니라 '현재형'으로 쓰이는 경우는 또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다음에 해당한다 보시면 되요.




2. 현재형으로 쓰이는 대표 케이스


전부는 아니지만, 보통 아래 네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할 겁니다


1)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읽히고 싶을 때 <- 위에 설명한 경우

2) 언제나처럼 반복해 일어나는 일(일상, 습관)일 때

3) 지식 등 설명할 때

4)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사유의 결과물)'일 때



1)은 위에 설명한 케이스이고요, 나머지 2)~4)는 새로운 케이스입니다.

저는 여기 어떤 공통점이 느껴지는데요. 뭘까요?^_^ 바로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무의미한 일들이라는 겁니다. 마치 진리라 부르는 것들처럼 말이에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시)

-나는 매일 아침 물을 마신다 O ↔ 나는 매일 아치 물을 마셨다 X(허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엔 말이 됩니다)

- 1 더하기 1은 2이다 O ↔ 1더하기 1은 2었다 X

-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O ↔ 사람은 사랑으로 살았다 X





3. 그밖에 과거의 두 이야기가 뒤섞인 경우


그리고 또 다른 경우가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할 겁니다. 여러분, 혹시 쓰시며 눈치채셨나요? 글에 과거와 현재를 나누는 기준은 철저히 작가 작위에 의한 것이라는 걸.

            참고 : 시제는 발화시를 기준으로 한 절대 시제와 사건시를 기준으로 한 상대 시제가 있다.          


그러니까 쓰는 현재를 기준 삼아 과거와 현재를 나눌수도 있고요, 과거의 어느 시점을 기준 삼아 그 전을 과거 그 후를 현재로 쓸 수도 있어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사라진 채로요.


그래서 쓰는 여러분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었습니다. 나름의 명확한 '기준'을 잡지 않은 채 쓰셨다면요.





4. 시제의 혼란은 어떻게 바로 잡는가?


위와 같은 이유를 알고 자기 기준에 의해 쓰였다면, 비록 문장만 따로 떼어 보았을 때는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쓰여있겠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란이 맞거든요. 그러니까 맞게 쓰인 거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에 해당하는, 이유도 모른 채 자기 기준 없이 썼다 하더라도, 즉 무의식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무의식이 알아서 제 길을 찾아 현재와 과거를 오가 주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다 쓴 글을 쭉 읽어본 뒤 어색함이 없으면 독자가 읽었을 때도 혼란하지 않겠다는 감이 서면 그대로 발행하시면 되어요. 제대로, 잘 쓰신 거랍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자신의 글을 믿으세요.




ps. 

글에 회고록 느낌을 주고 싶다면?



위 '2. 현재형으로 쓰이는 대표 케이스의 1)과 2) 경우'를 무시하고, 전부 과거형태로 써주세요.

잔잔하게, 그때를 '회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싶다면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처럼, 브래드 피트가 자기 과거에 대해 내레이션 하는 느낌으로 말이죠.


"나는 갈수록 젋어졌다. 눈가에 움푹 패였던 깊은 주름이 살로 차오르기 시작했고, 얼굴을 뒤덮었던 검버섯이 점차 희미해 지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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