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별명은

시:팔이, 손은경

by 손은경

고교 시절

우리는

서로의 부모가 되어주곤 했다


도드라진 특징을 잡아

그 아이가 좋아하던 싫어하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짓듯

서로의 별명을 지어주고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불렀다



1.

‘막막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조물주가 그를 만들 때

손이 아팠던지

대충 치대다 만 모습으로

그 애 얼굴을 완성했다


막 만들었다고 해서

막막이였다

그 애 아빠가 의사라 다행이라고

애들은 수근대었다



2.

‘비둘기 아줌마(혹은 둘기맘)’도 있었다

영화 <나 홀로 집에> 나오는

비둘기 아줌마랑 닮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선생님이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돌아가며 각자 집 주소를 적으라고 했는데

냉큼

주소록을 받아든 남자아이들이

그 친구를 대신해

'둥지'라고 적었다


둘기맘은 걔들을 쥐어 팰 것처럼

노려보았다



3.

‘딱지’

수업시간, 맨 뒷자리에 앉아

코딱지를 파먹다가

여자애들에게 들켜서 생긴

별명이다


지금 잘생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걔 말이다



4.

‘취발이’

그는 강한 힘과 성적능력이 있다


국어 시간에 배웠던

양주 별산대놀이 등장인물 중 하나인

취발이는

그 애가 종종

남자애들에게 불리던

별명이었다


왜 때문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여자애들은 단 한 번도

걔에게

대놓고 취발이라 하지

않았다

그 애 별명의 기원이

강한 성적능력이라는 걸

우리는 말하지 않고도

짐작하고 있던 모양이다



*

그때, 서로의 부모가 되어주던 걔들은

요즘

별명이 ‘지민’이거나 ‘범일’이어야 할 것처럼

저들과 똑 닮았다는 특징을 가진

제 아이를 낳아

부모로 살고 있다


철이 든 부모는 무겁다

더는 걔들에게서

어려서의 입심발랄함은 찾기 힘들다

탁월한 언어조작 능력을

이제라도 배우고 싶다만


‘나 이제 애 아빠잖아’


예의랍시고 말 못할 속내를

막막이로, 둘기맘으로, 딱지로, 취발이로

부르는 방법을

이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게 작가인 내겐 오호통재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