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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Dec 15. 2022

합평(合評)의 쓸모

오늘 글방 리뷰는 아래의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글에 얼마나 객관적이셨던가요?'




그리고 감히 단언하건데 아무도 '그렇다'하지 못할 겁니다.

자아로부터 분리된 글은 결코 쓰이지 않을 테고, 그러니 글은 나 자신 일테고, 내겐 그게 전부일 테고, 그러므로 나는 나의 글을 나의 시선 너머로 바라보지 못할 테고.




합평은 그래서 유효합니다.


사전적 정의에 의한 '합평(合評)'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주고 받으며 비평함입니다. 대상은 글이 될 수도, 그림이 될 수도, 어떤 안건이 될 수도, 모두 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여기서 비평이라는 단어가 웬지 걸리적 거립니다. 대신 훈련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훈련이라는 단어를 써봤습니다.

여기서 '훈련함'은 합평을 통해 글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함으로써 자신의 글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단련입니다. 공동이 모여 글이 뻗어갈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도 좋겠습니다.




합평이 열리는 곳마다 제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위는 글방에서 정한 원칙에 해당합니다. 특히 '존중'이라는 세 번째 원칙이 중요합니다. 글에 쓰인 작가의 사상이나 사유에 대해서는 흠뻑 존중할 것,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글에 쓰인 내용(이야기, 생각) 그 자체로는 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우리 글방에서 합평 할 때 만큼은 지켜주었으면 하는 견지로 세운 원칙입니다.


어제는 작가님들과 모여 50분 정도 합평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의 글을 읽고 여러 의견들을 제시했더랬죠. 합평하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글쓴이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던 우리가 글만 보고도 대충 그의 직업을 유추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글에는 정말이지 내가 고스란히 투영되는 게 맞나봅니다. 잘 살아야하는 것, 그제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은 진리인가봅니다.





그렇게 어제로 2022년 글방 마지막 모임을 마무리 했습니다.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런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고백하자면 글방 준비할 때마다 고됩니다. 부담도 되고 힘도 들고.

두 가지 이유가 큽니다만, 첫 번째는 매번 새로운 주제로 작가님들과 만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부단히 도약하시는 작가님들 덕분에. 앎은 차이를 전제로 합니다. 고로 저와 작가님들 사이 도약이 일어날 공간이 없다면, 글방은 무용한 곳이 되겠죠. 글방은 제 존재 가치를 잃겠죠. 껑충껑충 앞으로 나아가며 작가님들이 도약할 공간을 만드느라, 그래서 글방 준비는 늘 부담과 긴장과 고됨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불평 아닌 감사입니다.

덕분에 2022년 쉼 없이 성장해 왔고, 건네어줄 수신자를 떠올리며 혼자 기뻐하곤 했으며, 이만큼 나아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하는 부탁이지만

2023년에도 저를 채근해 주세요.

함께 도약할 수 있도록 제게 부담과 긴장을 주세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전하는, 그런 작가이자 글방 지기가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애증의 존재

밉지만 사랑하고 아니 볼래야 또 보고싶어지는, 짝사랑 같은 글방(ㅋㅋ).



2023년에도 도약을 이뤄내 보아요.

내년에도 나의 수신자가 되어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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