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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Dec 05. 2022

그의 글이, 왜 좋은 걸까?



여러분도 좋아하는 그의 글, 하나쯤 있으실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겁나 좋아부러. 미칠 거 같아!'

그런 글이요. 그래서 좋아하게 된 작가요.



그럼 혹시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그이가 쓴 그 글 어디가 가슴에 폭 안긴 걸까.

무엇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제가 생각한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그건 바로 인생을 향한 '작가의 해석 방식'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상 경험과 생각을 해석해 글로 옮겨 적은, 해석을 글로 풀어낸 그들의 방식을 사랑합니다. 여기서 전제는 무엇이냐면 글은 생각을 번역한 것이고, 번역에는 해석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이겠습니다.


*번역의 정의를 언어를 언어로 옮긴 것이라 떠올리시면 이해가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번역은 'A를 B로 옮긴 것'이라 포괄적으로 이해해주세요. 적어도 이 글에서만큼은. 여기서 A는 소리, 냄새, 동작, 생각 등 비언어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고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작가는 일상이나 생각을 글로 잘 번역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같은 측면에 있어, 제 글과 글방을 사랑해 마지 않는 여러분 모두 글에 그리고 글방에 풀어내는 저의 해석이 좋으신 거겠지요.



그래, 이게 바로 꼰대짓이구나.
내 경험에 비추어 미리 다른 이의 경험을 재단하려는 마음.

후배는 앞으로 마음을 크게 다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자기선택이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경험을 통해 가장 많이배운다.

김하나, <힘빼기의 기술>, 시공사


위는 김하나 작가가 쓴 <힘빼기의 기술> 중 '충고하지 말라는 충고'에 나온 글귀로, 하나의 예시에 해당합니다. 어때요, 멋지지 않나요? 꼰대를 향한 김하나 작가의 해석, 게다가 자기가 그럴 필요가 없음을 인간 성장의 동력(자기 선택에서 가장 많이 배운다)으로 풀어낸 것까지. 김하나 작가가 쓴 다른 책까지 찾게 한 충분한 해석이 되어주였죠.




그렇다면 여러분!

그들과 우리의 일상이 크게 달라서 김하나 작가는 멋진 해석을 내놓을 수 있고, 우리는 그럴 수 없게 되는 걸까요?


"Nooo!"


아니요.

결코 그렇지 않아요. 우리 모두는 비슷비슷한 일상을 살고 경험 조차 아주 다르지않죠. 다만 그들은 해석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렇습니다. 삶 속에서 늘 사유하고, 깨달으며, 그것을 글로 옮겨 적어 그래요.


프리드리히 니체, 철학자(1869~1900)


그래서 쓰는 사람이라면 해석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말했듯, 감정에 머문 글을 쓰거나 남과 같은 해석을 내놓거나 남들도 할 만한 해석을 하거나, 하여 이것들을 글로 옮겨 적는다면 정말 재미 없는 글이 되고 말거예요. 우리는 타인의 감정 울부짖음엔 관심이 없고, 이미 읽었던 내용 반복해 읽고 싶지 않아 하며, 그런 까닭에 'Something Different!'를 외치며 다른 책을 찾고 찾아 읽으니까요.


결국 해석은 1) 삶을 관통하는 동안 2) 자기 자신의 생각으로 3) 깊이 사유하는 방법 밖에는 없겠습니다. 삶의 가치를 만드는 작업과 동일하죠?


그래서 글쓰기는 '수단'이 되어줍니다.

쓰려고, 타인의 가슴에 폭 하고 안길 문장 한 줄 쓰려고 우리는 일상을 사유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여러분도

그런 글 쓰고 싶지 않으신가요?




*

(2022년 11월 30일자 '손은경 글방' 모임 중 나눈 내용 일부를 글로 옮겨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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