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은경 Nov 12. 2022

‘내가 쓴 글’이 ‘나만 쓸 수 있는 글’은 아니다

차별화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있다면

책 쓰고자 할 때

차별화에 대한 고민으로 고심하고 있을 이들을 위한 짧은 글입니다.





흔히들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제목에서 이미 밝힌 바지만, 내가 쓴 글이니 나만 쓸 수 있던 글일 것이라는 것. 그것인데요.



맞습니다.

우리 개개의 인생은 고유하고 저마다 스토리를 가지고 살아감 또한 분명합니다.

하나의 삶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요.



허나 ‘공감’이 존재할 수 있던 이유처럼 인간의 인생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한계도 따릅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나의 고3 수험 생활과 타인의 수험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것처럼 말이지요. 고3때 살 5kg 이상 안 쪄본 학생 있을까요. 매일 초코 다이제 한 통씩 안 까먹어 본 여학생이 있기나 할까요.

그래서 어떤 글은 내가 쓴 글이지만 타인이 쓸 수 있던 글이 되기도 합니다. 인류 보편이 서사에 따라 누리는 공통 경험에 대해 쓸 때는 더더욱이요.



이제 밑줄 긋고 돼지꼬리 땡땡, 별 다섯개를 쳐야할 만큼 중요한 이야기를 할 텐데요.

그럼 어떻게 내가 쓴 글이 나만 쓸 수 있던 글로 재탄생할 수 있느냐, 제가 드리는 답은 두 가지입니다. 경험 중에도 '나만 겪어 봤을 특별한 경험'을 찾아내 쓰거나, 보편적 경험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쓰거나. 무엇보다 오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두번째 '나만의 해석' 능력을 키우시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삶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습니다.





하루에도 수 번이나 다양한 글들과 만납니다. 읽고 쓰기가 생활인 만큼 눈 떠 있는 시간 대부분 많이도 읽습니다. 그만큼 많이 읽습니다만, 전부 다른 타인이 쓴 글이지만, 하나 의외인 점이 있습니다. 진짜 자기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글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 어디서 본 듯한 글을 어제도 보고 지난 주에도 본 건 왜 때문일까요.



타인으로부터 배움과 축적, 영향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다른 원인이 더 큽니다. 무엇이냐하면, 바로 타인의 생각이 내 생각이라고 잘못 받아들이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타인도 쓸 수 있던 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 이야기 해설자인 ‘나’의 사유가 쏙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때 어떤 기분이 드냐면 이미 본 듯한 이야기를 또 보듯 시시하게 느껴집니다. 저 또한 제 생각을 분명히 갖추지 못했을 때 그런 글을 쓰기도 합니다. 늘 말하지만 제가 쓰는 글들은 저를 향해 놓는 따끔한 일침 같기도 하므로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있는 거고요.



반면 자신에 대해, 자기 삶에 대해 깊게 사유해 본 사람은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그런 글 있죠. 바로 그것입니다. 진짜 자기 생각이므로 비로소 고유성을 갖춘 글이기도 하지요. 그 자체로 차별화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렵습니다. 사유가 숙성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침묵한 채 오래 묵혀둬야하니 말입니다. 내것인지 남의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며 알 일일테죠.




아무렴 남다른 글을 쓰려면 남과 다르게 생각해야겠습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말은 번쩍하고 트인 눈으로 삶을 해석하라는 말이 아니라, 진짜 자기 생각으로 해석하라는 의미겠고요. 그렇게 진짜 자기 생각을 글로 적었을 때 차별화가 이루어질 겁니다. 강아지 응가를 치우는 경험에서도 여러분만의 사유가 듬뿍 담겨 있다면, 그 사유가 특정 독자층의 마음을 톡톡 건들였다면, 아마 여러분이 쓰는 모든 책을 기다려줄 팬이 생길 겁니다.



우리가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되었을때.

그때 말입니다.





※ 어떤 글이던 수신자에 따라 오해를 부르기는 하지만, 오해의 간극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몇 자 더 적어봅니다.



1) 장르에 따라, 어떤 글은 내가 쓴 글이 곧 나만 쓸 수 있는 글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누구나 겪어봄직 하지 않은 다소 특별한 인생 경험이 그렇습니다. 생과 사, 지옥과 천국을 오갔던 경험일수록 더 그렇고요.


2) 차별성 부족으로 시시한 책이 될 거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시중에 내놓기 부끄러운 책이 될 거라는 것도, 결코 아니고요. 글 초반에 밝혔듯 '차별화로 고심하고 있을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남긴 글일 뿐입니다. 또한 차별화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이 아니라 눈 밝은 편집자 그리고 독자가 정할 몫입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단지 진정한 '자기 생각'을 갖기 위한 사유하기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게 장황한 이 글을 통해서라도 꼭 나누고 싶던 한 문장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모두는 하나의 '은유'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