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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un 14. 2023

내가 갑자기 책을 낸다면? : 변화와 두려움

두려움은 무지에서 시작한다

변화는 두려움이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현재에 만족하는 자로서, 만족하므로, 변화를 바라기보다 현존하는 그것을 잃을까 불안해하며 지키려 노력한다. 이들은 지키기 위해 나름의 분투를 한다. 있는 놈이 더 하는 형태다. 다른 둘은 현재에 불만족하는 자로 변화를 바라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 하나는 변화를 수용하고 다른 하나는 변화를 거부한다. 그리고 수용과 거부를 가르는 지점은 바로 ‘두려움’ 이다.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 부정적으로 바라보느냐, 단지 그 마음 차이다.



     

하나 말해볼까. 이 책은 두 번째 종류의 사람, 즉 변화를 원하지만 변화를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자에 의해 선택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내가 잘만 설득한다면 이 책을 집어든 직장인 모두는 책 한 권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말해볼까. 이들은 필연적으로 책 쓰기는 곧 삶에 변화가 일 것을 안다. 한편 그것이 그들을 기대하게도 했지만 불안하게도 했다. 기대가 없다면 책을 쓸까 말까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대하기에 그래도 흔들린 것이다.     




한편 문제는 변화를 바라는 동시에 밀려드는 두려움. 그게 핵심이다. 변화라는 투명한 두려움을 깨고 건너편으로 넘어가느냐 그 투명한 두려움만 바라보며 여기 머무느냐. 변화는 늘 두려움이 막고 있다.     






기대는 상업이 조장했다


최근이라기엔 최근 몇 년, 책 쓰기 열풍이다. 출간 방식의 진보로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많은 일반인, 게다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책을 내게 되었다. 수요가 늘며 상업은 기대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성장을 도모했으므로 인간을 이롭게 한 탁월한 비즈니스라는 생각. 기대를 조장해 예비 저자를 양성하고 그 계기로 많은 이들이 창조적 인생을 살게도 했다.      




최근이라기엔 최근 몇 년, 책 쓰기 열풍이다. 출간 방식의 진보로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많은 일반인, 게다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책을 내게 되었다. 수요가 늘며 상업은 기대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성장을 도모했으므로 인간을 이롭게 한 탁월한 비즈니스라는 생각. 기대를 조장해 예비 저자를 양성하고 그 계기로 많은 이들이 창조적 인생을 살게도 했다.      




부정할 수 없다. ‘작가’라는 타이틀에 함의한 독자들의 경외, 내 인생과 글로 펼치는 영향, 당신이 그냥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이 모두를 (언어로서 표현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어도)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그나마 ‘써볼까?’한다. 책은 언제나 작가 본인을 위함이 제1목적이다. 세상 무엇 하나 자기 자신을 앞세우지 않은 일은 없다. 그것이 허영이건 욕망이건 지배이건 뭐던 간에. 그만큼 인생에 내 이름 석자 쓰인 책 한 권내는 건 정말 유의미한 일이다.     




불안은 당신 공상이 지폈다


책을 쓰고 난 후에 오는 파장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사실 기대와 불안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불안도 함께 커지고, 기대가 작으면 불안은 딱히 느낄 새 없다. 세상에 이면을 지니니 않은 것은 없다.     




한편 인간을 관찰해 온 결과, 행동을 망설이는 이들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잘 부풀린다. 그러니까 하나의 이벤트와 행동 사이에 굼뜬 시간을 자기만의 공상으로 한껏 부풀린다는 것이다. 보통 공상은 ‘행동 후’ 발생할 일련의 것이다. 특정 상태, 상황, 주변 반응, 자기감정 따위. 자기 멋대로 공상하더니 하는 말이 이렇다. ‘그냥 안 할래.’     




그럼 왜 안 할래 까지 튀어나오게 된 걸까?     




바로 공상이 발생하게 한 무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해 알지 못함이다. 즉, 그 사이에는 무지가 존재한다. 공상하는 이유는 정보나 지식이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생각해 보라.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걸 누구나 아는데 식사 이벤트와 밥 먹는 행동 사이에 누가 공상할 것인가. 고픈 배를 채워줄 것을 앎으로, 그냥 먹을 뿐이다). 마찬가지고 좋았던 경험은 경험을 낫는다. 왜일까? 좋았다는 과거의 경험이 또 다른 경험(행동)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때는 무지하지 않다. 공상이 채울 틈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남이 보기에 리스크 테이킹 같아 보여도 겁도 없이 척척 자기계발해 나가는 사람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경험이 경험을 나았다.     

그들은 책을 쓰며 변화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기대보다 두려움이 더 크다. 무지해서다.     




그러니 말해주어야겠다. 책을 쓰기 전과 후, 뭐가 달라지느냐고?     




책 다섯 권내는 동안 생긴 커다란 변화


1년에 4권을 쓰고 1년 뒤 1권이 더 나왔으니, 나는 도합 책 5권을 출간한 자이다. 출간은 곧 출산이라고 한다만 지금에 와 그 말의 참뜻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낳아보면 별거 아닌데 그 과정이 고되었네.’     




여기서 과정은 집필 전 뭘 쓸지 고민하는 시간, 집필 시간 같은 ‘나’와 ‘나’가 내면에서 분투한 관념적인 것들. 결코 외적인 것은 아니던 것들이다. 까닭에 책 한 권에 굉장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나는 열 번 동의한다. 성장 지향형 책 쓰기를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뭐가 변하냐고?




거의 안 변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출간된 날 하루에서 길면 한 달만 변한다. 그것도 첫 책을 출간했을 때만 그렇다. 책이 나오고, 내 경우 직장에 알렸던 케이스이므로 그들에게 축하받을 수 있었다. 하며 나를 흠좀 존경한다는 듯한 눈빛을 건네받았는데 은근히 짜릿 했달까. 왜 느껴지는 그것 있지 않은가. 티는 안내도 은근 ‘너 좀 한다?’ 그런 거. 그리고?     




미안하다. 그게 끝이다. 직장에서나 집에서 어제나 오늘이 거의 같다. 나를 대하는 그들 눈높이가 조금 높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나는 한낱 원 오브 뎀이다. 광화문 교보문고 판매대에 깔린 내 책을 내가 만지고 있어도, 아무도 ‘어머 작가님! 사인해 주세요!’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듯 책 5권으로도 삶의 변화가 거의 없는데 책 1권 내려는 당신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가? 당신이 두려워할 만큼의 두둥 한 변화;     




- 나는 책을 쓸 만큼 유식하지 않은데, 사람들이 나를 너무 똑똑하게 바라보면 어떡하지? 부담스러운데

- 작가가 되면 사람들에게 나를 노출하는 거잖아. 매 행동에 조심해야 될 것만 같아     




는 없다는 말이다. 당신의 공상은 거의 탑급을 찍었다.

*그러나 솔직히 이해는 한다. 기대가 컸으니 그 기대(베스트 셀러 작가쯤?)에 상응하는 두려움을 가졌을 수밖에.     




결론은 기대감만 가져라. 적어도 나쁘게 다가올 변화는 없다. 미안한데 악플도 책 판매수에 비례해 생긴다. 일정 수준의 판매 아니고서야 악플조차 달리지 않는다. 곧 악플은 인기의 척도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책 한 권으로 미치는 파장은 매우 적기도 하고. 이 티도 안 나는 파장이 무서워 책 쓰기를 주저하는 거라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위는 <손은경 글방> 칼럼 [쓰기 : 생각의 소화]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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