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년 만에 연락해도
아무 말이나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하면, 내겐 박상현이다.
ㅋㅋㅋㅋㅋ만 두 줄 채워 보냈을 뿐이었다.
그러니 상현은 곧장 모시모시(일본어로 여보세요)한다.
박상현은 나의 대학교 동기다.
그는 내게 ‘해임(행님의 부산식 발음)’이라 불리는 자로,
학부시절 초창기에만 몇 번 오빠로 부른 기억이 있다.
상현이 재수를 해서 그렇다.
나름 해운대 명문고 출신으로
고등 1학년 때까진 공부를 곧잘 했다고 하던데,
2학년이 되고부터 놀았다고 들었다. 재수한 이유다.
그런 그는 일관성이 있다.
상현은 그 뒤로 쭉, 대학에 와서도 놀았다.
시험 기간 공부 안 하냐 물으면 안 한다고 했다.
수업 안 나오냐 하면 안 나온다고 했다.
박상현은 미래를 떠올리며 현재를 사는, 보통형 인간은 아니었는데
우리 끼리 얘기지만
솔직히 현존에 취한 그를 노브레인이라 생각할 때가 있었다.
반전이라면 이는 참된 칭찬이라는 것.
박상현을 볼 때마다 어이없는 쾌감을 느꼈다.
과거와 미래 없이 사는 것은 용기다. 그에겐 그것이 있었다.
그런 상현은 지금 배를 탄다.
심지어 기관장이란다.
우리는 서로의 흑역사를 꽤나 공유하고 있어,
학창시절 치던 뺑끼 기관장 되고도 치는 거 아니냐 물으니
이 무슨 우문현답인지
요즘 드라마 <나의 아저씨> 보면서 훌쩍인단다.
‘해임, 많이 감성적이어졌네’
하고 잠시 생각
하다 말고 그냥 놀린다.
박상현 우냐고
[아저씨]에 이입 쩔었나보다고.
그러니 싸나이는 가슴으로 운단다.
드라마 보다 진짜 울었나보다.
박상현은 지금 인도양에 둥둥 떠 있다.
나는 육지에 발 딛고 서 있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가기 싫은 곳에 가지 않을 자유가 내겐 있지만
상현은 바다가 땅이고 배가 집이라 그럴 수 없다.
멀미나는 집에서 박상현은 24시간을 근무 한다.
나의 고됨은 비할 바 못 된다.
그렇게 망망대해에서 노 젓는 상현을 떠올린다.
박상현에서 시작한 추억은
부산과 학부시절과 나의 지난날을 한꺼번에 일으키다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는 박상현에게 보여 줄 일만 남는다.
이쯤 마무리하련다.
To. 박상현 해임
아무쪼록 육지에서 보내온 ㅋㅋㅋㅋㅋ 두 줄이
당신에게 기쁨이었길 바란다.
용기, 어쩌면 호기였을지도 모를 ‘용+호기’로 가득한 박상현을 잃지 않았으면 하고
결론은 하선하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땅에 두발 딛고 서, 당신과 당신이 사올 고급 위스키 한 병을 기다리고 있겠다.
Bon voy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