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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Sep 27. 2023

작가는 이렇게 쓴다! 잘 쓴 글이 되는 또 다른 방법

“도대체 잘 쓴 글이 뭘까?”



“‘글씨체’처럼 또박또박 정갈하게 쓴 글씨를 잘 썼다고 할 수 없게, 모두 같은 글꼴 같은 포인트 동일한 한국어로 쓰인 글에서 눈으로 선명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차이를 알 수 없어.



그런데 읽으면 극명하게 드러나!

어떤 글은 ‘와’ 하고 절로 기립하게 되는 반면, 또 다른 글은 ‘엥’하고 고개를 돌리게 돼. 뭐지?”



곧 흥나라흥글방쓰


안녕하세요오!^_^

책 5권을 낸 작가이자 글방지기 손은경입니다.



한 번도 글쓰기 배우지 않았던 이들에게

쓰기에 관한 제 모든 통찰을 이해쉽게 전달함으로

글쓰기 자신감(!)을 심어

뭇 쓰고 싶은 모든 것을 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글과 책 쓰기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얻어낸 저만의 통찰을 나누기 위해

글방을 운영하고 있고, 오마이뉴스와 네이버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글 써왔거나 쓰려는 분이라면, 한 번쯤 궁금하셨을 텝니다.

도대체 잘 쓴 글이 뭐야? 어떻게 하면 잘 쓰는 거야? 하고 말이죠.



https://blog.naver.com/bestjasmineever/222985667014



사실대로 말해볼까요. 작가는 잘 쓴 글이 되기 위한 대원칙을 알고 있고, 이를 기준으로 글을 씁니다.

가령 글의 경제성, 글의 리듬감, 구성, 다채로운 표현, 문학적 테크닉, 비교/대조/인용 … 말인데요.



저는 이를 ‘무기’라고도 표현합니다. 작가는 글을 세련되면서도 나이스하게 조각하기 위한 다양한 무기를 지니고 있고요, 때마다 적절히 활용하는 훈련을 하지요.



다 이유가 있어 잘 쓴 글이 되는 거더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저 쓰기만 해서는’ 이 같은 글이 탄생할 수 없습니다. 쓴다고 다 글이면, 움직인다고 전부 운동이게요?



하여 오늘도 ‘잘 쓴 글이 되기 위한’ 꿀팁! 하나를 방출하려고 합니다. 아시쥬? 제게 주어진 책임. 




한 번도 글쓰기 배우지 않았던 이들에게
쓰기에 관한 나의 모든 통찰을 이해쉽게 전달함으로

글쓰기 자신감을 심어

뭇 쓰고 싶은 모든 것을 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손은경



그 일환으로 1:1 글쓰기 멘토링을 하고 있습니다. 멘티에게 매주 색다른 미션을 제시하면, 이에 맞춰 그가 보내온 글을 함께 읽고 첨언(피드)를 하고 새롭게 고치는 방향으로 글에 점진적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데요.



다음은 멘티 아무개씨가 쓴 글을 일부입니다. 좋은 사례가 되어줄 거라 모시고 왔으니.

일단 보고 가실까요? 큐!



 https://blog.naver.com/bestjasmineever/223202165105



// 지난 9월 중, 멘티씨가 쓴 글


아빠는 젊어서 태권도 선수였다고 한다. 몸이 가볍고 날쎄서 한순간에 상대방을 제압하곤 했다고 한다. 운동을 해서 강해진 것은 몸 뿐만이아니었다. 아빠는 정신력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였다. 어떤 힘든 일에서건 그 위기를 극복해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종종 보이시곤 하였다.


//




‘나의 지지자’라는 주제에 ‘아빠’를 소재로 하여 쓴 글이었습니다. 사족이지만 너무 멋진 분이시더라고요. 덕분에 공연히 내 아비를 떠올리기도 하며. 여하튼 본론은! 이 문단 중 제가 멘티에게 한 가지 조언한 부분이 있었으니.



뭘까요?



다 같이 찾아보시겠어요? 오늘은 객관식 퀴즈로 나갑니다.



1) 사실 확인 : 아빠가 어디 태권도장 출신인지 밝히지 않았다

2) 주관 개입 : 아빠 말 ‘순식간에 상대방을 제압했다’의 근거는 찾을 수 없다 - 증인을 데려와야 함

3) 얕은 공감 : 아빠가 얼마나 강인한지, 그 힘에 크게 공감할 수 없다



10초 뒤, 정답 공개합니다.

(영상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마음속으로 세어 주이소).



10초.. 금방 갈거야


정답은 바로 3) 얕은 공감이었습니다.

맞추신 분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고요, 틀리신 분은 다음 칼럼으로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자, 다시 MC가 아니라 글쓰기 선생님이자 서술자로 돌아와서요.



멘티와 함께 글을 읽던 중 어딘가 아쉽더랍니다. 그게 제 눈엔 보여요. 이 부분은 이렇게 수정하면 글이 훨씬 좋아지겠다, 이렇게 썼더라면 글에 더 큰 생동감이 돌겠다, 하고 보이는데 그때 저는 이런 조언을 했어요.




“멘티씨, [어떤 힘든 일에서건 위기를 극복해~]라고만 쓰면 힘이 약해요. 왜 그럴까요? 바로 독자가 깊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조금 더 깊게 가볼까요.



그럼 왜 그런 걸까요?



바로 작가가 설명이나 진술 형태로 ‘우리 아빠는 힘이 강해!’ 하고 일방적 자기 의견을 전했음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어렵나요?

예를 들어 볼게요.



저는 학창시절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요.

진짜로요!(HeoPung or HoeUhn)



라고 했다 칩시다. 당신은 이 말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나요? 당신은 나와 같은 학교 출신도 아니고, 나를 좋아했던 친구 중 하나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하는 제 말에 공감이 생기기란 힘들겠죠. 대신 이렇게 묻겠지요.



‘학창시절 인기 많았다는 근거를 대봐!’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는요, 멘티씨 아빠가 강한 분이라는 것에 크게 공감 못하고 이 문장을 지나쳐요. ‘아 그래? 그래.’ 하고 넘어간다고요. 그래서 작가인 우리가 이쯤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바로 솔루션 들어가요!



>> 전

어떤 힘든 일에서건 그 위기를 극복해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종종 보이시곤 하였다.


>> 후 

어떤 힘든 일에서건 그 위기를 극복해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종종 보이시곤 하였다. 하루는 홍수로 동네방네 난리가 났는데, 빗물로 모든 집기가 떠내려가도 아빠만 큼은 굳건히 제 자리를 지켰다. 전봇대 꽉 붙들어 버텼다.



헉! 개쩔어!



눈치 채셨나요?



솔루션이란 바로 아빠의 정신력을 드러내는
예시적 사건을 한 두 개 보여주는 것이다.

- 손은경



물론 ‘어떤 힘든 일에서건’이라며 퉁 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독자에게 ‘우리 아빠는 그런 분’이라며 자기 해석대로 주장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 윽박에 어느 독자가 공감할까요?



그리고 보다 솔직해지자면, [어떤 힘든 일]로 치환하고 넘어간 까닭은 높은 확률로 ‘강인한 아빠’라는 해석의 이유를 작가가 잊었거나 상기하기 귀찮아했을 수 있습니다.



횃불 든 채 어두컴컴한 과거로 들어가 아빠가 강인한 사람라고 해석하게 한 경험을 하나, 하나 들춰봐야 하는 번거러움을 작가는 피했지요. 정말 번거로운 일이니까요.



곧 흥나라흥글방쓰



그래도 글 잘 쓰는 작가는 언제나 번거로움을 택합니다.

(단, 글의 분량을 짧게 추려야 할 때는 설명형으로 한 줄 남기고 가야하는 포인트! 지금처럼 ‘어떤 힘든 일에서건~’이라고 쓰고 넘어가기!)



글이 길었습니다.

이쯤 정리하겠습니다.




문제 :

[어떤 힘든 일에서건~]이라는 추상적 표현만으론 강인한 아빠임을 독자는 공감/이해 할 수 없다


이유 :

작가 일방이 해석한 주장이이기 때문이다          


솔루션 제안 :

[어떤 힘든 일에서건~] 이라는 추상적 표현을 > 예시적 사건 한두 가지를 풀어 씀으로 구체적 상황으로 전환하라. 즉, 아빠가 강인하다고 해석하게 만든 예시적 사건 한 두 개쯤 넣는 것이다.


결과 :

1)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 공감 형성

2) 글에 생동감이 돈다 : 와와, 아빠에게 그런 일이?

3) 글 분량이 는다 : 이것은 덤!

4) 잘 쓴 글이 된다






그동안 칼럼에 써왔던 '잘 쓴 글' 공통점이 보이지 않나요?



작가는 ‘이정도면 됐지?’가 아니라,

‘이정도면 충분히 공감/이해 되시려나요?’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독자에게 보여주려 애 쓰는 점.



그래서

제 설명도 충분했을까요?^_^






1) 글쓰기 멘토쉽 관련,

현재는 따로 공지없이 개인적으로 요청하신 분들 한정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곧 공식 공지 예정)          

하여 문의 있으신 분은 댓글로 질문 남겨 놓아 주세요.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_^          


2) 우주최강 독서 모임 [일월일권], 글 잘 쓰고픈 지성을 초대합니다(10월 모임-10월 31일(화))







- 공지 -


글쓰기에 관한 치열한 고민 끝에 얻은 저의 통찰이 담긴!

[글쓰기 칼럼]을 매주 월/목 연재하려고 합니다.


'공지' 삼아 미리 공표하게요.

바쁘다는 팩트로, 다른 일에 밀리지 않으려고 말이죠.


곧 영상(유튜뷰, 인스타그램)으로도 찾아 뵐 예정입니다.

기대 많이많이 많이~ 졸라 많이 해주세요!^_^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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