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VA HR 입문기 외전 1/2
구아바 HR 입문기를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구아바 민박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입문기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구아바는 2016년 사고 X 사고 X 사고의 불행으로 2015년 이전의 사진 및 자료, 그리고 여러 가지 많은 기록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구아바 HR 입문기를 쓸 때도 사진을 구하느라 아주 힘들었습니다. 당시의 동료분들의 도움으로 사진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여하튼 그 외에도 이메일을 뒤적였는데 그러다가 다 지워진 줄 알았던 이메일에서 어떤 메일을 발견했습니다. 그중에서 삼성물산 입사가 확정되고 무작정 떠났던 유럽배낭여행의 기억이 떠올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너무나 고마웠는데 잊고 있었던, 지금은 연락도 안 되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안다박사, 그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다들 취업을 앞두고 토익점수에 집중할 때, 학점이 좋으니 토익과 상관없이 어디든 가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역대급 서류탈락 시기를 겪으며, 토익 점수 때문에 취업이 6개월이 밀리게 됩니다.
그 이후 절치부심하여 토익 점수를 마련하고, 상반기 삼성물산 건설(가장 먼저 전형이 완료)에 취업이 5월에 확정되었습니다. 유학도 어학연수도 배낭여행도 못 가본 제게 해외여행을 선물하고 싶었고, 즉흥적으로 유럽배낭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부동산계의 마이너스 손이라는 악명의 시작)
돈이 없던 저는 차곡차곡 쌓아오던 청약저축을 깼습니다. 그리고 아직 나오지 않은 입사일정을 문의했고, 계획을 이야기했더니 다녀와도 된다고 했습니다.
당시 유명한 유럽배낭여행 커뮤니티인 "유랑"에서 여러 글을 보다가 유럽은 민박을 찾아가면 정보가 넘치니 계획을 짜지 말고 그냥 나가라는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파리 인아웃 비행기표(30~40일)와 당시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파리 호빵 민박" 3일을 예약하고 출국했습니다.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사 오면 1박 비용으로 처리해 줘서, 담배를 안 피우는데도 사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TMI)
저녁에 도착하니 정말 호빵맨처럼 생긴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시설은 심하게 열악했지만(호빵형 미안해요!) 직원으로 보이는(직원 아님, 그냥 배낭여행객임) 형, 누나, 동생들이 시차적응 안 될 테니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고 그렇게 첫날부터 자연스럽게 그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내일 떠나니깐 컵라면, 고추장, 멸치를 꺼내놓는 사람과 환호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거기서 지금까지 연락하는(사실은 코로나 이후로 연락이 한동안 끊겼었지만)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첫날 만난 사람들은 아니고 그 이후인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까지 이야기하면 복잡하니 생략하겠습니다.
상욱이형: 현재 제주도 최고의 김녕 모니카문 펜션 운영
동생 재택이: 현대건설 그만두고 베트남에서 사업 중
아, 한 분 한 분 설명하다간 또 글이 길어지겠습니다. 여하튼 선명이 누나, 린지 소영, 영모형 등 그리고 이후 한국에서 인연을 이어가지 못해서 기억나지 않는 많은 형, 누나, 동생들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파리 다음에 어디 가세요?"
"민박에 오면 좋은 정보가 많다고 해서요. 계획을 안 짜고 왔어요. ^^"
다들 농담으로 생각하고 크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농담이 아닌 것을 안 사람들은 낯빛이 굳어졌고 다음날 김구화 일병 구하기 PJT가 시작됩니다.
생각해 보면 완전 남인데 왜 그렇게 잘해줬는지 아직도 고맙습니다. 그 메인에는 외국항공사 steward(남자승무원) 안다박사가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형이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이메일도 잃어버렸다. 17년이 되었네... 보고 싶구나.)
"형 유레일패스는요?"
"응? 유랑에서 보니깐 민박 가서 Kim씨 많으니, 한국 돌아가거나 안 쓰는 거 받으라는데?"
"아니에요. 요새 확인 많이 해요. 벌금 세요. 내일 기차역 같이 가드릴 테니 가서 사요. 예약도 하고요"
"어 고마워"
"근데 어디 가실 건데요?"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유럽배낭여행 일 것 같은데, 여러 국가 가봐야 할 거 아니니?"
"아니 그래서 어디가 제일 먼저 가고 싶냐고요?"
"형이 건축과 아니니. 가우디 건물은 봐야지. 스페인"
"형, 영국도 가실 거예요?"
"응 가야지."
"ㅡㅡㅋ... 그럼 우선 엄청 저렴한 가격에 로마 -> 영국 저가항공 있으니깐 이것부터 끊고 계획을 짜요!"
"어 그래 너무 고맙다. 내가 이 신세는 꼭 갚을게..."
아 외전인데 이야기가 또 길어졌습니다. 다음에 또 이어서 하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끊으면 제가 너무 염치없고 철면피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명색이 감성HR 아닌가요...
안다박사에게 받은 그 빚은 로마 바티칸 투어에서 만난 (이름이 기억 안 난다. 별명도 기억 안 난다.) 젤라또를 먹지 않는 아이에게 갚았습니다.
왜 젤라또를 안 사 먹냐고 물어보니 신용카드를 도난당하고 천만 원 사용되는 걸 모르고 시기를 놓쳐서 절망에 빠졌으나 여행은 계속하기 때문에 부모님께 죄송해서 경비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 해서 제가 하나 사주려다 같은 민박집 동생들이 왜 나는 안 사주냐고 하는 소리에 거의 골든벨 수준으로 젤라또를 10명 이상 샀습니다.
그리고 뮌헨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서 같이 도시투어했던 동생이 여권과 돈을 모두 잃어버려서, 저도 경비가 빠듯했지만 100유로를 쥐어주고 멋있게 뒤돌아섰던 나눔으로 (이 동생도 이름도, 별명도 기억나지 않고, 뮌헨 이후로 서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습니다.
그걸로 아주아주 조금은 가슴 깊은 곳 미안한 감정을 덜어보려고 합니다.
자꾸 이야기를 벌려놓기만 하는 것 같지만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보겠습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