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 달라서(2022. 10. 9.)

이상한 사람 대처법

by 슈히

강원도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토요일 4시에 눈을 떴다. 6시 30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왔다. 중간에 졸음 쉼터에 들러 잠시 눈을 붙였다. 8시 50분,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집결지 횡성의 어느 휴게소에 도착했다.

‘다들 잘 오고 있으려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서울 여자는 횡성역에 알맞게 도착했는데, 춘천 남자는 지각했다.

“슈히 님, 혹시 도착하셨으면 저 대신 횡성역에서 어리 님 좀 데려오실래요?”

‘어머, 자기가 할 일을 왜 나한테 미룬담? 본인이 데려온 사람이면서!’

횡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온 건, 바로 나였다. 장거리 운전은 늘 피곤하고, 졸음운전은 곧 목숨을 담보로 한다. 고생하며 주행한 내게 그가 감히 부탁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그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건 내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다.

“이미 집결지에 도착했거든요. 기다릴게요.”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준비한 간식을 꺼내 먹으며, 동호인들이 오길 기다렸다. 약 20분 남짓 시간이 더디게 흘렀을까, 차 한 대가 주차장에 닿았다.

승용차에서 남자 한 명이 내렸다. 그의 대화명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영락없는 불독 상(相)이었고, 작달막한 신장에 배가 나왔다. 그의 실제 나이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 내심 실망스러웠다. 그가 입은 밝은 노란색 반소매 상의는 그의 그런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휴, 같이 다니기 싫은 풍채로군. 나이답지 않게 왜 저런 색깔의 옷을 입었을까? 아, 아니지! 옷은 잘못이 없지. 입은 사람 탓을 해야지. 68일 만에 명산 100을 완주했다던데, 왜 저런 몸매람?’

불독은 인사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다가오길래, 내가 먼저 말을 붙였다.

“오늘 등산 가기로 하신 분 맞죠?”

그의 자가용으로 다가가 기웃거렸다. 선팅이 워낙 어두워서 내부는 잘 안 보였다. 조수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했다.

“어, 그런데……. 서울분은 안 오셨어요?”

어리둥절했다.

“아, 내려서 인사는 해야죠! 어서 내려요!”

그가 소리쳤다. 그러자, 누군가 문을 열었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가 내렸다. 그녀는 마지못해 끌려온 것처럼 미적거렸다.

‘어, 뒷좌석에 타고 있었어? 왜? 뭐야, 무슨 운전수 부리는 사모라도 되는 모양이지?’

수상스러웠다. 가만히 있다가, 내가 안부를 물으니 그제야 존재를 알리는 꼴이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으나, 여자는 어눌했다.

‘초면이니, 응당 얼굴 보고 인사부터 해야지. 왜 저래? 말더듬이나 언어 장애인 마냥 답답하기 짝이 없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넌지시 선물을 안겼다.

“이거 제가 직접 만든 빵인데, 간식으로 드세요!”

어리는 말 없이 받았고, 불독은 거절했다.

“아, 이따 등산할 때 먹을게요.”

그가 빵을 안 받으려고 하자, 내가 힘주어 말했다.

“일단 갖고 계세요.”

그는 잠자코 받았다.

‘주는 사람 성의가 있는데, 고맙다는 말도 안 하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대화를 나눠보니, 각자 생각이 달랐다. 나는 횡성에서 가까운 운무산과 평창의 청태산 두 곳을 가려고 했으나, 불독은 청태산만 가길 원했다.

“정선에서 다른 회원과 합류해서 술 한 잔 마시려고요.”

북쪽에서 남하한 그의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동선이다. 그러나, 남쪽에서 북상한 내 처지로서는 곤란한 일정이다. 현 위치인 횡성에서 남쪽인 평창과 정선에 들렀다가, 이튿날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원래는 차 한 대로 가려고 했는데, 우리 그냥 각자 가죠. 의견이 달라서요.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차 두 대로 이동합시다!”

내가 먼저 출발했다. 그런데, 그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부지런히 이동해 목적지에 다다랐을 무렵, 불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슈히 님! 어리 님이 정선 민둥산 가고 싶다고 하셔서, 저희는 평창 청태산 갔다가 정선으로 이동할게요.”

“네.”

곧장 회신했다. 기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과 어색하게 어울릴 바에야, 차라리 혼자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한결 홀가분했다.

횡성 운무산은 험난한 오지였다. ‘위험’이라는 팻말을 발견했을 무렵,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19시부터 비 소식 있던데, 왜 벌써 비가 오고 난리야? 미끄러지면 안 되는데!’

아직 오전이었다. 정상에 이르기 전이라서, 더 불안했다. 단체 대화방에 상황을 알리니, 동호인이 대뜸 물었다.

“그런데, 왜 따로 등산하세요? 세 분이 같이 등산하기로 하지 않으셨어요?”

뜨끔했지만, 일부러 대꾸하지 않았다. 혹여 싸움의 불씨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싶어 말을 아꼈다.

하산하면서, 아까 보지 못한 흰 투구꽃을 발견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야생화는 홀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야, 곱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이 산에 온 거로구나.’

갑작스럽게 온 여행이라서, 숙소 예약을 미처 하지 못했다. 걱정스러워서, 단체 대화방에 하소연했다.

“숙소 예약 안 했는데, 잠잘 곳이 없어서 큰일이네요.”

그러자, 불독이 기다렸다는 듯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친구한테 부탁해서 힘들게 숙소 예약했으니, 입금하고 거기서 주무세요.”

“아뇨, 다른 곳에서 머물려고요.”

“작가라는 분이 소통이 영 안 되네.”

“술 취해서 간밤에 10명이나 되는 인원을 강제 퇴장한 분이 더 소통이 어려운 것 같은데요? 약속 시간에 늦었는데 사과도 안 하고, 선물을 받고도 감사 인사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분과는 소통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정 교육을 못 받았나? 별꼴이네.”

할 말을 다 마치고, 단체 대화방을 쏙 빠져나왔다. 불독은 아마 속 좀 쓰렸을 거다.

며칠 후, 초등학생 제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어떻게 해야 될까?”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죠.”

“그렇지! 선물을 받으면,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고맙다고 말해요.”

“맞아! 열세 살인 너도 이렇게 잘 아는데, 왜 서른일곱 살, 스물아홉 살인 그들은 왜 기본 예의도 모를까?”

혹시,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지각하면 좀 어때? 선물 받고 고맙다는 말 안 한 게 대수야?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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