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_도수 세고 양 많은 것 선호

by 슈히

화, 수, 목 저녁 여덟 시부터 자정까지 칵테일바에서 근무한다. 수요일이었던 어제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사장님과 사적인 대화를 길게 나눴다. 사장님이 계속 서 계셔서, 나 역시 서 있었다.

“다리 아프죠? 바텐더는 계속 서 있어야 해서 힘들어요.”

오늘은 목요일, 근무한 지 삼 일째 되는 날이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젊은 여자가 혼자 가게에 들어와 바에 앉았다.

“몇 분이세요?”

내가 물었다.

“한 명이요.”

그녀가 손가락 하나로 혼자임을 밝혔다.

“오셨어요?”

사장님이 손님에게 인사했다. 단골인가 보다.

‘단골손님 많네. 장사 잘되네!’

“운동 가기 전에 맥주가 마시고 싶었는데, 꾹 참았어요. 운동 마치고 오는 길이예요.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 주세요. 안주는 하나만 주세요.”

안주 하나가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카나페를 네 개 냈더니, 손님이 말했다.

“한 개만 달라고 했는데, 다 먹으면 살찌는데…….”

그제야 한 개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럼, 남기세요.”

사장님이 말했다.

“아, 그럼 세 개는 바로 제가!”

“음, 롱티가 좀 강하네요. 연하게 다시 해주실 수 있을까요?”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에는 도수가 강한 술들이 잔뜩 들어간다. 콜린스 잔에 보드카(Vodka) ½온스, 진(Gin) ½온스, 럼(Rum) ½온스, 테킬라 ½온스를 넣는다. 그리고, 트리플 섹(Triple sec) ½온스와 스위트 앤드 사워 믹스 1½온스를 붓는다. 아직 더 있다. 마지막으로 콜라로 잔을 가득 채운다. 재료가 무려 일곱 개나 들어간다.

“연하게 어떻게 타요?”

사장님에게 질문했다.

“술 말고 다른 것들을 더 넣으면 돼요.”

“음, 연하게 만든 게 더 낫네요. 20대 땐, 적은 돈으로 빨리 취하고 싶어서 롱티를 마셨어요. 친구한테 말했더니, 친구가 ‘이젠 돈 더 내고, 다른 술 마셔도 되잖아?’ 하더군요. 그러기엔 이미 입맛이 롱티에 길들여졌어요.”

여자가 말했다.

“맞아요. 롱티는 양이 많고, 빨리 취할 수 있어서 손님들이 주로 선택하죠.”

사장님이 맞장구쳤다.

손님의 의견에 공감했다. 지난번 9월에 난생처음으로 롱티를 마셨을 때, 입맛에 맞아서 깜짝 놀랐다. 도수가 강해서 골랐는데, 맛있기까지 하다니!

여자는 피부가 희고, 입술이 붉었다. 이목구비가 또렷했다. 평소에 자세가 나빠서, 운동을 안 하면 몸이 자주 아픈 모양이었다.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언제부터 일하셨어요?”

여자가 내게 질문했다.

“엊그제부터요. 오늘이 3일 차예요. 조주 기능사 취득했거든요. 경력 쌓으려고요.”

“와, 축하해요!”

여자가 작게 물개 박수를 쳤다. 미인인데, 성격도 좋다.

“고맙습니다.”

웃으며 화답했다.

그녀는 결혼해서 남편과 딸 둘이 있고, 딸들은 10살, 12살이라고 했다. 결혼을 일찍 한 모양이었다. 나이는 묻지 않았다. 초면에 실례될까 봐서였다.

“잘생긴 남자 부질없어요. 내가 잘생긴 남자랑 결혼했거든요. 잘생긴 아빠가 있으니, 태어나는 딸은 예쁠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도 않아요.”

초면이라 차마 그녀에게 부군의 얼굴을 보여 달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또한, 자녀들의 사진을 보고 싶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혼은 기혼이 부러울 따름이다.



20220922_롱 아일랜드 아이스티.jpg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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