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칵테일 추천 좀 해주세요.”
손님이 요청했다.
“과일 좋아하세요?”
사장님이 손님에게 질문했다.
“네.”
“상큼한 것 어떠세요?”
“좋아요!”
사장님은 애프리콧 브랜디(Apricot Brandy)와 트리플 섹, 라임 주스를 틴에 넣어 혼합했다. 오렌지 껍질을 벗겨 즙을 내고, 잔 위에 올려 가라앉도록 했다.
“뭐 만드신 거예요?”
“보헤미안(Bohemian).”
잔에 따라 한 모금 맛을 봤다. 상큼하면서 너무 시지 않아서 좋았다.
“맛있네요!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고맙습니다.”
“응? 사장님이 직접 창작하신 칵테일이에요?”
“네.”
그러고 보니, 사장님이 내게 참고하라고 준 칵테일 제조법에 보헤미안은 없었다.
‘아, 그래서 보헤미안은 레시피에 없었구나.’
조주 기능사 실기에서 배운 애프리콧이라는 칵테일이 떠올랐다.
재료는 애프리콧 1½온스, 진 1숟가락, 오렌지 주스 ½온스, 레몬주스 ½온스가 필요하다. 쉐이킹 기법이며, 칵테일 잔을 사용한다. 가니쉬는 없다.
“시험에도 애프리콧 브랜디 들어가는 칵테일 하나 있어요! 그런데, 그건 별로 맛없던데……. 사장님이 만드신 게 훨씬 맛있어요!”
“IBA라고 알아요?”
“아뇨, 몰라요.”
“International Bartenders Association.”
“아, 처음 들어봐요. 국제 바텐더 협회로군요.”
“IBA 레시피로 칵테일 만들면, 맛이 없어요. 정형화된 레시피로는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어요. 바텐더는 기본적으로 알려진 레시피가 아닌 손님의 취향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그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재료를 더하거나 뺄 수도 있는 거죠.”
20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 들어왔다.
“진 토닉, 파우스트 주세요.”
“깔끔한 맛을 좋아하세요?”
“네!”
진 토닉(Gin tonic)과 파우스트(Faust) 둘 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진 토닉은 하이볼 잔에 얼음을 채우고, 진과 토닉 워터를 넣고 섞고, 레몬이나 라임을 띄우면 된다.
사장님은 진 토닉을 만들 때 각얼음이 아닌 그보다 더 작은 얼음을 꺼냈다. 그리고, 파우스트에는 볼 얼음을 사용했다. 공처럼 구슬처럼 둥근 얼음이 신비로워 보였다.
온 더 락 잔에 럼 1온스와 크림 드 카시스 ½온스를 넣고 저어주면 파우스트가 완성된다.
도수 높은 술을 마시니, 손님 한 명은 언성이 높아졌다. 꽤 소란스러웠다. 다행히 손님은 그들뿐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자세히 듣지는 않았으나, 취업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한쪽은 주로 화자, 다른 한 명은 청자였다. 둘이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이 주로 말하는 입장이었다.
“오르가슴(Orgasm) 주세요!”
화자가 추가로 주문했다. 술을 좋아하는 모양이었고, 칵테일에 대해서도 취향이 분명한 듯 보였다. 도수 높은 한 잔을 마셨으니, 다음은 달콤한 맛을 주문한 셈이다.
오르가슴은 베일리 1온스, 깔루아 1온스, 아마레또 1온스가 섞인다. 거무튀튀한 색이 나와서 미관상 예쁘지는 않지만, 단내가 확 풍겼다.
예전에 오르가슴을 먹어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셔보니 처음 맛보는 듯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원래 술을 안 마시는 편이라, 칵테일바에 간 적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